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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10년 단골손님 지적장애인 속여 로또 1등 9억 가로챈 부부 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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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65) 부부는 10년 넘게 자신의 식당 단골이었던 B 씨가 2016년 ‘로또 1등에 당첨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부부는 B 씨에게 “충남 예산에 있는 땅을 사서 건물을 짓고 함께 살자”고 제안했고 당첨금 8억8000만 원을 받았다. B 씨는 글을 모르는 지적장애인 3급이다. 사회적 연령은 열 살 정도다.

부부는 이 돈으로 땅을 사고 건물을 지었다. 정작 건물과 토지 등기는 B 씨가 아닌 A 씨 명의로 했다. 토지와 건물을 담보로 대출도 받았다. 1억 원가량은 가족들에게 나눠줬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B 씨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부부를 고소했다. 검찰은 부부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법률상 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에서는 부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 씨 측이 ‘토지와 건물은 피해자인 B 씨 소유로 하고 등기만 A 씨 앞으로 했다. 식당을 운영하며 B 씨에게 생활비를 주기로 합의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인 것. 재판부는 B 씨가 단순한 유혹에 현혹될 만큼 판단능력이 결여됐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달랐다. 원심을 파기하고 A 씨에게는 징역 3년, 부인에게는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준명)는 B 씨의 정신 감정 등을 토대로 피고인들의 범죄 행위가 뚜렷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B 씨는 숫자를 읽는 데도 어려움이 있어 예금 인출 때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며 “B 씨의 장애 정도가 뚜렷하며, A 씨 부부와 이 사건 내용을 협의했다고 생각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소유와 등기의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B 씨를 상대로 재산상 이익을 줄 것처럼 속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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