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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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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탈당으로 '인생역전' 노린다? 승부수일까 무리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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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당 이후 정치적 명암 갈린 정치인들
한국일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에 기권표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당의 징계 처분을 받았던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탈당을 선언했다. 사진은 올해 2월 18일 의원 총회에 참석한 금태섭 전 의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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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은 당이 나아가는 방향을 승인하고 동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항의의 뜻으로 충정과 진심을 담아 탈당계를 냅니다.
금태섭 전 의원

21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의 변(變)은 '소신'일까요 아니면 변절자의 '변명'에 불과할까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인의 탈당은 늘 갑론을박의 대상입니다. 정치에는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다지만 그가 몸담았던 진영에서는 싸늘한 태도로 성토하고, 반대 진영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옹호하기에 바쁩니다.

제각기 처한 상황은 다르나 정치인들의 탈당은 '승부수'일 겁니다. 자신의 영향력을 키우고 더 나아가 정계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려는 정치적 의도죠. 다만 명분도 실리도 없는 탈당은 정치 생명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기도 하는데요.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죠. 과연 탈당 후 정치인들의 명암은 어떻게 엇갈렸을까요.

탈당으로 인생역전? 당 대표에 장관까지

한국일보

2016년 3월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새누리당을 탈당한 진영(오른쪽) 당시 의원이 국회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실에서 입당 기자회견 후 김종인 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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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탈당의 아이콘'으로 가장 유명한 인물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입니다.

전두환 정권 시절 민정당 소속으로 정계에 입문한 후 여러 차례 당을 옮겨가며 '비례대표만 5선'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쓴 김 위원장은 '박근혜의 멘토'에서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는 '문재인의 남자'로 변신했죠.

그것도 잠시, 민주당에 둥지를 튼 지 1년 2개월 만에 또 다시 당을 나오며 이대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나 했던 김 위원장은 올해 4ㆍ15 총선에서 야당의 구원투수로 화려하게 복귀했어요. 이후 사실상 국민의힘 대표를 맡아 당의 재건을 진두지휘하고 있습니다.

당을 옮겨 '재선' 장관이 된 정치인도 있습니다. 원조 친박으로 분류되던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하고 당을 떠나 민주당에 합류했는데요. 당시 김종인 민주당 비대위 대표의 권유였습니다.

그 덕에 진 장관은 자신의 지역구였던 서울 용산에서 박근혜 정부에서는 기호 1번 새누리당 후보가 아닌 기호 2번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습니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에서는 지난해 4월부터 행안부 장관을 맡게 됐어요. 관료가 아닌 정치인 출신이 보수, 진보 정권을 오가며 장관직을 수행한 건 매우 드물죠.

반대로 원조 친노였던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2015년 문재인 당시 당 대표와 각을 세우다 결국 총선을 앞두고 탈당, 새누리당으로 옮겼습니다. 당적을 바꾸고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전당대회에서 최다 득표로 최고위원에 당선되기도 했죠. 조 의원은 통합당 지도부 중 유일한 4ㆍ15 총선 당선자이기도 합니다.

명분도 실리도 잃은 '거물'의 탈당

한국일보

2019년 6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초월회 오찬 간담회에 함께 참석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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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탈당 후 꽃길을 걷기란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시밭길에 맞닥뜨린 정치인들이 더 많습니다. 특히 무게 있는 관록의 정치인들이 정치 인생의 승부수로 탈당 카드를 꺼내들었다가 낭패를 본 경우가 적지 않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 탈당(2015년) 이후 국민의당을 창당, 호남에서 '국민의당 돌풍'을 일으키며 성과를 거뒀습니다. 이후 바른정당과 손을 잡고 바른미래당을 만들며 제3지대를 모색했으나 대선과 서울시장 선거에서 연이어 낙선하며 결국 바른미래당에서도 탈당해 도로 국민의당의 대표가 됐는데요. 이런 정치 역정으로 인해 '간철수(간을 보는 안철수)'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습니다. 안 전 대표가 머지않아 보수통합에 참여할 것이란 관측도 꾸준히 나오는 상황이죠.

여러 차례 탈당으로 정치적 재기를 모색했던 손학규ㆍ정동영 전 의원은 2019년 각각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대표로 나섰지만 결국 '올드보이의 귀환'을 이뤄내지 못하고 21대 국회 입성에 실패했습니다. 두 당은 한 자릿수 정당 지지율을 유지하며 별다른 존재감을 드러내지도 못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생존해도 '배신자' 꼬리표에 맘 고생

한국일보

2018년 당시 자유한국당 이인제 충남지사 후보가 충남 홍성 홍주문화체육센터에서 열린 6ㆍ13 지방선거 충남 필승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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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위기 상황에서 탈출하고자 탈당을 감행, 목표를 이뤄내더라도 '배신자' 낙인에 속앓이하는 정치인들도 적지 않습니다. 정치적 모험에는 성공했지만, 친정으로는 복귀하지 못하고 주변을 맴도는 사례인데요.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자유한국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됐지만, 21대 총선을 앞두고 공천을 받지 못하자 무소속 출마를 선택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대구 수성을에서 통합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지만 여전히 무소속 신분에 머무르고 있죠. 홍 의원은 연일 "반(反) 문재인은 누구든 가리지 않고 뭉쳐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나 국민의힘의 반응은 미적지근합니다.

'피닉제(불사조 피닉스와 이인제의 합성어)' 이인제 전 의원은 진보와 보수 진영을 오가며 무려 13번이나 당적을 바꾸며 정치적 부활을 거듭했습니다. 당선과 낙선을 반복하면서도 6선의 고지에 올랐으나 두 차례의 경선 불복으로 인한 배신의 이미지를 벗지 못했어요.

물론 아직 이들의 정치적 성패를 판단하긴 이릅니다. 아직 정계에서 활발히 움직이는 만큼 탈당이 성공적인 선택이었을지는 앞으로 활동으로 평가받겠죠. 마지막에 웃는 사람은 과연 누가 될까요.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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