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변형 방법도 안 돼” 車 시위 막은 정부… “그래도 하겠다”는 보수단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시·경찰, 개천절 집회 신고단체 일괄 ‘금지 통고’ 후 취소 잇따라

“예정대로” vs “차량시위”… 보수단체 내 ‘집회 강행’ 두고 의견 엇갈려



세계일보

지난 20일 오후 ‘과천시민광장 사수 범시민대책위 출범식’ 당시 차량 집회 모습. 뉴스1


정부가 이른바 ‘드라이브스루(Drive-Thru)’ 방식을 포함한 개천절 광화문 집회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강경 방침을 밝힌 가운데, 일부 보수단체가 기존 계획대로 집회를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논란은 지속하고 있다.

8·15 집회참가자 국민비상대책위원회는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회금지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헌법상 집회의 자유를 지키겠다”며 개천절 집회를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친 코로나19의 덫 걸리지 말아야 할 텐데…”

최근 경찰이 개천절에 10인 이상 집회를 신고한 단체 14곳에 대해 모두 금지를 통고하자 집회를 취소하기 보수단체들이 잇따르고 있다. 광화문에 밀집하는 집회는 중단하는 대신 차량 집회를 선언한 보수단체도 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 대표 서경석 목사 등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량집회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개천절 오후 1~5시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광화문 광장을 거쳐 서초경찰서까지 차량 200대로 행진하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김 전 지사는 “(정부 방역 지침에) 굴복하는 것이라 볼 수 있지만, 지금은 지혜롭게 대처할 때”라며 “무조건 직진으로 정면으로 붙어 싸우기보다 국민들의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개천절 광화문 집회의 중단을 선언한다”면서도 “정부가 쳐놓은 코로나19 덫에 걸리지 않으면서 우리 의사를 표출하는 유일한 방법은 최근 주목받는 카퍼레이드 방식”이라고 밝혔다.

세계일보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 대표 서경석 목사 등이 24일 국회 앞에서 다음 달 3일 광화문 집회 중단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쳐놓은 코로나19 덫’이란 표현은 “문재인정부와 그에 동조하는 관변·어용 단체 및 언론들이 반(反)정부 시위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방해 행위로 몰아가려는 비열한 프레임을 짜고 있다”는 비판 의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 목사는 “차량시위와 코로나19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면서 “차량 200대가 행진할 예정인데 경찰의 집회 금지 통고를 받으면 행정소송을 하겠다”고 했다.

최근 광복절 도심 집회를 주도했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재수감된 이후 집회 추진 동력이 약화한 상황에서 보수단체 간 집회 강행을 두고 온도 차마저 감지되면서 집회가 열리더라도 그 규모는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세계일보

지난 8월15일 열렸던 광화문 집회 모습. 연합뉴스


◆“차량시위 절대 안돼” vs “허용해야”…여당 내 이견도

당국이 집회를 막겠다는 강경 방침을 고수하는 가운데 비교적 감염 우려가 낮은 차량 시위 방식을 놓고는 정치권의 의견은 엇갈린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차량 시위에 대해 “법이 허용하고 방역에 방해가 되는지 아닌지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교통과 방역에 방해되지 않는다면 그 사람들의 권리 아니겠나”라고 답해 여당의 공격을 받았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주 원내대표의 해당 발언을 겨냥해 “국민의힘 김진태‧민경욱 전 의원에 이어 지도부까지 사실상 개천절 집회를 두둔하는 발언을 하는 모습이 마치 방역 방해를 위한 경연단 같다”며 “집회 강행으로 코로나19 재확산이라는 국민 우려가 현실화한다면 국민의힘이 모두 책임지라”고 엄포를 놨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불법 도심 집회는 반사회적 행위로 규정하고 공권력을 총동원해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코로나19 부흥 세력과 합작해 수도 서울을 코로나19, 교통대란으로 마비시키겠다는 비이성적 발상”이라고 몰아붙였고, 노웅래 최고위원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자제 요청은 또 쇼였다”고 비판했다.

차량 시위를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 여당 내 다수의견이지만, “정치적 표현이라면 허용해야 한다”는 소수의견도 나왔다. 차기 유력 대권 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방역에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 내의 정치적 표현이라면 허용해야 한다”면서 “감염을 최소화하거나 위험성이 없는 방법이라면 집회와 표현의 자유를 막을 필요는 없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세계일보

정세균 국무총리. 연합뉴스


◆단호한 정부 “어떤 변형된 방법도 용납 않겠다”

정부는 차량 시위 등 변형된 형태의 시위 역시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있는 데다 교통체증 등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허가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 광복절에 광화문 집회로 재확산 여파로 홍역을 치른 서울시와 경찰은 추석 연휴 기간 개천절 집회를 신고한 단체들에 대해 일괄 ‘금지 통고’를 내렸다. 정부 역시 이들이 집회를 강행한다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수 차례 밝혔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개천절 광화문 집회는 어떤 변형된 방법으로든 용납하지 않겠다”며 “법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강력하게 하겠다”고 단호한 입장을 나타냈다.

김창룡 경찰청장도 내달 3일 서울 시내 집회를 막기 위해 ‘3중 검문소’ 운영으로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전국 경찰 지휘부 화상회의를 열고 “개천절 불법 집회에 법이 허용하는 모든 권한을 활용해 최대한 경찰력과 장비로 완벽히 차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청장은 “서울 시계(시 경계), 강상(한강 다리 위), 도심권 순으로 3중 차단 개념의 검문소를 운영해 도심권 진입을 차단하겠다”며 “예상되는 주요 집결 장소에 경력과 장비를 최대한 동원해 집결을 차단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