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미국행 논란에 “국민은 해외여행 자제하는데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힌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4일 저녁 외교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0.10.4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외교부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해외여행 취소를 권고하는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한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난 3일 미국행에 올라 논란을 빚고 있다. 강 장관은 ‘송구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가운데 여당 내에서도 “부적절했다”는 반응이 나오면서 이번 사건이 강 장관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KBS는 이 교수가 지난 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다고 보도했다. 이 교수는 블로그에 ‘캔터 51’ 요트를 구매한 뒤 이 요트를 타고 미국 동부 해안을 여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캔터 51 요트는 요트제작업체 캔터가 만든 51피트(약 15m) 길이의 항해용 요트로 최소 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여행 목적을 묻는 취재진에게 “그냥 여행 가는 것이다. 자유여행”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하루이틀 내로 코로나19가 없어질 게 아니다”라며 “매일 집에서 그냥 지키고만 있을 수 없으니까 조심하면서 정상 생활을 어느 정도 해야 하는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교부의 ‘특별여행주의보’ 발령에도 불구하고 요트 구매차 미국을 방문해 논란을 일으킨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 이일병(왼쪽)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난 3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KBS 뉴스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외교부는 지난 3월 23일 전 국가·지역 해외여행에 대해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한 뒤, 6월 20일과 지난달 19일 이를 두 차례 연장했다. 특별여행주의보 발령 시 해외여행 취소와 연기를 권고하지만 여행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주무부처 장관의 가족이 불요불급한 일로 여행 취소 권고를 지키지 않음에 따라 외교부의 여행경보에 대한 신뢰도와 대국민 설득력을 훼손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 2월에도 베트남 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강 장관은 4일 외교부 실·국장급 간부들과의 회의에서 “국민들께서 해외여행 등 외부활동을 자제하시는 가운데 이런 일이 있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본인(남편)도 잘 알고 있고 저도 설명하고 했습니다만 결국 본인도 결정해서 떠난 거고 어쨌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남편에게 귀국을 요청할 계획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남편이) 워낙 오래 계획하고 미루고 미루다가 간 것이라서 귀국하라고 얘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여당 지도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국민의 눈으로 볼 때 부적절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고위공직자, 그것도 여행자제 권고를 내린 외교부 장관의 가족이 한 행위이기 때문에 부적절한 행위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이번 사태가 강 장관 거취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 장관이 문재인 정부의 최장수 장관이라는 점에서 이 일을 계기로 연말 개각 대상에 오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강 장관이 사과하긴 했지만 직접 이야기를 듣고 내막을 파악해 봐야겠다”며 말을 아꼈다. 또 다른 의원은 통화에서 “강 장관이 실국장회의에서가 아니라 직접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사퇴까지 언급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상황을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중 특혜 의혹과 북한군에 의한 공무원 피살 사건 대응 논란에 이어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민 감정을 건드리는 악재가 터져 나오면서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강 장관의 거취가 거론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사실관계 확인과 함께 여론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현 정부 원년멤버인 강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워 5년 임기를 함께 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렸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밀리터리 인사이드
- 저작권자 ⓒ 서울신문사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