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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행동주의 펀드’가 경영 위협?…일본선 소액주주 권리 강화 ‘긍정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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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지배구조원 분석

[경향신문]

‘공정경제 3법’ 추진에 재계 우려
주주제안 받은 일 기업수 ‘최대’
지배구조·수익성 개선 등 현실화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거래감독법)’에 대해 재계에서는 투기자본에 휘둘릴 수 있다는 이유로 연일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가 지분 매입에 나서 경영을 위협할 경우 방어책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행동주의 펀드가 한국보다 활발한 일본의 경우, 소액주주의 권리가 오히려 강화되는 긍정적인 결과를 유도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23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발표한 ‘일본의 행동주의 투자자의 주주활동 동향과 사례’를 보면 행동주의 펀드의 공개적인 주주활동 대상이 된 일본 기업 수는 2013년 14곳에서 2019년 65곳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 위기가 휩쓴 올해 상반기에 주주제안을 받은 기업 수는 역대 최고치인 23곳에 달할 정도로 주주활동이 활발했다.

소수주주의 호응에 힘입어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가 현실화되는 사례도 최근 잇따랐다.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밸류액트(ValueAct)는 지난해 1월 광학기기 제조사인 올림푸스에 사업구조 개편을 통한 수익성 개선과 이사회 구성 변화를 요구했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감사위원회와 이사후보추천위원회 신설은 지난해 6월 열린 주총에서 주주들의 지지를 받아 통과됐다. 올해 6월에는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의료기기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실적이 부진한 카메라 사업을 매각하는 체질개선을 시도했다.

홍콩계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오아시스는 2017년부터 3년 연속으로 순손실을 기록한 전자기기 제조사인 선 전자에 이사진 교체를 요구했다. 자회사 주식의 3자 배정을 통해 주주가치를 훼손했고 이사회의 감시 기능도 미흡했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4월 열린 주총에서 이 같은 주주제안은 과반수 찬성을 얻으면서 이사회는 대대적으로 재편됐다.

자사주 매입을 요구한 사례도 있었다.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은 일본 최대 정보통신 기업인 소프트뱅크에 자사주 매입과 이사회 구성원의 변화를 요구했다. 이에 소프트뱅크는 지난 3월 최대 180억달러(20조원) 규모의 자사주(약 7%)를 매입·소각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후 주가는 7월 말 기준, 자사주 매입 계획 발표일 대비 약 107%나 상승했다. 소프트뱅크는 6월에 열린 주총을 통해 이사회 여성이사 한 명을 포함해 사외이사 두 명을 추가로 선임하기도 했다. 기업지배구조원 관계자는 “글로벌 자산운용사에서는 이사회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주주제안을 통한 감사위원 분리선출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며 “이사회 내 견제역할이 커지면 기업가치도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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