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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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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시무7조’의 원류 따라 가보니…“문장이 역시 희망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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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따끈따끈 새책] ‘문장의 시대, 시대의 문장’…한 장의 글로 누군가는 출세를 하고, 누군가는 목숨을 잃는다

머니투데이

“명황(당나라 현종)도 개원(開元) 초에는 마음을 가다듬고 정치에 힘써 비단을 대궐 앞에서 불살랐습니다. 그러나 평화가 오래 이어지자 사치를 좋아하는 마음이 싹트기 시작했고 양귀비에게 홀려 방탕한 생활로 세월을 보냈습니다. 결국 나라까지 잃게 되었는데도 알지 못하였습니다. 털끝만 한 차이가 천 리로 벌어진다는 말씀은 바로 이런 일을 가리킨 것입니다.”

세종이 추구한 실용적 문장론을 완성한 ‘글쓰기의 대가’ 박팽년은 ‘명황계감’ 서문에서 당나라 현종과 양귀비의 스캔들에 선유(先儒, 선대의 유학자)의 논평을 붙여 후세에 경계의 뜻을 전했다.

“전하의 나랏일은 이미 잘못되었고 나라의 근본이 망하여 천의(天意)가 떠나갔습니다. 인심도 이미 떠났습니다. 자전(명종의 모후)께서는 생각이 깊으시나 궁중의 한 과부에 지나지 않으시고 전하께서는 선왕의 외로운 후사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천백 가지 하늘의 재해와 억만 갈래로 갈라진 인심을 무엇으로 수습하겠습니까?”

최근 유행한 현대판 ‘시무7조’의 원조 격이랄까. 남명 조식은 눈앞에 굴러온 벼슬을 사양하며 왕에게 쓴소리하는 데 전혀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단성 현감에 임명되자마자 사직을 요청하며 조선 역사상 가장 격렬하다고 평가받는 상소문을 올렸다. 조식은 명종 시기의 문란한 국정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국가의 전면적인 개혁을 요구했다.

조선은 우리 역사를 통틀어 문장이 가장 대접받는 시대였다. 그래서일까. 역사의 갈림길에서 목숨을 구한 편지 한 장부터 붓을 꺾지 못해 고난을 자초한 절개 높은 상소문까지 문장을 통해 세상을 바꾸려는 이들이 차고 넘쳤다.

책은 조선 500년을 관통하는 역동적인 문장의 역사와 그 행간에 숨은 조선의 풍경을 생동감 있게 그린다.

‘시대의 문장’(1부)에선 글로 새 나라를 설계한 경세의 문장가 정도전, 문장의 힘으로 국가의 질서를 확립한 세종 등을 통해 시대적 사명이 문장가를 어떻게 움직였는지 살펴본다.

‘문장의 시대’(2부)에선 의롭고 강개한 마음뿐 아니라 감추고 싶은 감정과 욕망까지 기록한 글의 흔적을 더듬는다.

저자는 “우리를 공정하고 평화로운 미래로 안내할 문장의 스승은 어디에나 있다”며 “문장은 개인의 삶과 국가의 운명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 그리하여 우리에게도, 문장은 역시 희망이다”라고 말한다.

◇문장의 시대, 시대의 문장=백승종 지음. 김영사 펴냄. 260쪽/1만4800원.

김고금평 기자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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