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김효진 기자] 금융당국이 '라임사태'와 관련해 펀드 판매사들의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중징계안을 사전 통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당 금융사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판매사들은 금융당국과의 마찰을 최소화 하기 위해 입단속을 하는 한편 내부적으로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향후 징계 수위가 결정되면 법적 대응에 나설 지 주목된다.
7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징계 통보를 받은 금융사들은 담당 부서를 중심으로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 대신증권 등 판매사 3곳에 라임 사태와 관련해 징계안을 사전 통보했다. 정확한 제재 수위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문책 경고 이상의 중징계가 통지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의 제재가 통지된 만큼 판매사들의 향후 대응에도 관심이 쏠린다. 징계 통보를 받은 금융사들은 내부 입단속에 각별히 신경쓰는 모습이다. 섣불리 말을 옮겼다가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징계 통보를 받은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전날 금감원에서 징계 통보가 전달된 것은 맞다"면서도 "내세울 만한 내용이 아니라 담당 부서에서만 내용을 공유하고 논의에 들어가 다른 직원들은 전혀 모르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괜히 말을 잘못했다가 당국으로부터 언론플레이 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어 내부적으로 함구하는 분위기"라며 말을 아꼈다.
금융당국이 중징계안을 꺼내든 만큼 판매사들의 적지 않은 반발이 예상된다. 우선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라임사태가 CEO까지 징계할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현재 내부통제 실패 때 CEO를 제재할 근거를 마련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금감원 스스로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융투자가 공모해 펀드 부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속인 사건으로 규정하면서도 판매사들에 무리하게 책임을 지운다는 주장이다.
올 초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징계와 관련해 금감원과 은행권 사이에 촉발됐던 갈등 양상이 다시 전개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DLF 사태 당시 하나은행장)은 금융당국의 중징계(문책 경고) 제재에 불복해 징계 취소 행정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낸 바 있다. 향후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증권사들은 소송 카드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금융당국과 전면전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로 읽힐 수 있어 쉽진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라임펀드를 판매한 은행들의 긴장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증권사 제재가 마무리되면 곧 이어 은행들에 대한 제재 절차가 진행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달 24일 기자들을 만나 "증권사를 먼저 정리하고 은행 쪽으로 가게 될 것"이라면서 "아직 시기를 확실하게 말하긴 어렵지만 연달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은행들은 일단 신중한 모습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증권사들에 대한 최종 제재 결과를 지켜본 뒤 여러 쟁점을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면서 "워낙 맥락이 복잡한 사안이라서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CEO에 대한 중징계는 금융사 지배와 경영구조에 엄청난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높다"면서 "CEO 중징계가 당국의 원칙 비슷한 모양새로 자리잡는 듯해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은행들에 대한 제재 절차는 이르면 내달 시작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제재 결과에 따라 증권사들과 마찬가지로 금감원과 은행 간의 소송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언급된다.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사들이 최근 금감원의 '원금 전액 배상' 분쟁조정안을 수용하는 등 피해 배상에 적극 나서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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