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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등록금 전면 조정해야죠" 비대면 강의에 뿔난 대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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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상황시 등록금 면제·감액 가능 법안 통과…강제성 없어 실효성 논란

대학생 10명 중 6명 "등록금 반환 못 받아"

전문가 "기존 대면 수업을 한다는 전제 아닌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아시아경제

청년진보당 관계자들이 지난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코로나시대 대학생 권리찾기 운동 선포 기자회견에서 등록금 100만원 상한제 추진 및 등록금 반환에 대한 교육부의 관리감독과 기준 마련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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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비대면 수업만 1년이잖아요", "당연히 등록금 돌려받아야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대부분 대학에서 2학기째 비대면 수업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등록금 반환을 촉구하는 대학생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비대면 강의의 경우 수업의 질이나 시설 이용 등에서 대면 강의와 확실한 차이가 있는데도 등록금을 그대로 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비대면 강의를 기준으로 등록금을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문가는 상황이 달라진 만큼 기존 등록금 산정 방식에 대한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24일 교육부에 따르면 코로나19 등으로 대학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학 등록금을 면제·감액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 등 7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코로나19 등 재난 상황으로 학사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학은 학내 등록금심의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등록금을 면제·감액할 수 있다. 등록금심의위원회는 학생, 교직원, 전문가 등 구성단위별 위원을 전체 위원의 절반을 넘지 않도록 구성돼야 한다.


다만 비대면 수업시 반드시 감액되는 것은 아니다. 이날 연합뉴스에 따르면 교육부 관계자는 "학사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할 경우 각 대학이 학생들과 협의를 거쳐 등록금을 반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으로 등록금 면제·감액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긴 했으나,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의 요구가 있더라도 대학에서 등록금 반환에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할 경우,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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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카페에 앉아 노트북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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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설문조사 결과 대학생 10명 중 6명은 1학기 등록금 일부를 반환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5일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과 잡코리아가 대학생 4022명을 상대로 '1학기 원격수업으로 인한 등록금 일부 반환 여부와 2학기 휴학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60.5%는 "반환받지 못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환 금액도 등록금의 평균 7%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학 알리미에 따르면 올해 한 학기 평균 등록금은 335만 원으로 조사됐다. 상황을 종합하면 평균 학생 1인당 약 23만5000원을 반환받은 셈이다.


이렇다 보니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는 만큼 비대면 수업을 기준으로 등록금을 다시 책정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등록금이 반환된다고 하더라도 반환 금액이 기존에 납부한 등록금의 10%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또 일부 학생들은 "1학기 등록금조차 반환받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생 김 모(22) 씨는 "얼마 전에서야 1학기 수업분으로 실제 지불한 등록금액의 10%를 환급받았다"며 "등록금은 490만 원인데, 장학금을 제하고 실 납부금액 기준 10%인 40만 원을 돌려주더라"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 씨는 "이과이기 때문에 실험·실습 수업이 중요하다. 교과과정에 실험·실습 수업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재료비, 실험 장비 유지비 등으로 등록금이 더 비싼 것으로 알고 있다. 정작 사용도 못 했는데 왜 그만큼에 해당하는 등록금은 돌려주지 않는 것인지 화만 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대학생 박 모(24) 씨도 "법안이 나와도 강제성이 없는데 상황이 어떻게 나아지겠나. 비싼 등록금은 제때 받아가 놓고 반환은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미루다가 고작 2~30만 원 돌려주는 게 말이 되냐"며 "대학은 학생을 상대로 장사하는 곳이 아닌데, 어떻게든 돈을 가로챌 생각만 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박 씨는 "비대면 강의를 기준으로 학사일정이나, 수업 진행 및 성적 산출방식을 모두 새로 짜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당연히 그에 맞게 등록금도 조정해야 한다. 학생들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살펴보려는 노력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코로나19 이후 원격교육이 일반화되고 있기 때문에 등록금 책정 방식의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는 일시적으로 기존 대면 수업을 한다는 전제하에 불가피하게 비대면 수업을 하니 감면을 해준다는 건데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며 "원격 수업이 하나의 추세라고 보고 교육부가 창의적이고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현재 상황이 유지될 경우) 교육의 질은 그만큼 떨어질 것이고, 학생들도 학업에 대한 동기부여가 없기 때문에 성취도가 떨어진다. 학점도 상대평가가 안 되니까 기존의 체계가 모두 무너졌다. 대면수업과 비대면 강의 방식은 완전히 달라야 한다"며 "대학이 미흡한 정책이나 제도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처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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