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보다 방역 우선 외치던 여당
“해외 갈 사정 있다면 어떻게 막나”
야당 “내로남불 방역, 장관 사퇴를”
강경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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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의 요트 쇼핑 여행이 강 장관에 대한 비판을 넘어 ‘개인의 자유’ 대 ‘방역이라는 공익’ 중 뭐가 우선이냐는 논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강 장관은 5일 오후 쿠웨이트 국왕의 서거 조문을 위해 외교부 청사를 나서면서 침묵을 지켰다. ‘(미국 여행 중인 남편의) 귀국을 설득할 생각은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강 장관은 “조문이 예정돼 있어 자제해 달라”고만 말했다. 전날에는 “국민들께서 해외여행을 자제하시는 가운데 이런 일이 있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지만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엄밀히 말해 이 교수가 불법을 저지른 건 아니다. 외교부는 지난 3월부터 전 세계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하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여행 계획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말 그대로 권고이지 강제 조치는 아니다. 개인의 자율에 맡긴다는 뜻이다. 정부가 ‘K방역’으로 자부하는 한국의 방역 조치와 관련, 국제적으로는 동선 추적 및 개인정보 공개 등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도 나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우려에 대해 정부 입장을 대변하며 앞장서 선을 그어 온 게 강 장관이었다. “사생활은 중요한 인권이지만 법률에 따라 제한할 수도 있는 것이고,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5월 14일 독일 도이체벨레 인터뷰)라면서다.
이에 야당은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하며 강 장관의 사퇴까지 요구하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5일 당 회의에서 “해외여행 자제를 권고한 외교부 수장은 누구냐. 하다하다 코로나 방역도 내로남불인 ‘코로남불’이냐”고 꼬집었다.
반면에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꼭 (해외에) 나가야 할 사정이 있다면 국민 누구를 막을 수 있겠나. 공직자에 대한 무한책임 관행은 합리적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실 보수단체들이 개인의 자유를 내세워 개천절 집회를 강행하려 할 때 방역이 우선이라는 논리로 비판했던 건 여당인데, 이번엔 양 진영에서 이전과는 다소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실제 이번 사안에 대해선 전통적으로 개인의 권리를 중시해 온 진보 성향의 인사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서 일병(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과 달리 (이 교수 해외여행은) 사생활”이라며 “굳이 따져야 하나”라고 말했다.
반면에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당 상무위원회의에서 “정부 방침에 따라 극도의 절제와 인내로 코로나19를 견뎌오신 국민들을 모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유정·정진우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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