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9 (일)

이슈 미술의 세계

전국노래자랑 현장에서 포착한 대한민국 초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변순철 성곡미술관 개인전 '바람아 불어라…'

연합뉴스

변순철, 전라남도 나주시 국립 나주박물관 특설무대. 2015.105X140cm. Archival Pigment Print [성곡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강렬한 원색의 꽃무늬가 두드러지는 바지를 입고 양손 엄지를 치켜든 여성, 직접 제작한 듯한 조끼에는 도라지배즙 팩이 줄줄이 붙었다.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는 바위에 한쪽 다리를 올리고 먼 곳을 응시하는 포즈를 취했다. 갈색 구두와 양복바지 사이로 드러난 흰색 양말의 스포츠 브랜드 로고에 자꾸 눈이 간다.

다소 과한 의상과 제스처가 촌스럽고 우스꽝스러운 느낌도 내지만, 어떤 인물사진 모델보다도 가식 없고 인간적인 모습들이다.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성곡미술관에서 개막한 사진작가 변순철 개인전 '바람아 불어라, 전국노래자랑'은 전국 각지 국민들의 참여로 이뤄지는 KBS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 출연자들의 초상사진을 소개한다.

작가는 훈련된 전문 가수들의 세련된 모습이 아닌 일반인 참가자들의 미숙함과 과도한 설정, 즉흥적 행위를 카메라로 잡아내고, 그 속에서 끼와 에너지를 발산하는 보편적 인간의 모습을 포착한다.

배경부터 의상, 조명 등을 철저하게 연출한 초상사진과 달리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기념사진 찍듯 담은 출연자들은 우리 이웃들의 진짜 얼굴을 보여준다.

연합뉴스

변순철, 대구광역시 달성군 옥연지 송해 공원. 2016. 198X150cm. Archival Pigment Print. [성곡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어린 시절 TV에서 볼 때는 낯설고 와닿지 않았는데 초상사진을 찍으면서 인간의 본질에 관심을 두다 보니 어느 날 '전국노래자랑'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공개된 장소에서 욕망을 분출하려는 심리에 관심을 가졌는데 더 거대한 이야기가 있었다"라며 여러 사람의 초상 속에서 대한민국 사회와 문화, 인간의 본질을 봤다고 전했다.

변순철은 '전국노래자랑' 참가자와 무대를 15년 이상 촬영했고, 이번 전시에는 지난 2015년 이후 작업한 사진 중 80여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전국을 다니면서 본 것은 대한민국의 인간"이라며 "내가 태어나고 자란 대한민국에 대한 헌사 같은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작가 활동을 오래 하면 문화적 상상력이 빈곤해질 수 있는데 '전국노래자랑'이 나를 또 다른 예술 세계로 이끌었다"라며 "출연자들의 낯설고 어색한 노래와 춤이 더 신선하고 자연스럽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전시는 12월 6일까지.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사진작가 변순철이 성곡미술관에서 개막한 개인전 '바람아 불어라, 전국노래자랑' 출품작을 설명하고 있다.



doubl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