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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촬영장 빌리고, 레슨교사 동원… ‘비대면 실기’ 실효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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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실기 온라인 영상 대체 후

수험생들 ‘꼼수 촬영’ 난무

서울 강남구의 한 연주 촬영 전문 스튜디오. 이곳은 요즘 음악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대여 문의가 쇄도해 2주 치 예약이 다 차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현장에서 실기시험을 치르는 대신 온라인으로 동영상을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대학이 늘어나자 녹화에 최적화된 공간을 빌리려는 수요가 생긴 탓이다.

23일부터 대입 수시전형 원서접수가 시작되는 가운데 예체능 계열을 중심으로 달라진 입시에 대처하기 위한 천태만상이 나타나고 있다. 평소 현장에서 실기시험을 보는 예체능 계열의 시험 방식이 비대면으로 바뀌거나, 시험 구성 일부가 바뀌는 등 변화가 커 학생들이 저마다 자구책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예체능 중에서도 변화가 가장 큰 곳은 음악대학이다. 이전까지는 대학에 직접 방문해 실기시험을 치러야 했다. 하지만 악기를 연주하는 과정에서 비말이 튈 수 있고, 지원자들 간 밀접접촉 가능성이 있어 많은 대학들이 이를 ‘온라인 동영상 제출’로 대체했다.

각 대학들은 영상 촬영 및 제출에 관한 세부규정을 마련했지만 미흡한 점이 있다. 예를 들어 A대학은 전문 스튜디오나 연주홀, 무대 등에서 촬영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음향 효과가 뒷받침돼 연주 실력을 돋보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이나 비용에 따라 연주 환경에 격차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한 뜻도 있다. 하지만 스튜디오나 연주홀을 빌려놓고 일반 연습실이나 가정집처럼 바꿔 촬영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연주자에게 초점을 맞춰 촬영하면 이런 ‘위장’을 구분할 방법이 없다.

비대면인 점을 악용해 레슨교사를 대동해 영상을 촬영하는 경우도 있다. 입시 공정성을 위해 여러 학교들에서 이런 방식을 금하고 있지만 사실상 걸러낼 수단이 없다. 서울 서초구의 한 음악 연습실 관계자는 “레슨교사의 그림자가 비치면 실격이 될까봐 문 밖에서 지도하며 수차례 녹화를 반복한다”고 밝혔다.

연극영화과는 사교육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일부 연기학원들은 ‘완성본이 나올 때까지 무한 촬영’, ‘끊임없는 실험으로 최적의 앵글을 찾아 인물이 돋보이게 하는 노하우’ 등을 앞세워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체대 입시에서도 종목 변경이 관건이다. 마스크를 쓰고 신체 접촉을 줄여야 하는 특수 상황이라 전통적으로 많이 평가하는 종목들이 사라진 경우가 많아서다. 서울의 한 체대 입시학원 관계자는 “마스크를 쓰고 오래 달려야 하는 종목들이 축소되고 제자리멀리뛰기 등 순간 근력을 측정하는 영역이 유지된 곳이 많다”며 “이전 같으면 시험 즈음엔 먹는 양을 줄여 몸을 가볍게 하라고 지도했지만 올해는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잘 챙기라고 조언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김성규 인턴기자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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