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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이슈 총선 이모저모

힘 빠진 檢, 눈 감은 국회···총선 공소시효 코앞 사라진 선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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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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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광주지검(여환섭 지검장)은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4·15 총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유권자에 불법 식사제공, 전화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양 의원 캠프 전직 후원회장과 시의원 등 5명을 기소했지만 양 의원은 소환 조사조차 받지 않았다.

같은 당 고민정 의원도 서울동부지검(김관정 검사장)이 불법 선거공보물 부착, 학력 허위 고시 등 혐의로 수사하다 공보물 제작 담당자만 재판에 넘기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야당에서는 “실무자가 후보를 패싱하고 후보는 허수아비냐”(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꼬리 자르기’ 비판이 나왔다.

4·15 총선 관련 선거법 위반 혐의자들에 대한 수사는 15일 이후엔 할 수 없다. 선거사범에 특별히 적용되는 단기 공소시효(6개월)가 만료되기 때문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전례없는 봐주기 수사"(국민의힘 관계자)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8대 34명, 19대 30명, 20대 33명의 현역 의원을 기소했던 검찰이 올해 수사에서 유독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의원 본인을 무혐의 처분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9일까지 4·15 총선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의원은 민주당 이규민·윤준병, 국민의힘 이채익·홍석준 등 4명으로 파악됐다.



힘 빠진 檢…인사 전후 어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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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건영 의원이 지난 4.15 총선 당선 직후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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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여당인 민주당에서 양 의원과 고 의원 외에도 박영선(현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윤건영, 이수진 등 전·현직 의원들이 속속 혐의를 벗었다. 박 장관과 윤 의원은 지역구(서울 구로을) 물려주기 사전선거운동으로, 이 의원은 허위사실 공표로 각각 고발됐었다. 국민의힘에서는 윤희숙 의원이 호별방문 선거운동 혐의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경비원 등에 명절 떡값을 돌린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검찰 내부에서는 지난 8~9월 간부 인사로 수사 흐름이 끊기면서 처벌 강도가 낮아졌다는 관측이 다수다. 9일 한 검찰 관계자는 현직 의원을 무혐의 처분한 이유에 대해 “전임자들이 지휘부(법무부·대검)와 조율해 사건 처리 방향을 일찍이 정하고 간 사안”이라고 했다. 일선 검사들에게선 간부 교체 시기 수사가 힘을 받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소시효 만료를 코앞에 두고 “시간이 부족해 허덕인다”, “소환 조율이 빠듯했다”는 반응이다.

권력기관 개혁을 기치로 검찰 힘 빼기에 박차를 가하는 정부·여당에 검찰이 섣불리 칼날을 들이대지 않으려 한 측면도 있다. 옛 공안부 출신 변호사는 “추미애-윤석열 대립 등으로 검찰 안팎이 복잡한 속에서 적극적 수사·기소는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단 우려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제 잘못에 슬그머니 눈 감는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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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정정순 의원이 충북 청주 상당에서 4.15총선 당시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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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처벌이 달갑지 않은 여야는 또 한차례 ‘제 식구 감싸기’에 돌입할 태세다. 검찰이 8차례 이상 조사에 응하지 않은 정정순 민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요구서를 지난 5일 국회에 접수했지만 민주당에선 “국정감사가 끝나는 26일까지 본회의는 불가능하다”는 반응이다. 원포인트 본회의가 불가능하진 않지만 국감을 핑계로 조용한 ‘방탄국회’를 이어가고 있다.

15일까지 본회의가 열리지 않으면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검찰은 정 의원을 소환도 못해보고 조사가 불충분한 상태로 불구속 기소하는 수밖에 없다. 다만 정 의원이 받고 있는 선거법 이외의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에 대한 체포동의요구서를 28일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방법은 열려있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국회법이 정한 절차대로 처리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낸 게 전부다. 야당도 전례를 만드는 일에 나서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돼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당선 무효다. 정 의원 외에도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 민주당에서 나간 김홍걸·양정숙·이상직 무소속 의원 등이 위협받는 가운데 선거법 무력화에 여야가 동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선 "아예 법바꿔 면죄부" 시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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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이 지난 7월 2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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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당내 경선을 공직선거법 적용 범위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을 지난달 25일 발의했다. 지난 16~17대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도입한 개혁 조치를 거꾸로 되돌리자는 주장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당내 경선 과정에서 제기된 고소·고발로 수사를 받아 온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한병도·민병덕 민주당 의원 등이 기소되도 면소 판결을 받게 된다.

김 의원 측은 “법안이 통과돼도 소급적용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현행 형사소송법(326조)에는 ‘범죄 후 법령 개·폐로 형이 폐지되었을 때 판결로써 면소(免訴)를 선고한다’고 규정돼 있다. 지난 2012년 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았던 원혜영 전 의원이 이후 선거법 개정을 통해 면소돼 의원직을 유지한 사례가 있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선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당내 경선도 민주적이어야 한다. 철회하면 좋겠다”(김한정 의원)는 비판이 나온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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