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 2077 세계로 무대를 옮기면, 그 자리를 브레인댄스가 차지한다. 줄여서 BD라고도 부르는데, 블루레이 디스크와 헷갈리니까 기사에서는 정식 명칭을 사용하도록 하겠다. 이 브레인댄스라는 건, 가상현실(VR)의 미래 버전이다. 콘텐츠를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을 넘어서, 아예 신경계를 통해 직통으로 뇌에다 쏴 준다. 시각이나 청각은 물론, 촉감이나 후각, 미각, 심지어 감정과 생각, 기억까지 느끼게 해 준다. 심지어는 녹화 현장을 3인칭 시점으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유령 같은 체험도 가능하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원하는 콘텐츠를 생생한 꿈처럼 경험할 수 있다.
▲ 브레인댄스를 즐기는 것은 이미 가족적인 문화로 자리잡았다 (사진출처: 사이버펑크 2077 설정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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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브레인댄스에서는 어떤 콘텐츠를 즐길 수 있을까? 기본적으로, 브레인댄스 콘텐츠는 개인의 경험을 녹화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초기엔 거창한 녹화기기를 껴야 했지만, 지금은 조그마한 안경이나 안구 대용 사이버아이로도 손쉽게 녹화가 가능하다. 이를 이용해 자신의 실생활이나 철저한 기획을 통해 흥미로운 체험을 기록하면 그게 바로 브레인댄스다. 완벽한 가상 체험은 불가능할테니, 아마 게임은 브레인댄스에 밀리지 않고 살아남을 지도 모른다.
아무튼, 앞서 말한 일상물이나 기획물은 보통 연예인이나 브레인댄서(유튜버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 브레인댄스 전문 셀럽)들이 제작한다. 예수의 고난을 체험하고, 열반의 상태를 재현하는 종교적 브레인댄스도 있다. 물론 성인용 콘텐츠도 커다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교화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범죄자가 행한 죄목을 끔찍하게 재구성해 피해자의 입장에서 반복해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다.;
▲ 유명 브레인댄서들의 인기는 현대의 영화배우나 연예인을 능가할 지도 모르겠다 (사진출처: 사이버펑크 2077 트레일러 영상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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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브레인댄스는 양지건 음지건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한다. 한 번 재생하면 수 시간을 넘어 수십 시간에서 며칠동안 계속되는 콘텐츠도 많은데, 컴퓨터 본체에 해당하는 '피더'는 그 동안 사용자가 말라죽거나 굶어죽지 않게 신진대사를 유지해주며 계속해서 브레인댄스에 탐닉하게 돕는다. 그렇지만 역시 운동부족, 영양결핍 등은 피하기 어려우며, 정신적 문제도 겪는다. 대표적인 것이 BDDID라 불리는 정체성 장애 정신질환이다. 특정 브레인댄서와 자신을 동일시해, 실제로 자신이 호화 저택에 사는 셀러브리티라는 착각에 빠지는 것이다. 이런 이들은 자신이 진짜 셀러브리티고, 현실에 존재하는 실제 인물은 자신을 사칭한 사기꾼이라며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 주요 등장인물인 주디의 직업은 이러한 브레인댄스 콘텐츠 편집자다 (사진출처: 사이버펑크 2077 공식 사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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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과 브레인댄스를 혼동한 나머지, 자신이 셀러브리티라고 믿는 망상병 환자도 있다고 (사진출처: 사이버펑크 2077 트레일러 영상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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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2077년 나이트 시티에서는 많은 이들이 브레인댄스에 말 그대로 '중독' 되어 현실에서 눈을 돌린 채 살아가고 있다. 얼핏 영화 '인셉션'이나 '매트릭스'에 나오는, 꿈이나 가상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보는 듯 하다. 본문 맨 처음 언급한 다른 엔터테인먼트 플랫폼과는 달리, 실제 신경/정신적 중독 현상을 보인다. 이런 미디어 플랫폼이야말로 철저한 규제와 질병 관리 하에서 안전하게 사용돼야 마땅하지만, 어린아이부터 성인까지 거실에 앉아 브레인댄스를 보며 여가를 보내는 사회에서 그런 걸 바라는 것은 욕심이 아닐까 싶다.
▲ 브레인댄스 중독으로 삶을 망친 사람들이 매우 많다 (사진출처: 사이버펑크 2077 설정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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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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