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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특파원 24시] "공무원은 퇴근 후에도 술 마시지 마"... 中, 시대착오 '금주령'에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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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쑤성 "휴일ㆍ휴가에도 공무원은 금주"
"비리 근절"... 시진핑 집권 후 금주령 확산
"공권력 남용ㆍ사생활 침해" 볼멘소리 커
한국일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후난대학교를 방문해 교수진,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창사=신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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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방 공직사회가 때아닌 금주령으로 어수선하다. 2012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이후 군인과 공무원을 상대로 한 금주령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번에는 사실상 '24시간' 음주를 차단하는 것이어서 "사생활 침해"라는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

중국 북서부 간쑤성 칭청현은 지난 7월 "공무원은 근무시간은 물론 퇴근 후나 휴일, 휴가 중에도 음주를 금지한다"는 규정을 공표했다. 행사나 결혼, 장례 등 불가피한 경우에는 사전에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예외를 두긴 했지만 공무원은 언제 어디서든 술잔을 입에 대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칭청현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38건의 공직자 음주운전이 적발됐다. 지난해 겨우 빈곤에서 벗어난 가난한 지역이라 투자 유치가 필수적이지만, 접대문화로 공직사회의 기강이 흐트러져 부패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커졌다. 이에 술자리를 통한 뇌물수수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전례 없는 고강도 음주 근절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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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간쑤성 칭청현이 지난 7월 공표한 공직자 금주 규정. 8시간 근무시간 외에도 일률적으로 음주를 금지한다고 명시했다. 펑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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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령은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중부 허난성 난양시와 푸양시는 공무원을 상대로 시간을 가리지 않는 '무작위 음주 검사'를 예고했다. 장쑤성 난징시와 쉬저우시는 공안과 경찰의 경우 근무일에는 일과 후에도 술 마시는 것을 금지했다. 칭하이성 먼위안현과 간쑤성 환현도 금주 행렬에 동참했다.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찬성 측에서는 "공무원은 원래 특수한 직업이라 일반인보다 책임이 가중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호응했다. "음주 기풍을 뿌리뽑아 처음부터 비리의 싹을 아예 잘라야 한다"는 적극적인 주문도 적지 않았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공무원도 사람이고 그들의 욕구를 존중해야 한다"면서 "금주령은 여가시간을 침해하는 공권력 남용"이라고 반박했다. "가족끼리 술 한잔 하는 것까지 가려낼 수 있겠느냐"며 정부 방침을 조롱하는 이들도 있다. 앞서 2014년 중국 사회과학원은 "부패 방지를 위해 공무원 행동규범을 세밀하게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근무 외 시간까지 과도하게 통제하는 것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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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장쑤성 쉬저우시가 이달 8일 공표한 금주 규정. 공안과 경찰은 근무일에 술을 마시지 말고 특수한 사정이 있다면 반드시 보고하라고 돼 있다. 텅쉰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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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 집권기간 중국은 중요한 순간마다 '술'과 일전을 벌이며 분위기를 다잡아 왔다. 시진핑 체제 출범에 맞춰 군대 내 고급 술과 호화 연회를 금지했고, 2013년 12월 '공무접대 관리규정'을 강화해 감독수위를 높이자 이후 지방정부들이 눈치를 보며 앞다퉈 공무원에 대한 주류 제공을 단속했다. 2017년 10월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마오타이주 원산지 구이저우성을 비롯한 지방 곳곳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처럼 일상생활까지 규율하는 전면적인 금주령은 아니었다. 미국과의 격돌과 여전히 심각한 빈부격차 등 중국이 안팎으로 직면한 위기상황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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