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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중국 뤼량시, “간병인 전문 양성해 가난 대물림 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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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 현 중 10개가 빈곤현인 산시성 뤼량시

2016년부터 간병인·가사도우미 전문 양성

베이징과 톈진, 산둥성 등 중국 각 지역에

3만 가까이 취업 성공, 가난 대물림 씻어

간병인과 가사도우미 등을 시 정부 차원에서 전문적으로 양성해 숙명과도 같았던 대물림 가난을 떨쳐버리고 있는 중국의 한 도시가 화제다. 중국 당국으로부터 14개 특별 곤궁 지역의 하나로 꼽히던 산시(山西)성 뤼량(呂梁)시가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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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는 산시성 뤼량에서 배출된 가사도우미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숙소까지 생겼다. 이 곳에서 산시성 사람들이 좋아하는 면과 만두를 먹고 이야기를 나눈다. [중국 신경보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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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신경보(新京報)에 따르면 뤼량시에는 석탄 캐는 회사 외엔 기업이 없다. 대부분 외지로 품팔이를 나가거나 아니면 전통적인 농업에 의존한다. 노동력은 당연히 남아돈다. 2014년 말 기준으로 뤼량시의 13개 현 중 국가급 빈곤현이 6개, 성급 빈곤현이 4개나 됐다.

빈곤 인구가 59만 명으로, 빈곤 발생률은 19.2%에 달했다. 5명 중 1명이 가난 인구에 속하는 셈이다. 중국 전체의 빈곤 발생률 7.2%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이때 산시성의 한 지도자가 뤼량 시찰을 하고 나서 아이디어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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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뤼량시의 가사도우미 교육은 기숙사에서 거주하며 집단으로 실시된다. 과거 출퇴근 교육이 너무 산만해 제대로 되지 않자 퇴역 군인을 초청해 군대식의 엄격한 규율을 주입한 게 효과를 보고 있다는 평가를 낳는다. [중국 신경보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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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체적으로 집안일을 도와줄 사람을 찾는 가구가 급증하는 점에 착안해 시 차원에서 이 같은 인력을 전문적으로 양성해 취업 인구를 늘리자는 것이었다. 2015년 한 해 시장 조사를 마친 뒤 2016년 4월 ‘뤼량산(呂梁山) 간병인’ 프로젝트가 출범했다.

뤼량고급기능학교 등 다섯 곳에 간병인과 가사도우미 양성소를 설립했다. 한 기에 1000명을 모집하려 했지만, 반응은 폭발적이어서 2000명씩 뽑고 있다. 자녀를 다 키운 40대에서 50대 농촌 주부의 신청이 쇄도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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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뤼량시의 보건학교에서 환자 돌봄 실습 교육을 받고 있는 교육생들. 빈곤 탈출에서 시작한 교육이 이제는 부를 창출하는 교육으로 바뀌고 있다. [중국 신경보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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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량시 인재개발교류서비스센터에서 양성하는 ‘인재’는 크게 세 부류다. 간병인, 산후도우미, 가사도우미 등이다. 수업료도 없고 숙식도 공짜인 데다 취업도 알선하기에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뤼량시는 이 프로젝트에 5000만 위안(약 86억원)을 투자해 5년간 6만 명의 인재를 키워낸다는 계획을 세웠다. 결과는 이상적이다. 이제까지 5만 4210명을 교육해 2만 9103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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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뤼량시에서 간병인 교육을 전문적으로 받은 한 여성이 식사를 할 수 없는 환자를 위해 주사기를 통해 유동식을 공급하고 있다. [중국 신경보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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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2만 2809명이 빈곤 인구에 속했고 일자리를 얻은 사람도 1만 1296명이나 된다. 올해 산시성의 빈곤 기준은 한해 1인당 수입이 4000위안이다. 그러나 간병인이나 가사도우미는 한 달에 적게는 3000위안에서 많게는 2만 위안 가까이 받는다.

집안에서 다른 가정의 일을 돕는 사람 한 명이 나오면 그 집은 빈곤에서 탈출하는 것이다. 뤼량시 원수이(文水) 현마(馬) 촌에 사는 올해 51세 주부 류펑칭(劉鳳淸)은 베이징에서 알아주는 베테랑 가사도우미로 두 해 동안 30만 위안의 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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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시성 뤼량 출신 베테랑 가사도우미 류펑칭이 자신이 돌보는 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 신경보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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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처음부터 많은 돈을 받았던 건 아니다. 8년 전부터 외지에 나가 보모 일을 했지만, 월급은 신통치 않았다. 그러나 2016년 뤼량시 가사도우미 전문 양성 과정을 거친 뒤 몸값이 뛰었다.

표준어를 구사하고 중국 남과 북의 요리를 다 할 줄 아는 데다 기초 의학적인 지식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게다가 뤼량 양성소에서 군대식 생활을 하며 체력은 물론 정신 무장도 새롭게 해 고객의 호평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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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시성 뤼량시의 보건학교에서 간병인 교육을 받는 여성들이 외출을 나와 생활용품을 산 뒤 돌아가고 있다. 이들은 학교 기숙사에서 거주하며 집단 교육을 받고 있다. [중국 신경보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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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량시가 처음 교육할 때는 주부들이 잡담하거나 화장실을 제멋대로 드나드는 건 물론 수업도 빼먹기 일쑤였다. 이에 퇴역 군인을 초청해 모든 교육생을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하며 수업을 듣게 한 뒤로는 교육이 제대로 이뤄졌다고 한다.

뤼량 출신 간병인과 가사도우미가 우수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매 학기가 끝날 때면 중국 전국에서 수십 개의 인력 회사가 몰려 스카우트 경쟁에 들어간다. 너무 많은 인력 회사가 몰리자 시에서는 우수 인력 회사 20개 정도만을 추려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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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시성 뤼량 출신으로 베이징에서 알아주는 베테랑 가사도우미로 통하는 류펑칭은 적지 않은 돈을 벌어 고향인 뤼량 원수이현 마촌의 집을 새로 단장했다. [중국 신경보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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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뤼량 출신 간병인과 가사도우미는 베이징과 톈진(天津), 허베이(河北)성 등 중국의 수도권은 물론 산둥(山東)성과 산시(陝西)성 등으로 확산일로다. 이들은 이제 빈곤 탈출을 넘어 새집과 자가용을 마련하는 치부(致富)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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