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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다시 불거진 카피캣 프랜차이즈 논란…가맹사업 요건 손질 ‘제2 덮죽 표절’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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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나온 경북 포항 덮죽집의 메뉴 표절 사건으로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의 어두운 관행이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인기 메뉴나 프랜차이즈를 무단 도용한 ‘카피캣’ 브랜드가 난립해도 법적 미비로 지적재산권 보호와 제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조리법(레시피) 표절’은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해묵은 논란거리다. 찜닭, 저가주스, 대만카스테라, 흑당버블티 등 특정 메뉴가 인기를 끌면 메뉴명과 조리법을 거의 그대로 따라 한 ‘미투(me too)’ 프랜차이즈가 우후죽순 난립하기 일쑤였다. 카피캣이 급증하면 원작자는 수요를 뺏겨 창작 의지가 꺾인다. 프랜차이즈 본부는 반짝 대박을 터뜨리겠지만 뒤늦게 출점한 가맹점주들은 애꿎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그런데도 왜 카피캣 프랜차이즈는 근절되지 않는 것일까. 조리법과 상표권을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매경이코노미

음식 조리법은 지적재산권 보호가 어려워 카피캣 프랜차이즈가 끊이지 않는다. 사진은 경북 포항 덮죽집 메뉴 표절 의혹을 받은 프랜차이즈 덮죽덮죽의 사과문.


▶덮죽 표절 논란이 뭐길래

▷“골목식당 방영된 후 메뉴 모방 피해”

경북 포항 덮죽집은 지난 9월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선보인 덮죽(밥 대신 죽 위에 건더기를 얹은 음식) 신메뉴로 호평을 받았다. 덮죽이 흥행 조짐을 보이자 프랜차이즈 업체 ‘덮죽덮죽’이 나타나 가맹점 모집에 나섰다. 메뉴명도 ‘골목 저격 OO덮죽’으로 지어 골목식당에서 화제가 된 메뉴임을 은연중에 강조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포항 덮죽집 사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나는 다른 지역에 덮죽집을 오픈하지 않았다”며 “(메뉴를) 제발 뺏어가지 말아달라”는 글을 올렸다.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이상준 덮죽덮죽 대표는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모든 프랜차이즈 사업을 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SPC가 운영하는 파리바게뜨에도 불똥이 튀었다. 파리바게뜨의 ‘강원도 감자빵’이 춘천의 한 소상공인 제과점 제품과 유사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사흘 만에 판매를 중단했다.

▶음식에 관한 지적재산권 인정 범위는

▷조리법은 보호 어려워…상표권은 가능

외식 사업에서 핵심 경쟁력은 자사만의 독창적인 조리법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조리법이 저작권이나 특허를 인정받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말한다. 저작권법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에 적용되는데, 조리법은 이런 창작물이 아니라 음식을 만들기 위한 기능적 설명 또는 아이디어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BBQ 법무팀장을 지낸 하명진 프랜차이즈 전문 변호사는 “안타깝게도 조리법은 저작권법상 보호 대상이 아니다. 특허를 출원해 등록이 됐다 해도 타인이 내 특허를 침해한 것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음식은 조리 순서나 모양, 재료를 조금만 바꾸면 비슷한 듯 다른 음식이 되기도 하는데, 이런 다양한 조리법에 대한 권리 보호 범위가 넓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메뉴명이나 상호에 대한 상표권은 보호받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그렇다’다. 단, 상표법은 선출원주의여서 먼저 신청한 이에게 권리가 인정되는 ‘선착순’인 점에 주의해야 한다.

상표권 등록은 크게 ‘출원(신청) → 심사 → 등록’ 세 단계로 이뤄진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덮죽’ 관련 상표권은 3명이 총 6건을 출원한 상태다. 그런데 신청 순서는 인천에 사는 A씨가 가장 빨랐고, 이어 포항 덮죽집 사장과 덮죽덮죽 프랜차이즈 순으로 신청했다. 포항 덮죽집이 최초 신청자가 아닌 만큼, 상표 등록이 안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상표권을 먼저 출원했다고 무조건 권리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사업을 하지 않거나 부정한 목적이 확인되면 상표 등록이 ‘거절’되기도 한다. 실제 지난 1월에도 EBS 인기 캐릭터 ‘펭수’ 상표권에 대해 제3자 상표 등록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하 변호사는 “덮죽 상표권을 최초 신청한 A씨의 경우 귀금속, 가정용품, 화학제품 등 다양한 목적으로 상표를 출원했다. 덮밥과 관련된 사업을 하지 않는다면 상표 등록이 거절될 수도 있다. 결국 최종 상표 등록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해법은 없나

▷소송은 승소 장담 못해…‘1+1’ 제도 주목

특허나 상표권을 인정받았다 해도 분쟁이 발생할 경우 무조건 승소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수년 전 인기를 끌었던 벌집아이스크림도 후발주자가 자사 제품을 모방했다며 부정경쟁행위금지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까지 가는 2년여 공방 끝에 패소했다. 대법원은 벌집아이스크림에 즉석으로 올리는 벌집 모양이 정형화돼 있지 않고 주문마다 미세하게 달라져 부정경쟁방지법에서 말하는 일정한 상품 형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같은 사안에 대해 법원 판례가 오락가락하기도 한다. 고깃집 프랜차이즈 이차돌은 비슷한 콘셉트의 프랜차이즈 ‘일차돌’이 자사 상표권 등을 침해했다며 지난 2018년과 2019년에 두 차례 가처분 소송을 걸어 모두 승소했다. 당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일차돌은 차돌박이 음식점업과 그 가맹점 모집운영업을 하기 위해 이차돌과 유사한 것으로 인정되는 간판·매장 인테리어, 메뉴 등을 함께 사용해서는 아니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7월 1심 본안 판결에서는 “소비자가 혼동을 일으킬 우려가 없다”며 이차돌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 고유한 인테리어 콘셉트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정경쟁방지법 위반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차돌 측은 “이미 가처분 절차에서 두 번 다 승소해 1심에서도 당연히 승소할 줄 알았는데 뜻밖의 결과에 실망이 크다”며 항소한 상태다.

유명 프랜차이즈도 이럴진대, 영세한 자영업자가 소송을 통해 권리를 보호받기란 현실적으로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해법은 없을까.

미투 프랜차이즈 근절을 위해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안은 ‘가맹사업 원플러스원(1+1) 제도’ 도입이다. 신규 프랜차이즈가 가맹사업을 시작하기 전 1개 직영점을 1년간 운영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도 이 제도가 시행되면 덮죽덮죽처럼 TV에서 인기를 얻은 메뉴를 곧바로 베껴서 가맹사업에 나서는 것이 제한돼 프랜차이즈 미투 난립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3개 정부 부처(공정거래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9월 발표한 ‘점주의 경영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종합대책’에서 가맹사업 원플러스원 제도 도입을 10대 중점 추진 과제로 한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 법안 통과를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플러스원 제도 도입은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숙원 과제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시장 규제라는 우려도 있지만, 미투 프랜차이즈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제도로 평가된다. 미국 LA, 이탈리아, 중국 등에서도 시행 중인 만큼 국내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80호 (2020.10.21~10.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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