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마이애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공정한 선거가 되길 원한다. 하지만 투표용지에는 너무 많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NBC방송 주관으로 유권자들과 타운홀 미팅을 한 자리에서 "대선에서 깨끗이 이기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각 지역에서 잘못 인쇄된 투표용지, 버려진 투표용지가 수없이 발견되고 있다는 점을 집중 부각했다. 겉으로는 "평화로운 정권 교체를 원한다"고 강조했지만 불리해지면 이런 문제를 거론해 선거 결과를 문제 삼을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대선 결과를 놓고 대법원이 심리를 하게 되면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후보자가 영향력을 발휘할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해관계 충돌은 전혀 없다. 이 부분에 대해 (후보자와) 얘기를 나눠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코로나19 위기 상황에 대해 "코너를 돌고 있다"고 자평했다. 최근 들어 하루 확진자가 6만명에 육박하며 '2차 대유행'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반환점을 돌고 있다는 식으로 자화자찬한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서배너 거스리 NBC방송 진행자와 날 선 설전을 벌였다.
거스리는 초반부터 트럼프 대통령에게 "마지막으로 음성 판정을 받은 게 언제인가"라며 몰아세웠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잘 모른다. 기억 못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나는 매일은 아니지만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는다"며 정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거스리는 트럼프 대통령 답변이 두루뭉술하면 말을 끊고 다시 질문을 퍼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무시하고 본인 주장만 늘어놓으며 응수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진행자가 극우집단 '큐어넌(QAnon)' 추종 여부에 대해 질문하자 트럼트 대통령은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거스리가 트럼프 대통령이 명백히 사실이 아닌 내용을 리트윗한 것을 문제 삼자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아닌) 누군가의 의견이었다. 나는 리트윗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행자는 "당신은 대통령이고 아무거나 리트윗하는 누군가의 미친 삼촌이 아니다"고 일갈했다. 토론이 끝난 이후 팀 머토 트럼프 캠프 대변인은 "진행자가 마치 토론 상대방인 것처럼, 조 바이든의 대리인처럼 행동했다"고 불만을 표했다.
바이든은 필라델피아에서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한 번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은 채 시종일관 담담하게 90분을 소화했다.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지키고 있는 만큼 선거 흐름에 영향을 줄 발언은 하지 않겠다는 전략이 엿보였다. '싸움닭' 트럼프 대통령이 없는 자리는 편안해 보였다. 아들 헌터의 우크라이나 이권 문제 등 민감한 질문도 등장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는 나라를 치유해야만 한다"며 "나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도 껴안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 정치를 '분열에 의한 통치'로 규정하며 차별화를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중 공격하고 있는 연방대법관 증원 문제에 대해선 이날도 즉답하지 않았다. 그는 "나는 대법관 증원을 지지하던 사람이 아니다"면서도 "공화당이 인준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후보자의 상원 인준 과정을 지켜본 뒤 대선 이전에 입장을 밝히겠다는 것이다. 또 경선 과정에서 약점이 됐던 1994년 형사법 개정 찬성 이력에 대해서는 "그것은 실수였다"며 사실상 잘못을 인정했다.
오는 22일로 예정된 3차 토론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테스트 결과를 밝혀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품위 문제"라며 "나는 토론위원회 결정을 지킬 것"이라고 답했다. 흑인 유권자들을 향해선 "흑인들도 부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며 흑인 기업인들에 대한 대출 확대, 공교육 비용 절감 등을 약속했다.
한편 이날 바이든 선거캠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대면 유세를 전격 중단했다. 해리스 의원은 음성 판정을 받았고 격리 의무도 없지만 예방 차원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번 주말 해리스 의원의 유세 계획에 큰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확진자와 같은 비행기에 탄 적은 있지만 밀접 접촉하지는 않았고 역시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캠프 측은 밝혔다. 그가 77세로 고령이라는 점에서 바이든 캠프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변수가 바로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다. 다만 마스크 착용 등 코로나19 예방수칙을 지키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대척점을 만들려는 시도는 계속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트럼프 말이 문제"라며 "그는 마스크를 쓰는 나 같은 사람을 놀리면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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