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6월1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강경화 외교부장관 임명식에서 강 장관의 남편인 이일병 교수에게 꽃다발을 주고 있다.(청와대) 2017.6.18/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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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입장이 없습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가 요트 구입을 위해 미국 여행을 떠난 것과 관련해 외교부 관계자는 4일 이같이 말했다.
앞서 3일 KBS는 이 교수의 미국 출국 사실을 보도했다. 요트 구입 및 미국 동부 해안 항해가 여행 목적이라고 한다.
이 교수는 KBS 취재진에게 "하루 이틀 내로 코로나19가 없어질 게 아니다"라며 "매일 집에서 그냥 지키고만 있을 수 없으니까 조심하면서 정상 생활을 어느 정도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직자 가족인데 부담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나쁜 짓을 한다면 부담이지만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는 것, 내 삶을 사는 건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때문에 그것을 양보해야 하느냐"며 "모든 것을 다른 사람 신경 쓰면서 살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외교부가 코로나19(COVID-19)에 따라 전 국가·지역에 대해 특별여행주의보를 내린 상황이라는 점 때문에 이 교수의 '요트 여행'이 비판받고 있다.
이 교수의 배우자인 강 장관이 수장으로 있는 외교부는 "특별여행주의보 발령 기간 중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계신 우리 국민께서는 여행을 취소하거나 연기해달라"고 권고하고 있기도 하다.
이 교수의 출국이 추석 연휴 기간 중에 이뤄진 점도 지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전국민 이동 자제를 요청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코로나19를 이유로 국민들에게 요청한 △해외 여행 취소 △추석 연휴 이동 자제 권고를 현직 외교부 장관의 남편이 "내 삶을 사는 것"이라고 오히려 항변하며 어긴 모양새다. 국민들에게는 "여행도 고향행도 자제해달라"고 해놓고, 사회 지도층은 미국으로 '요트 여행'을 당당하게 가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에 가까운 모습이 연출된 셈이다.
이한상 고려대 교수는 이를 두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인민들은 그저 착한 백성이 되고자 방역에 협조하면서 숨죽이고 사는데, 우리도 초엘리트 문파(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처럼 깨어나 한 번 뿐인 인생, 하고 싶은 대로 살아야 하지 않을까"라고 반어법을 쓰며 비판했다.
또 "위기 상황에서는 초엘리트님들이 솔선수범을 보여줘야 하는데 오히려 특권 과시적 행동을 한다"라며 "소위 이나라 지도층이란 사람들은 인민을 뭐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을까"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장관 배우자의 일에 직접적인 입장을 밝히는 것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국민 여론 역시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섣부른 대응이나 반박 대신에 "밝힐 입장이 없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는 점에서 이같은 외교부의 속내를 유추해볼 수 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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