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유엔 기조연설 북한 호응 촉구 후 하루만에 발표
北 추가 조치 및 입장 발표 수준에 따라 남북관계 흐름 결정될 듯
국방부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어업지도 업무를 하다 돌연 실종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북한 측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고 밝혔다. (서해어업지도관리단제공) 2020.09.24/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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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북한이 해상에서 월경한 남측 민간인을 향해 총격을 가한 후 시신을 화장한 이례적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향후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진다. 현재로선 급격한 악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24일 국방부는 지난 21일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어업 지도 공무원 A씨가 자진월북을 시도한 뒤 22일 북한군 단속정에 의해 피격됐고, 시신도 해상에서 불태워진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북측이 A씨에게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에 태운 것은 실종 다음 날인 22일 밤 10시를 전후해 이뤄진 것으로 군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또 군 당국은 이번 북한의 행동에 대해 우발적이라기보다는 의도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장의 자체 판단이라기보다 지시 체계에 따른 상부의 판단이 있었다는 뜻이다.
북한의 이 같은 행동은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인 23일 새벽(미국 현지시간 22일) 제75차 유엔(UN)총회 기조연설에서 북측에 유화 메시지로 '종전선언'과 '동북아시아 방역·보건협력체'를 언급하기 직전에 이뤄졌다.
이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까지도 우리 정부는 북측을 향에 지속적으로 유화메시지를 내왔다. 지난 6월 북한이 대북전단(삐라) 살포를 이유로 개성 남북공동연락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하고, 남북 통신연락선을 모두 차단했지만 끊임없이 북한에게 대화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제75주년 광복절 8·15 경축식, 지난 9·19 평양공동선언 2주년 등을 기념해 북측에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지난 7월 취임한 이후 '먹는 것, 아픈 것, 죽기 전에 보고 싶은 것'을 강조하고 코로나19 협력·이산가족 상봉 등을 언급하며 인도적 협력에 대한 북측의 호응을 유도했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 6월 말 이후 별다른 대남 메시지를 보이고 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남북관계 경색 국면에서 우리 국민의 총격·화장 사건이 발생하며 경색은 짙어질 전망이다. 다만 향후 북한 당국의 추가 조치와 입장 발표의 수준과 내용에 따라 남북관계 흐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군 당국은 우선적으로 북한의 이번 행동을 '만행'으로 규정하고 적절한 해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이날 국방부는 "북한의 이러한 만행을 강력히 규탄하고, 이에 대한 북한의 해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저지른 만행에 따른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추후 북한이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가 관건이다. 북한 당국이 책임을 통감하며 유감을 표명할 수도 있으며, 반대로 정당한 조치를 했을 뿐이라고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또는 북한이 시간을 끌며 무대응으로 일관하면서 사건에 대해 해명을 하지 않고 넘어갈 수도 있다.
지난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 중에 사망한 민간인 박왕자씨의 총격사건 이후의 북한의 대응을 보면, 북한은 전적으로 책임을 우리에게 돌렸다. 당시 북한은 금강산 관광 담당기관인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사망사고는 유감이지만 책임은 전적으로 남측에 있다"라고 밝혔다.
박왕자씨 총격사건 이후 남북관계는 본격 냉전 상황으로 접어들었다. 금강산 관광 중단은 물론 그해 8월 예정된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남북 동시입장도 무산됐다.
북한은 박왕자씨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를 한 적은 없다. 따라서 이번에도 비슷한 방식의 대응을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이번 북한군의 조치가 '평양'의 적극적인 개입 없이 이뤄졌다면 북한이 상황 관리를 위해 선제적으로 사과에 가까운 유감을 표할 수도 있다. 자력갱생 노선으로 국가적 재난 타개에 집중하고 있는 북한은 국제 사회의 대북 여론이 악화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다.
다만 북한 당국이 선제적으로 추가 조치 또는 입장 표명을 한다고 하더라도 국내 내부 여론은 들끓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방역의 일환으로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 할지라도 이는 과도한 처사, 과잉 대응이라는 국제적 비판을 피할 수는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기존과 같은 노선으로 대화에 방점을 둔 대북 정책을 추진한다면 여론의 반발로 인해 대북 사업에 대한 추동력도 힘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코로나19로 국경 차단을 하고 접근금지를 명하고 있는 상황은 알고 있으나 인도적인 차원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를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남북관계에 악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월경 과정이 어떻더라도 우선 신병을 확보한 이후 우리 측에 알리는 조치를 취했어야 하나 그러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공분을 살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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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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