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추경서 확보한 지역신보 지원 800억원, 지자체와 5:1 ‘예산 매칭’에 발 묶여
16개 지자체가 총 4000억원 출연해야 800억원 집행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출 늘어난 지자체 재정여건상 추가 출연 어려운 상황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7월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통해 확보한 지역신용보증재단 보증공급액 800억원이 발이 묶여 제대로 쓰이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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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7월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통해 확보한 지역신용보증재단 보증공급액 800억원이 발이 묶여 제대로 쓰이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막대한 피해를 입는 소상공인 지원 명목으로 추경이 편성됐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제때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7일 지역신용보증재단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따른 소상공인 금융지원을 위해 배정된 800억원이 지방자치단체와의 '예산 매칭'을 전제로 지원됐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앞서 중기부는 3차 추경에서 확보한 800억원을 지자체 출연금에 20% 매칭해 예산을 집행한다는 계획이었다. 광역 지자체 16곳이 총 4000억원을 출연하는 것을 전제로 800억원을 집행하는 구조다. 하지만 지자체 출연금 자체가 턱없이 부족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은 800억원 중 145억80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로라면 예산의 80%인 654억원은 불용처리돼 국고로 환수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보증 요구가 폭증한 지역신보에 필요한 재원은 당초 58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예산이 800억원으로 줄어들면서 차액을 지자체가 출연하게끔 바뀌었다는 게 지역신보 관계자의 설명이다.
신용보증재단중앙회는 중기부 산하기관이지만 16개 지역신보는 해당 지자체 산하단체로 구성돼 있다. 지역신보의 보증재원은 지자체 출연금, 정부 보조금, 금융회사 출연금 등으로 마련되는데 지자체의 출연이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각 지역신보마다 재원 규모에 큰 차이가 있어왔다.
지자체별 2020년 출연금액 및 매칭 시 정부출연금액 예상액. 그래픽=이진경 디자이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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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월 기준 지자체 출연금은 서울 653억원, 경기도 727억원인데 반해 울산과 충북의 출연금은 0원이었다. 상대적으로 재정이 넉넉한 지자체 산하 지역신보는 일부라도 '매칭' 지원이 가능하지만 출연금이 없는 지자체의 경우 그 돈을 한 푼도 사용할 수 없는 셈이다.
여기에 기획재정부가 지정한 지자체의 출연 시점이 추경 통과 시점인 올해 7월3일 이후인 것도 예산 활용에 발목을 잡고 있다. 각 지자체는 통상 전년도에 계획을 수립해 이듬해 초 지역신보에 출연하는데 코로나19로 재난지원금 지급 등 지출이 많았던 상반기 지자체 재정여건상 추가 출연이 어려운 상황이 겹쳤다.
이 같은 문제를 확인한 중기부는 신용보증재단중앙회와 지역신보의 의견을 듣고 기재부와 협의에 나섰다. 먼저 지난달 22일 4차 추경이 통과됨에 따라 심의과정에서 기재부와 해당 예산 집행률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황영호 중기부 기업금융과장은 "800억원 예산은 지역신보에 지자체 출연을 독려하는 인센티브 매칭 성격이 강했는데 코로나19로 지자체 재정이 악화됨에 따라 집행이 어려웠던 상황"이라며 "매칭 비율을 낮추거나 매칭 대상 출연금을 올해 전체로 산정 또는 내년 출연금까지 포함하는 방안 등을 통해 예산 불용 없이 소상공인 지원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역신보의 보증 규모는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 지속과 올 여름 집중호우로 지역 소상공인들의 수해피해가 확산되면서 대출이 늘어났기 때문인데 이 같은 추세라면 적정운용배수인 10배를 초과해 유동성 위기 발생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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