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피격 공무원 유족 "UN이 조사해달라"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원 이 모씨(47)의 유족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유엔 차원에서 이 사건을 조사해 달라는 요청서를 유엔 북한인권사무소에 제출했다. 유엔 산하 또 다른 기구인 유엔인권사무소 서울사무소는 우리 정부와 북한이 공정하고 실질적 수사에 착수할 것을 촉구했다. 이씨의 친형 이래진 씨(55)는 서울 용산 국방부를 찾아 우리 군의 북한군 대화 감청 녹음 파일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6일 이래진 씨와 하태경·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서울 종로구 유엔 북한인권사무소를 방문해 사건조사요청서를 제출했다. 이래진 씨는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앞으로 보내는 요청서에서 "(북한이)동생을 잔인하게 10여 발의 총탄으로 무참히 살해한 사건을 국제사회 유엔에 알리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요청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태 의원은 요청서 제출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우리 공무원 피격 사건을 조사하고 국민에게 알리지 않기 때문에 유엔의 힘이라도 빌리자고 달려왔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북한군이 (대한민국 공무원을)사살했다'는 것을 전 세계 앞에서 인정했다. '정장의 결심에 따라 이번 행위가 감행됐다'고 했다"며 "유엔이 이번 사건을 조사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이 갖춰졌다"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어제(5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 자문을 구했고 (반 전 총장이)'유엔에 직접 제출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하 의원은 유엔 북한인권사무소에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북한인권사무소가 오헤아 킨타나 보고관과 미리 통화했다고 한다"며 "(오헤아 킨타나 보고관이)'북한의 코로나19 방역정책에 슛투킬폴리시(shoot to kill policy)가 있는 것 같다, 조사하겠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북한을 상대로 한 소송 가능성도 제기했다. 하 의원은 "오토 웜비어 측 유족은 재판을 통해 이겼다. 그래서 웜비어 사례와 유사하게 변호사랑 협의하고 있다"며 "북한을 상대로 소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엔인권사무소에서도 북한이 우리 공무원 피격 사건을 수사하고 유해·유류품을 유족에게 반환하는 등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 유엔인권사무소 서울사무소는 이날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대한민국 해수부 공무원 사망 사건과 관련해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국제인권법에 따라 공정하고 실질적인 수사에 즉각 착수하고 수사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래진 씨와 법률대리인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 국방부 종합민원실 앞에서 국방부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 기자회견도 열었다. 유족의 법률대리인 김이윤 변호사는 "북한군 대화를 감청한 녹음 파일이 공개되면 국방부 발표대로 숨진 이씨가 월북 의사를 표시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숨진 이씨의 월북 가능성과 배치되는 표창장도 나왔다. 이래진 씨가 이날 공개한 2017년 중부지방해양경찰청장 표창장에는 "확고한 국가관과 투철한 사명감으로 맡은 바 직무에 정려(부지런히 노력)했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홍구 기자 /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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