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강동영 기자 kdy184@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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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에고(Ego)가 충돌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최근 야권의 분위기를 이같이 표현했다. 에고(Ego)는 ‘자아’를 뜻하는 심리학 용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놓고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정치적 상황을 빗댄 설명이었다.
현재 제1야당인 국민의힘 안팎에선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유력 후보로 안 대표가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당내 전·현직 의원 가운데 거론되는 서울시장 후보들이 ‘필승 카드’로 보이지 않자 야권 연대가 됐던 영입이 됐던 안 대표를 데려와 출마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안 대표가 가장 경쟁력이 있는 후보”라며 “안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 서울시장에 출마하면 선거를 안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안 대표는 표의 확장성이 있기 때문에 선거에서 이길 수가 있다”며 “지금부터 서울시장 후보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대선과 서울시장 선거를 치른 경험이 있어 인지도와 경쟁력을 모두 갖췄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김 위원장은 이같은 분위기에 동의하지 않는 모양새다. “어떤 생각으로 정치활동을 하는지 알 필요도 없다”며 공식적으로는 안 대표를 향해 부정적 입장마저 취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이 안 대표에게 합당하는 대신 국민의힘으로 입당한 뒤 후보 경선에 참여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또다른 분석도 있다. 김 위원장이 야권 전체에 대한 자해 행위를 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한 인사는 “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후보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정치 지도자는 민심이라는 바다에서 후보를 키워낼 수 있어야 한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17년 ‘김종인의 경제민주화’ 출판기념회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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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대표도 국민의힘 소속으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는 것에 대해 “전혀 검토한 바 없다”며 아직까지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지난달 국민의힘 의원들의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야권) 통합이나 연대는 아직 고민할 수준이 되진 않았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안 대표는 또 “지금 상태로는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가 힘들다”며 “두 정당이 ‘혁신경쟁’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김 위원장과 관련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국민이 야당을 대안으로 보지 않고 있다”며 뼈 있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를 바탕으로 정치권에선 안 대표가 차기 대선 주자로서 거취를 결정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가면 2022년 대선 출마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국민의힘의 구애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여전히 국민의힘 안팎에선 내년 1월 안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할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주요 현안들이 집중되는 정기국회가 12월에 끝나고 본격적으로 선거 국면이 돌입했을 때 전격적으로 경선에 참여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적잖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대선주자로서 지지율이 높게 올라가지 않을 경우 안 대표가 현실적으로 서울시장 후보로 나오게 될 것”이라며 “대선 출마는 서울시장 재선 임기를 마치고 2026년도에 해도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도 “안 대표가 서울시장으로서 자신의 실력을 보여줘야 국민에게 신뢰도 얻을 수 있다”며 “2027년 대선에 출마해도 늦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회가 보궐선거 경선에서 국민 참여 확대를 추진하기로 한 결정이 안 대표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내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한 안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당내에서 유력한 후보군이 없으면 안 대표를 후보 테이블에 올려놔야 한다”며 “후보를 개방적으로 열어 놓고 경선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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