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뉴노멀 시대다. 해외여행은 꿈도 못 꾸고, '집콕'과 랜선 여행이 대세가 된 시대에 새로운 여행법을 소개하는 책들이 나오고 있다.
박성호의 '은둔형 여행 인간'(넥서스북스)의 부제는 여행 중단자의 조지아 산골 생활기다. 대치동 키즈, 카이스트 출신 등 이력을 가지고 80여 개국 이상을 유랑한 여행작가가 된 그가 이번에는 조지아어와 러시아어로 말하는 사람들이 살고 온순한 동물들이 가득한 작고 아름다운 곳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행 인간의 삶을 살던 그는 스페인에서 카메라를 잃어버린 후 깨닫게 된다. 언제부터인가 여행이 사진을 찍고 기록하는 반복이 되어 버렸음을. 고갈된 호기심과 감동을 되찾기 위해 그는 "여행이 내게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면, 계속 여행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라는 생각으로 절벽 옆 외딴집에서 은둔 생활을 시작했다. 야간열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스테판츠민다 마을. 마을 어디를 가도 동물이 있었고, 그 뒤로 구름 낀 고산이 있었다. 코카서스 산속에서 온종일 책을 읽고, 집 밖의 동물들과 산책만 하는데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엄습해 오지 않았다.
저자는 "다만 조용한 외톨이로 지낸 터라, 이렇다 할 큰 사건도, 기승전결이 완벽한 감동 일화도 없다"라고 밝히지만, 따분한 일과가 오히려 "생존 경쟁의 제약에서 벗어난 삶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여행과 닮았다"고 털어놓는다.
이화자의 '언택트시대 여행처방전'(책구름)은 코로나19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한적하고 고요한 국내 여행지를 소개하는 책이다. 전 세계 100여 개 나라를 여행한 이 작가가 우리 곁인 국내 여행지 중에도 숨겨진 보석 같은 섬이 가득하고, 초록물 뚝뚝 떨어지는 숲이 있고, 마스크 없이 마음껏 활보 가능한 공간이 얼마든지 있음을 알려준다. 저자가 언택트 시대에 여행지에서 즐길 것으로 꼽는 것은 '멍때리기'다. 파도 멍, 불 멍, 커피 멍을 위한 여행지를 소개한다.
엄선한 24개 테마 여행코스 중에는 낯선 곳도 많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이 부럽지 않은 도보 여행지로는 '섬티아고 12사도 순례자의 길'이라 소개하는 신안 기점·소악도가 있다. 산홋빛 바다가 그리울 때는 통영 비진도를 찾으면 딱이다.
아이와 함께 떠나는 역사 산책을 하기에는 연천 호로고루성, 전곡리유적지가 좋다. 가슴이 뻥 뚫리는 해안 산책로 걷기를 하려면 제주 송악산, 속초 외옹치바다향기로, 인천 무의바다누리길을 찾으면 된다. 고성 바우지움조각미술관, 양구 박수근미술관,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안양 예술공원,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등 한적한 미술관·박물관 여행도 코로나19 시대에는 필요하다. 저자는 "지금은 곁에 있는 소중한 것들을 다시 만나야 할 시간"이라고 조언한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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