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입장문' 관련 폭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박훈 변호사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입장문 원본의 공란 내용을 풀면 이렇다면서 검사장 출신 야당 정치인으로 지목된 인사는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최측근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장겸 전 MBC 사장과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를 통해 당시 여야 인사들을 소개받았다고 쓰여 있고, 검사 출신 A 변호사의 동료 수사관이 2019년 12월 윤대진 지검장 로비(경찰 영장 무마용) 명목으로 돈을 가져갔다는 내용도 있는데 '윤석열 대윤, 윤대진 소윤' 할 때 그 소윤이라고 적었다. 폭로 문건의 실명을 밝힌 데 대해 박 변호사는 그 누구도 정치게임 하지 말라는 뜻에서라고 배경을 밝혀 '김봉현 입장문'에 담긴 내용 그 자체는 적어도 분명히 확인된 것이 맞는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러나 박 변호사의 페이스북 글이 나온 뒤, 수원지검장으로 김 전 회장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윤대진 검사장은 입장문을 내어 "수원지검은 당시 영장 청구를 미룬 적이 없다"고 반박하고 나섬으로써 이 또한 수사를 거쳐야만 진위를 가릴 수 있게 되었다.
금융 당국과 정치권 로비에 검사 독직 의혹까지 겹치면서 전례 없는 초대형 사모펀드 사기 사건은 복잡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의 법정 진술로 등장한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5천만원 수수 의혹만큼이나 지금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의혹들은 그저 의혹들에 불과한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거품이 걷히고 먼지가 가라앉으면 사태는 의외로 단순해지는 경우도 많다. 다만, 분명한 것은 수사 주체가 혁신돼야 한다는 점이다. 검사 접대 의혹에다가 여야 정치권 수사에서 형평을 잃었다는 의혹까지 받는 수사팀이 안 그래도 크게 떨어진 국민 신뢰를 얻기는 힘든 탓이다. 당장, 술 접대 의혹 사건에 관해 법무부는 서울남부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하는데 그것으로 충분할지 의문이다. 특별검사야 입법이 전제돼야 하므로 여야의 합의가 필요하지만, 사건 전반을 다루는 특별수사본부 설치와 검사 의혹을 다루는 산하 수사팀 가동 같은 혁신은 법무부와 검찰 선에서도 가능하므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단의 조처 없이 현 수사팀을 끌고 가는 건 무리다. 대충 수습하면서 수사를 이어간다고 해도 그 결과가 신뢰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역시 볼썽사나운 충돌일랑 삼가고 더 바람직한 수사 주체를 고민하며 금융사기 사건의 전모를 캐는 데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국민들에 대한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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