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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억울하다" 택배기사 극단적 선택…10월에만 벌써 4명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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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한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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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가 잇따르는 가운데 20일 서울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작업자들이 산더미처럼 쌓인 택배 박스를 나르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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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40대 택배 기사가 '대리점의 갑질과 생활고에 시달렸다'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최근 택배기사들이 숨지는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이달 들어 목숨을 잃은 택배업계 종사자는 4명이 됐다.


40대 택배기사 극단적 선택…유서엔 "억울하다"



20일 전국택배노동조합에 따르면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에서 일하던 40대 택배기사 김모씨가 이날 새벽 3시쯤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 터미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강서지점 관리자는 이날 아침 고인의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에 따르면 김씨는 수입이 줄어 은행권 신용도까지 낮아지는 등 생활고에 시달리자, 다른 일을 구하기 위해 퇴사를 희망했다. 그러나 대리점은 김씨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등 압박했으며, 김씨는 사망 직전까지 본인의 차량에 '구인 광고'를 붙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A4용지 3장 분량의 유서에서 "억울하다. 택배기사는 국가시험에, 차량 구입에, 전용번호판까지 준비해야 하지만 200만원도 못 버는 현실"이라며 "3개월 전에만 사람을 구하던지, 자기들(대리점)이 책임을 다하려고 했다면 아마 이런 극단적인 선택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로젠택배 지점 관계자는 뉴스1에 "김씨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한 사실이 없다. 오는 11월에 계약이 종료될 예정이었고, 퇴사 시 후임자를 데려오는 조건은 계약서에 명시된 것"이라며 "대리점의 갑질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주장은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돈 벌라는 건 알겠는데 너무 힘들어요"…숨진 택배기사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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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벌써 이달에만 택배업계 종사자 4명이 숨졌다. 앞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과로사위)에 따르면 한진택배 동대문기사 신정릉대리점에서 일했던 기사 김모씨(36)가 지난 12일 자택에서 숨진 채 동료들에게 발견됐다.

과로사위는 "김씨 죽음은 '심야 배송'이 부른 타살이자 의문의 여지가 없는 과로사가 분명하다"며 "숨지기 4일 전인 지난 8일 김씨는 새벽 4시28분에 동료에게 '집에 가고 있다'고 카카오톡 메세지를 보내는 등 늦게까지 일을 했다"고 설명했다.

과로사위가 공개한 김씨의 8일자 카톡 대화창에 따르면, 김씨는 '어제도 새벽 2시까지 배송했다' '저 집에 가면 5시인데 밥먹고 씻고 바로 터미널 가면 못 잔다' '터미널에서 또 분류작업 해야 한다' '대리점 소장이 돈 벌어오라고 한 건 알겠는데 매일 같은 일이 발생할 것' 등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12일 경북 칠곡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인 20대 장모씨가 숨졌고, 지난 8일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김모씨(48)가 배송 작업 도중 가슴 통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했다.


택배 노동자들 "분류 인력 배치해야"…文 "특별 대책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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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대전 서구 대전지방 고용노동청 앞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와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구성원들이 故김원종 추모 및 CJ대한통운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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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업무량이 늘면서 택배 노동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계속되고 있지만, 택배 노동자들의 업무 환경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과로사위는 지난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한진택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추석 전 정부와 택배사 대표들이 모여 심야 배송 안 하겠다고 합의하고 사진 찍었지만 심야 배송은 지금도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박석운 과로사위 공동대표는 "정부 당국의 안일하고 나태한 법집행이 정말 큰 문제"라며 "추석 연휴 이후 사회적 감시가 느슨해지자 바로 택배 기사 과로사가 연이어 발생했다. 악순환을 끊기 위해 분류 인력을 택배사별로 추가 배치해야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특별대책을 서둘러 달라고 관련부처에 지시한 상태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코로나는 특수고용노동자 등 기존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의 삶을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며 "최근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 문제가 단적인 사례. 더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특별히 대책을 서둘러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민선 기자 sunnyda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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