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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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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산책] 위트 앤 시니컬 - 서점 다락방에 꽂힌 詩니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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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경 시인 운영하는 시 전문 서점…노트 등 굿즈도 판매

"100년 갈 서점 2층에 자리잡아 상호 시너지 효과

쉽게 찾을 수 있는 시집은 들여놓지 않아

낭독회·페스타·워크숍…시와 사람 뭉칠 수 있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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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서점 '위트 앤 시니컬'의 내부 모습./사진=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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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기쁨과 즐거움은 나누면 두 배가 된다고 했던가. 더욱이 같은 취향을 지닌 사람과 함께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비슷한 지향점을 찾는 과정에서 다양한 선택과 경험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깔려 있어서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시(詩)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또 어떨까. 시상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자주 모여드는 장소로 유명한 서울 종로구의 시집서점 '위트 앤 시니컬'을 찾아 그들만의 즐거운 문화를 슬쩍 맛봤다.


지하철 4호선 혜화역 4번 출구에서 5분 남짓 걷다 보면 혜화동 로터리의 한 건물 2층에 붙은 작고 하얀 간판이 위트 앤 시니컬을 알린다. 1953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서점 '동양서림' 내부 2층에 자리 잡은 공간이다. 동양서림 입구에서 내부를 쭉 가로질러 안쪽 중앙에 자리한 계단을 작게 삐걱이며 밟아 오르면 오랜 세월을 간직한 서점과 어울리는 시집서점에 다다른다.


1500여종의 시집이 가득해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시집을 한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곳은 드물겠다'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신간 위주로 진열되는 '( , 오늘) 서가' 양옆으로 빼곡하게 꽂혀 알록달록한 표지를 뽐내고 있는 책장이 죽 늘어서 있다. 민음사, 문학과지성사 등에서 출간된 국내 시집뿐 아니라 다양한 영시집도 찾아볼 수 있다. 시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천국 같은 곳이리라. 시집 모양을 본뜬 금속 배지와 원고지 노트, 북 파우치 등 다양한 굿즈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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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에 꽂힌 시집들. 짧은 평을 적은 메모지가 붙어있다./사진=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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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을 운영하는 유희경 시인(41)은 이곳을 현실적 조건이 맞물려 탄생한, 자신에게 가장 편한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출판사 편집자 생활을 하다가 건강이 악화하면서 '좋아하는 일을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시간, 공간, 돈이 필요했고 이 세 가지를 결합했을 때 의미 있는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건 서점이라는 답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다른 서점의 2층에 자리 잡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유 시인은 그 이유로 '상호 간 시너지 효과'를 꼽았다. 그는 "이전에는 동양서림이 더 옛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다종의 책들이 다양하게 꽂혀있어 입고도 어려웠고, 신간 위주의 판매만 이뤄지는 구조를 개선하는 데 일조할 수 있다고 봤다"고 밝혔다. 이어 "동양서림이 서울에서 제일 오래된 서점일 텐데, 아직 100년 된 서점이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며 "100년이 갈 수 있는 서점에 일조를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위트 앤 시니컬이라는 이름은 다른 시인들과의 대화에서 탄생했다. 유 시인은 "시인 셋이 모여 이야기를 하던 중 제가 '위트 있는 시인, 위트 있는 시를 쓰니까'라고 말했는데, 다른 시인이 이를 잘못 알아듣고 '위트 인 더 시니컬이 뭐냐'라고 해 모두가 웃은 적이 있다. 그때 나온 말이 '시집서점을 하게 되면 위트 앤 시니컬로 해보자'라는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생각해보면 위트와 시니컬은 시가 지니고 있는 기본적 태도일 것 같다"며 "또 내가 A라고 말한다고 해서 상대가 A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 그것 자체로 의미가 생성되는 게 시가 지닌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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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외에도 그림책, 성냥, 배지 등 다양한 상품이 눈길을 끈다./사진=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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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더욱 즐겁게 향유할 수 있다는 점은 사람들의 발길을 이곳으로 이끄는 요인이다. 한쪽에 마련된 '사가독서'라는 공간과 유료 시 낭독회, 시와 음악이 함께하는 '시&페스타', 워크숍 '시_쓰기' 등이 하나하나 매력 포인트다. 매번 매진을 기록할 만큼 인기가 좋다. 유 시인은 소설 '톰 소여의 모험'의 한 장면을 인용하면서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뭉쳐서 더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대단히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지만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즐기다 보면 '뭔데 그렇게 좋아?'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다양한 시집이 입고된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유 시인은 "순수예술로서의 문학을 우선 가치로 두고 있다. 편의점, 다른 서점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시집은 들여놓지 않으려 한다"며 "쉽게 접할 수 없거나 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몰아볼 수 없는 시집들이 주요 콘텐츠"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쨌든 인간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 시집들이니까 말의 휘황찬란함이나 말 자체가 지닌 즐거움보다 조금 더 고찰하는, 생각하는 시집들을 다루려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도서정가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밝혔다. 유 시인은 "도서정가제가 폐지되면 작은 서점들은 살 수가 없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저희가 해오던 노력을 봐주셨으면 좋겠다. 단순히 책을 파는 것을 넘어서 가치를 존중하고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매번 새로운 느낌을 주는 공간, 위트 앤 시니컬에 담긴 유 시인의 바람이다. 익숙한 공간으로 남기보다는 다른 경험, 다른 체험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감각을 주는 곳이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공부하는 것과 즐기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며 "선입견을 갖고 접근을 하면 좋은 기회를 한 번 버리게 된다. 시를 읽어보려는 시도, 즐겨보려는 시도를 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꼭 이곳이 아니더라도,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어디선가에서 시집을 한 권 펼쳐보는 것은 어떨까.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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