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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南실종자 해상서 사살·불태워 '잔혹대응'…바이러스 다루듯(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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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개성 월북 후 후속 조치인듯…8월부터 국경완충지대 설정하고 사살 지침

남북관계에 악재만 덧쌓여 최악으로…한국사회 반북감정 더 커질 듯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북한이 어업지도선을 타고 있다가 실종돼 월북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진 남측 공무원을 처형한 잔인한 만행의 배경과 향후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그 어떤 설명으로도 민간인을 사살하고 시신까지 불태운 잔혹한 행위는 인명 경시와 인권을 무시하는 북한 체제의 실체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아직 북한이 이번 사건에 대해 침묵하고 있어 지켜봐야 하지만, 일단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강경 대응 차원으로 풀이된다.

24일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은 '기진맥진'한 남측 공무원을 배에 태우지도 않은 채 진술을 들은 후 그 자리에서 사격을 가했고, 사살 후에는 방독면에 방화복을 입은 군인이 기름까지 부어 불태운 것으로 알려졌다.

남측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가운데 북측 해상에 들어온 남측 공무원을 사람이 아닌, 마치 '코로나 바이러스'를 대하듯 다룬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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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긴급 당중앙위 정치국 비상확대회의 전경
(서울=연합뉴스) 북한은 지난 7월 25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전환했다고 조선중앙TV가 26일 보도했다. 회의에 참석한 정치국 위원과 후보외원들 일부는 자리에서 일어나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을 청취하거나 메모하고 있다.[조선중앙TV 화면 캡처.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



이번 사건은 지난 7월 월북한 개성 출신 탈북민이 코로나19 확진자로 의심된다며 월북민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전방 군부대 간부들을 처벌한 사건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당시 이 사건이 발생하자 7월 26일 직접 당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 이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특급 경보를 발령했으며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전환했다.

더욱이 회의에서는 "월남 도주사건이 발생한 해당 지역 전연(전방)부대의 허술한 전선 경계 근무실태를 엄중히 지적하고 당 중앙군사위원회가 사건 발생에 책임이 있는 부대에 대한 집중조사결과를 보고받고 엄중한 처벌을 적용하며 해당한 대책을 강구하는 문제를 논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김 위원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관련 부대 지휘관과 군인들에 대한 처벌이 다뤄지고 대응책을 토의했다는 점에서 이후 접경지역을 지키는 군부대의 긴장도가 상당히 높았을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해군계통의 상부지시'라고 밝혔는데, 개성출신 탈북민의 월북 사건을 계기로 북한 군부와 남북 접경지역 군부대의 신속한 코로나 강경 대응에 힘이 실렸을 수 있다.

인명 경시에 익숙한 북한 군인들이 이번 사건의 악영향과 후유증을 인식하지 못한 채 오로지 코로나19 유입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무모하게 벌인 행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북한 매체들은 7월부터 "해상에서 밀려 들어오거나 공중에서 날아오는 물체 등을 발견하는 경우 소각 처리하는 규율과 질서를 엄격히 세우라"며 선제적 대책을 촉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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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서도 손 씻기, 체온 제기는 필수
(서울=연합뉴스) 북한은 지난 7월 2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비상확대회의에서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격상시킨 데 이어 당 조직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구체적인 조직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27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사진은 주민들이 체온을 측정하고 손을 씻는 모습.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nkphoto@yna.co.kr



일각에서는 일선 부대의 자의적 판단보다는 탈북민 월북사건을 교훈 삼아 남북 경계를 넘으려는 사람에 대해 월남자는 물론 월북자까지 누구를 막론하고 모두 사살하라는 지도부의 지침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이 종전 같으면 월북자나 월남자를 붙잡아 신원과 배경 등을 조사하고 송환하기도 했지만, 코로나19 유입 차단이 최우선 국가적 과제인 만큼 특단의 조처를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북한에 정통한 대북소식통은 이날 "북한의 사회안전성에서 지난 8월에 코로나19 차단을 위한 국경 봉쇄 지침을 내렸다"며 "그 지침에는 국경 봉쇄선 1∼2㎞ 계선에 코로나 방역을 위한 완충지대를 설정하고 완충지대에 들어왔거나 국경 차단물에 접근한 인원과 짐승에 대해서는 무조건 사살할 것을 지시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전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도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로 워싱턴에서 열린 화상회의에서 "북한이 중국과의 국경에 1∼2㎞의 새로운 '버퍼존'(완충지대)를 설치했다"며 "이 지역에 북한 특수작전부대(SOF)가 배치됐으며 (무단으로 국경을 넘는 이들에 대한) '살상 명령'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국경 지역 완충지대 설정과 완충지대 접근 인원에 대한 사살 지침은 남북이 인접한 바다와 전방 지역의 군부대와 군부에도 그대로 적용됐을 것으로 보이며, 남측 공무원에 대한 잔혹 대응행위도 이런 연장선일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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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지키는 해군 고속정
(연평도=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지난 7월 1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대연평도 앞 바다에서 우리 해군 고속정이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남북관계의 단절 속에서 불거진 이번 남측 공무원 사살 사건은 남측 정부가 고민해온 자그마한 해결책마저 찬물을 끼얹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문재인 정부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며 코로나19와 태풍 피해 속에서도 남측의 지원을 외면하고 대화조차 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심지어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방치했다는 이유로 한국 국민의 세금으로 건설한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행위를 하기도 했다.

이런 속에서도 정부는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기 위한 다양한 모색을 했고, 문 대통령은 사건이 알려지기 전날인 22일(미국 현지시간) 유엔총회 영상 기조연설에서 국제사회에 한반도 종전선언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남측 민간인 총격 사건은 코로나19 차단이든 그 어떤 이유로도 인명을 중시하는 한국의 정서상, 그리고 인권 차원에서도 용납하기 어렵고 국민적 분노와 반북 감정만을 고조시킬 것으로 보인다.

2008년 7월 금강산관광을 갔던 남측 주민 박왕자씨의 사망은 신참 초병의 단순한 총격사건에 따른 것이었다면, 이번엔 코로나19 유입을 이유로 민간인을 사살하고 불에 태운 잔인한 대응이라는 점에서 한국사회의 충격은 더욱 크다.

최소한 북측이 남측 공무원 사살에 대한 사과와 처벌 등 분명한 입장 표명이 없이는 그 어떤 해결책도 무의미하고 장기적으로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데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ch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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