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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2020 미국 대선

바보, 광대, 이 녀석... 트럼프와 바이든, 막말과 비방만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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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대법관, 코로나19, 경제 등 6가지 주제 토론
정책 공방 사라지고 막말, 거친 표현 난무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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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29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대선후보 첫 TV토론을 벌이고 있다. 클리블랜드=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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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그가 거짓말쟁이라는 걸 알고 있다.” “이봐, 입 좀 닫아주시지?”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당신이 거짓말쟁이야.” “당신네 정당은 사회주의 의료로 가고 싶어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11월 미국 대선을 한 달여 앞둔 29일(현지시간) 열린 1차 대선후보 TV 토론은 거친 표현과 말 끼어들기, 맞대응이 난무한 자리였다. 미 언론들이 '혼돈 그 자체'라고 평가할 정도로 정책 공방 대신 막말과 비방이 주를 이룬 토론회였다.

오하이오주(州) 클리블랜드 케이스리저브웨스턴대에서 열린 이날 토론에서 두 후보는 연방대법관 후보자 지명부터 선거 결과 승복 여부까지 여섯 가지 주제를 놓고 1시간 30분 동안 거센 공방을 벌였다. 특히 바이든 후보가 거칠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거짓말쟁이’, ‘바보’, ‘광대’, ‘인종차별주의자’ 등의 표현으로 강하게 몰아붙였다. ‘이 사람, 이 녀석(this man, this guy)’ 같은 표현까지 써가며 압박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주의’, ‘좌파’ 등의 용어로 바이든 후보를 공격했고, 상대가 말하는 중간에 계속해서 발언을 하다 사회자 제지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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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대선 첫 TV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클리블랜드=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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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코로나19, 인종차별 문제로 공방 이어져


두 후보는 첫 토론 주제인 대법원 문제부터 부딪혔다. 바이든 후보는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 후보자를 직접 공격하는 대신 11월 대선, 상원 결과가 나온 뒤 후보자를 지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바이든 후보는 특히 배럿 후보자가 대법관이 될 경우 ‘오바마케어(건방보험개혁법)’가 흔들릴 것이라는 논리를 댔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신네 정당은 사회주의 의료로 가고 싶어한다”며 “그는 사보험을 금지시키고 싶어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바이든 후보가 “그는 건강보험에 대해 전혀 계획이 없다”고 맞받으면서 목소리가 높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슈도 토론 주제였다. 이번엔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산 초기 제대로 경고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그는 코로나19와 관련해 거짓말만 했다”고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바이든 후보가 “모두들 그가 거짓말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조, 당신이 거짓말쟁이다”라고 반박했다.

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마스크 착용을 두고 바이든 후보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지침이고 마스크 착용이 수만 명을 살렸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의 평소 마스크 착용 문제를 비꼬며 공격했다.

세 번째 토론 주제 경제 문제에선 미국 경기 회복과 트럼프 대통령 탈세 논란이 도마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 이전 미국 경제가 역사상 가장 호황을 누렸다고 주장했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코로나19 혼란을 정리하기 전까지는 당신은 경제 문제를 풀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 뉴욕타임스(NYT) 보도로 촉발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소득세 탈세 논란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2016, 2017년 수백만 달러를 세금으로 냈다”고 반박했다. NYT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엔 750달러만 소득세를 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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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 민주당 대선 후보가 29일 미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선 1차TV 토론에 참석해 토론하고 있다. 클리블랜드=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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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토론에 이어 인종ㆍ폭력 이슈에서도 두 후보는 강하게 부딪혔다. 바이든 후보는 인종차별 반대 항의시위를 거론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인종차별주의자’로 지칭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법과 질서’를 강조했고, “당신은 그 단어를 입에 올리지도 못할 것이다. 그러면 극좌 지지자들을 전부 잃을 테니까”라고 공박했다. 이에 바이든 후보는 “폭력은 절대로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인우월주의자’ 대책 관련 질문에 “모든 게 우파가 아니라 좌파로부터 나온다”고 정확한 언급을 피하기도 했다.

개인 이슈 토론에선 과거 발언과 가족 문제 공방이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전사자를 ‘패배자’ ‘호구’로 불렀다는 미 주간지 애틀랜틱 보도가 바이든 후보의 공세 고리였다. 그는 이라크전쟁에 참전했고 뇌종양으로 숨진 장남 보 바이든을 언급하며 “그는 패배자가 아니라 영웅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의 차남 헌터 바이든의 러시아 중국 자금 이득설을 제기하며 공격에 나섰다.

마지막 대선 결과 승복 주제에서도 입장은 첨예하게 갈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에서 누가 이겼는지 알려면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다”며 우편투표 부정 의혹을 다시 거론했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내가 당선자가 아니라면 그 결과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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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29일 미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케이스리저브웨스턴대에서 열린 제1차 TV 토론에 참석하고 있다. 클리블랜드=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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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CNN, '바이든이 토론 승자' 60% 조사 결과 발표


이날 토론은 코로나19 우려 때문에 두 후보자가 악수도 하지 않은 채 시작됐다. 청중 숫자도 제한됐고, 청중들의 환호 야유 등도 금지됐다. 사회자는 2016년 대선 토론도 진행했을 정도로 경험이 풍부한 폭스뉴스 앵커 크리스 월러스가 맡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토론 중간 계속해서 답변에 끼어드는 바람에 제지에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대선 토론 종료 직후 미 CNN은 바이든 후보가 토론을 잘 했다는 응답이 60%, 트럼프 대통령이 잘 했다는 응답은 28%였다고 보도했다. 다만 TV토론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여서 일반 여론조사 결과와는 차이가 날 수 있다. 특히 2016년 대선 당시에도 1차 토론 후엔 당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트럼프 후보를 앞섰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실제 대선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 압승이었다. TV토론 승자가 대선 승자는 아니라는 얘기다. 대선 기간 대통령 후보 TV 토론은 세 차례 열리고 10월 15일, 22일 두 차례 더 진행된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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