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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한국일보 사설] 택배노동자 과로사 막을 노동조건 개선책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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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고 김원종씨의 유가족과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소문동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김씨를 추모하는 집회를 열고 본사 건물을 향해 날계란을 던지고 있다. 뉴 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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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업무량이 폭증하면서 택배 종사자들의 죽음이 잇따르고 있어 택배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 등 가혹한 노동조건 개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6일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 지원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2일 경북 칠곡군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일용직 노동자 20대 A씨가 집에서 숨졌다. 쿠팡 측은 주 52시간제를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A씨는 지병도 없고 술ㆍ담배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과로사 가능성이 짙어 보인다. 앞서 8일에는 CJ대한통운 택배기사 김원종(47)씨가 배송 도중 갑작스런 호흡 곤란 증세로 쓰러진 뒤 사망했다. 20년 경력의 택배기사인 김씨는 매일 오전 6시30분에 출근해 하루 평균 400개가 넘는 물품을 배송한 뒤 밤 9시~10시에 퇴근했다고 한다. 노동계에 따르면 올해에만 택배기사 8명이 과로사로 숨졌다.

택배 종사자들의 연이은 과로사는 택배산업 성장에 따른 물량 증가, 과당 경쟁에 의한 배송단가 하락 등 산업구조적 요인으로 설명된다. 몸을 혹사해 물량을 확보하지 않으면 생존하지 못하는 노동환경 개선 없이는 이 같은 희생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배송 건당 최저수수료를 마련해 택배기사의 최저수입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택배기사들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 주5일제로 근무 패턴을 바꾸는 방안도 택배사들은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돼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 등 사회보험의 보호에 취약한 점도 개선돼야 한다. 택배기사들은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는 있지만 ‘적용제외’ 조항 때문에 가입률이 매우 낮다. 등록종사자 1만7,000명 중 산재보험 가입자는 37% 밖에 안된다. 택배사 측의 종용으로 ‘적용제외’에 동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마침 택배노동자 등 특고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제외 조항을 폐지하는 산재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다. 택배기사들의 건강권과 노동권 보호를 위해 더 이상 법 통과를 미뤄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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