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전문성 vs 정치력 싸움…아프리카 결집·강대국 입김도 변수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윤보람 기자 =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 자리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
아프리카 후보와 맞붙는 최종 라운드만을 앞둔 가운데, 세 번째 도전 끝에 한국이 처음으로 WTO 사무총장을 배출할 수 있을지 기대가 커지고 있다.
◇ '유명희 vs 오콘조' 최종 결선서 격돌
8일(현지시간) WTO 사무국의 공식 발표를 앞두고 AFP, 블름버그 통신 등은 소식통을 인용해 차기 사무총장을 선출하는 최종 라운드에 유 본부장과 나이지리아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후보가 진출했다고 보도했다.
2차 라운드는 진출자가 5명이었으나 사실상 유 본부장과 오콘조-이웰라, 케냐의 아미나 모하메드 등 '여성 3파전'으로 평가됐다.
1995년 WTO가 출범한 이래 아프리카 대륙 출신 사무총장과 여성 사무총장을 한 번도 배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예상대로 3차 라운드에 진출하는 최종 2인은 모두 여성이고 아프리카 출신 후보가 포함됐다. 누가 되든 WTO 25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사무총장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서울대 영문과 출신으로 행정고시 35회에 합격한 유 본부장은 1995년 통상산업부가 선발한 첫 번째 여성 통상 전문가다.
25년간 통상 분야에서 활동하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코러스(KORUS·한미 자유무역협정),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다양한 다자무역 협상에서 경력을 쌓았다.
아울러 한국이 자유무역주의의 최대 수혜국이라는 점, 미·중간,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서 중간자적 위치에 있는 점, 코로나19의 모범적인 방역국으로서 국제사회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유 본부장에게 긍정적인 평가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통상전문가 vs 정치력…개인 역량은 접전
누가 마지막 관문을 통과할지 섣불리 점치기는 어렵다. 두 후보 모두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케냐 등 나머지 6명의 쟁쟁한 후보를 제치고 파이널 무대에 선 만큼, 역량 면에서는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는 평가다.
유 본부장은 25년간 '통상 외길'을 걸어온 통상전문가로서 폭넓은 경험과 전문지식을 갖춘 현직 통상 장관이라는 점을 회원국들에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방역 등 코로나 19사태 대응 과정에서 높아진 한국의 위상이나 범정부 차원에서 유 본부장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점 등도 힘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오콘조-이웰라는 나이지리아에서 두차례 재무장관(2003∼2006, 2011∼2015)과 외무부 장관(2006)을 역임한 최초의 여성이다. 통상 분야 경험은 없지만, 정치력이 강점이다.
세계은행에서 25년간 근무해 국제무대에서는 인지도가 꽤 높은 편이다. 재무장관 시절인 2012년에는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와 총재직을 두고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이사회 의장으로, 코로나19 사태 속에 활발한 행보로 회원국들에 눈도장을 찍었다.
◇ 지역 결집·강대국 입김 등 셈법 복잡
최종 결선에서는 후보자 개인 역량 외에도 아프리카 지역의 표심 결집과 강대국의 입김, 국제정치 논리 등이 복잡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역대 WTO 사무총장 가운데 아프리카 출신이 없었던 만큼 아프리카 표심은 오콘조-이웰라 후보 쪽으로 결집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164개 WTO 회원국을 지역별로 보면, 아프리카가 40여개국으로 가장 많고 그다음이 유럽연합(EU), 아시아, 미주 등의 순이다.
반대로 이런 상황이 오히려 유 본부장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개발도상국의 지지를 받는 아프리카 후보로서는 상대 진영인 선진국으로부터 지지를 받기 힘들기 때문에 유 본부장이 진영 간 대결에서 중재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능력만 입증한다면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강대국 중 중국은 아프리카에 대한 최대 교역·투자국으로서 나이지리아 후보의 손을 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대선 결과에 따라 표심 향방이 달라질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WTO 체제 자체에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 왔지만, 조 바이든 후보는 다자무역주의를 옹호하는 입장으로 WTO 체제를 통한 중국 견제 구도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
역사적·지리적으로 한국보다 아프리카와 더 가까운 유럽이 어떤 후보를 지지할지, 우리나라와 수출 규제로 갈등을 빚는 일본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도 변수다.
통상 전문가인 안덕근 서울대 교수는 "WTO를 개혁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오콘조-이웰라 후보가 국가 간 통상 협상을 이끌어본 적이 없다는 점은 전문성 면에서 매우 큰 약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국제정치 논리가 적용되더라도 유 본부장이 자질이나 역량 면에서 높이 평가받는 만큼 승산이 충분하리라 본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통상전문가는 "최종 라운드까지 간 것만 해도 굉장히 의미가 있다"면서 "표심은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으며, 아프리카 내에서도 국가별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실제 표가 결집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fusionjc@yna.co.kr,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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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후보와 맞붙는 최종 라운드만을 앞둔 가운데, 세 번째 도전 끝에 한국이 처음으로 WTO 사무총장을 배출할 수 있을지 기대가 커지고 있다.
WTO 수장 선거 최종결선에 오른 유명희ㆍ오콘조-이웰라 |
◇ '유명희 vs 오콘조' 최종 결선서 격돌
8일(현지시간) WTO 사무국의 공식 발표를 앞두고 AFP, 블름버그 통신 등은 소식통을 인용해 차기 사무총장을 선출하는 최종 라운드에 유 본부장과 나이지리아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후보가 진출했다고 보도했다.
2차 라운드는 진출자가 5명이었으나 사실상 유 본부장과 오콘조-이웰라, 케냐의 아미나 모하메드 등 '여성 3파전'으로 평가됐다.
1995년 WTO가 출범한 이래 아프리카 대륙 출신 사무총장과 여성 사무총장을 한 번도 배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예상대로 3차 라운드에 진출하는 최종 2인은 모두 여성이고 아프리카 출신 후보가 포함됐다. 누가 되든 WTO 25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사무총장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유 본부장은 현직 통상 장관으로서의 자질과 전문성을 높이 평가받은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영문과 출신으로 행정고시 35회에 합격한 유 본부장은 1995년 통상산업부가 선발한 첫 번째 여성 통상 전문가다.
25년간 통상 분야에서 활동하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코러스(KORUS·한미 자유무역협정),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다양한 다자무역 협상에서 경력을 쌓았다.
아울러 한국이 자유무역주의의 최대 수혜국이라는 점, 미·중간,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서 중간자적 위치에 있는 점, 코로나19의 모범적인 방역국으로서 국제사회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유 본부장에게 긍정적인 평가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차 라운드에 진출한 아프리카 후보가 2명이어서 표가 분산된 것도 유 본부장에게 호재로 작용했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
◇ 통상전문가 vs 정치력…개인 역량은 접전
누가 마지막 관문을 통과할지 섣불리 점치기는 어렵다. 두 후보 모두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케냐 등 나머지 6명의 쟁쟁한 후보를 제치고 파이널 무대에 선 만큼, 역량 면에서는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는 평가다.
다만 서로 강점은 다르다.
유 본부장은 25년간 '통상 외길'을 걸어온 통상전문가로서 폭넓은 경험과 전문지식을 갖춘 현직 통상 장관이라는 점을 회원국들에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방역 등 코로나 19사태 대응 과정에서 높아진 한국의 위상이나 범정부 차원에서 유 본부장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점 등도 힘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오콘조-이웰라는 나이지리아에서 두차례 재무장관(2003∼2006, 2011∼2015)과 외무부 장관(2006)을 역임한 최초의 여성이다. 통상 분야 경험은 없지만, 정치력이 강점이다.
1970년대 나이지리아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MIT 대학원에서 지역경제 개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세계은행에서 25년간 근무해 국제무대에서는 인지도가 꽤 높은 편이다. 재무장관 시절인 2012년에는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와 총재직을 두고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이사회 의장으로, 코로나19 사태 속에 활발한 행보로 회원국들에 눈도장을 찍었다.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후보 |
◇ 지역 결집·강대국 입김 등 셈법 복잡
최종 결선에서는 후보자 개인 역량 외에도 아프리카 지역의 표심 결집과 강대국의 입김, 국제정치 논리 등이 복잡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역대 WTO 사무총장 가운데 아프리카 출신이 없었던 만큼 아프리카 표심은 오콘조-이웰라 후보 쪽으로 결집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164개 WTO 회원국을 지역별로 보면, 아프리카가 40여개국으로 가장 많고 그다음이 유럽연합(EU), 아시아, 미주 등의 순이다.
반대로 이런 상황이 오히려 유 본부장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개발도상국의 지지를 받는 아프리카 후보로서는 상대 진영인 선진국으로부터 지지를 받기 힘들기 때문에 유 본부장이 진영 간 대결에서 중재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능력만 입증한다면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강대국 중 중국은 아프리카에 대한 최대 교역·투자국으로서 나이지리아 후보의 손을 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대선 결과에 따라 표심 향방이 달라질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WTO 체제 자체에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 왔지만, 조 바이든 후보는 다자무역주의를 옹호하는 입장으로 WTO 체제를 통한 중국 견제 구도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
역사적·지리적으로 한국보다 아프리카와 더 가까운 유럽이 어떤 후보를 지지할지, 우리나라와 수출 규제로 갈등을 빚는 일본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도 변수다.
통상 전문가인 안덕근 서울대 교수는 "WTO를 개혁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오콘조-이웰라 후보가 국가 간 통상 협상을 이끌어본 적이 없다는 점은 전문성 면에서 매우 큰 약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국제정치 논리가 적용되더라도 유 본부장이 자질이나 역량 면에서 높이 평가받는 만큼 승산이 충분하리라 본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통상전문가는 "최종 라운드까지 간 것만 해도 굉장히 의미가 있다"면서 "표심은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으며, 아프리카 내에서도 국가별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실제 표가 결집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fusionjc@yna.co.kr,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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