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터키 중앙은행이 2018년 외환 위기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최근 리라화 가치가 달러 대비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경제상황이 악화하자 결국 환율 방어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터키 중앙은행은 24일(현지시간) 통화정책위원회에서 기준금리인 1주 레포(repoㆍ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10.25%로 인상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월 8.25%에서 2.0%포인트 높인 수준이다. 당초 시장 전망은 동결이 예상됐었다.
터키 중앙은행은 지난해 7월 무라트 우이살 총재 취임 이후 24%에 달하던 기준금리를 9차례에 걸쳐 8.25%까지 낮췄었다. 이후 지난 6~8월 금리를 동결해왔다.
하지만 올 들어 리라화 가치가 달러 대비 20% 이상 떨어지고, 외환시장에서 리라화를 사들이는 중앙은행의 환율방어책조차 '외환보유고 급감'이라는 악수로 이어지자 결국 금리 카드를 꺼내들었다. 블룸버그통신은 "터키가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201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터키 경제는 리라화 폭락과 두자릿수 인플레이션이 겹치며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현 금리는 지난달 터키의 물가상승률(11.77%)에도 훨씬 못미치는 수치다. 터키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은 1월 780억달러에서 9월 453억달러로 반토막났다.
다만 일각에서는 무라트 우이살 총재가 이끄는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결정이 '고금리 반대론자'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의 마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앞서 2018년에도 무라트 체틴카야 전 총재가 이끄는 중앙은행이 리라화 폭락사태에 따른 환율 방어 차원에서 금리를 24%까지 올리자 "고금리가 물가 인상을 유도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당시 대통령의 노골적인 금리 인하 요구를 거부한 체틴카야 전 총재는 결국 해임됐고, 무라트 우이살 부총재가 후임 총재로 임명됐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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