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62997769 0362020092462997769 01 0103001 6.1.21-RELEASE 36 한국일보 0 false true false false 1600876800000 1600876812000

'코로나 피해' 상가 세입자, 건물주에 "임대료 깎아달라" 할 수 있다

글자크기
한국일보

23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호중 사무총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앞으로 상가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이유로 “임대료를 깎아달라”고 요구할 수 있게 된다. 또 임차인이 최장 8개월까지 임대료를 연체하더라도 임대인은 임차인을 내보낼 수 없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3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같은 내용의 상가임대차보호법을 처리했다. 전날 여야는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민형해 전용기 의원과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이 각각 발의한 개정안을 심사해 이 3건의 내용을 합한 대안(代案)을 통과시켰다. 여야는 오는 24일 본회의에서 해당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다음달 초쯤 국무회의 의결과 동시에 개정안이 시행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법사위를 통과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따르면, 상가 임차인은 코로나19와 같은 ‘1급 감염병’으로 경제적 사정이 나빠질 경우, 임대인에게 임대료 조정(차임증감청구권)을 요구할 수 있다. 지금은 ‘경제 사정이 변동할 경우’에 한해 차임증감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여기에 코로나19를 명시하는 방식으로 행사 요건을 구체화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상가 임차인이 6개월치 임대료를 내지 못하더라도 임대인이 임차인을 내보낼 수 없도록 했다. ‘법 시행일부터 6개월까지의 기간 동안 발생한 임대료 연체는 계약해지나 계약갱신 거절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특례 조항이 마련된 데 따른 것이다. 지금은 월 임대료가 3개월 이상 밀리면 임대인은 임차인을 내보낼 수 있다. 이에 대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기존 민법상 임차인은 2개월 차임(월세) 연체를 할 수 있다. 여기에 6개월을 더하면 8개월 정도 (보호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가령 지난 8~ 9월 2개월치 임대료를 연체한 임대인 A씨는 8~ 9월분은 민법으로 보호 받고, 이후 연체분에 대해선 최장 6개월까지 개정안을 적용 받게 된다는 뜻이다. 다만 법 시행 전에 이미 임차료 3개월치를 연체한 임차인은 개정안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민주당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이 같은 ‘긴급조치’가 시행되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실제 미 의회가 지난 3월 27일 의결한 이른바 ‘케어스 법안(CARES ACT)’에 따르면, 정부 지원을 받는 임대인은 약 4개월 간 임차료 연체를 이유로 임차인에 대한 퇴거조치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했다.

다만 개정안이 임차인 보호라는 취지를 100% 달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임차인이 코로나19를 근거로 차임증감청구권을 행사해 임대료 감액을 요구하더라도 임대인이 반드시 응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임대인이 거부 의사를 밝히면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서 조정 절차가 개시되고, 여기서도 결렬되면 민사 재판으로 가야 한다. 사법부가 임차인 손을 들어준 사례도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2004년 대법원은 울산공항 내 음식점 임차인이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이유로 임대료 감액을 청구한 사안을 기각한 바 있다.

국회 관계자는 “분쟁조정위원회를 거쳐 소송까지 평균 2~3년이 걸린다. 임차인은 소송 와중에도 임대료를 계속 내야 하고, 적정 임대료 산정과 소송 비용까지 모두 감당해야 한다”며 “차임증감청구권 행사 요건을 구체화하긴 했지만 법 개정으로 크게 달라지는 부분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법사위에서는 코로나19 등 재난 때 대학 등록금을 면제하거나 감액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개정안도 처리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코로나19 등 재난 상황에서 학교 시설 이용과 실험ㆍ실습이 제한되거나, 수업 시수 감소 등 학교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학 등록금을 면제ㆍ감액할 수 있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각 대학은 등록금심의위원회를 통해 학생들과 논의해 환불 여부와 감액 규모를 정하도록 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