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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이슈 한반도 덮친 미세먼지

요즘 하늘 참 파랗죠?…미세먼지 작년 4분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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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미세먼지에 갇힌 뿌연 하늘보다 청명한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 유독 많았던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코로나19가 사람들 코와 입은 마스크에 가뒀지만 사회·경제 활동마저 중단시키며 아이러니하게도 공기를 쾌적하게 만드는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분석된다. 22일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올해 미세먼지로 인해 주의보·경보가 발령된 건수는 214건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발령 건수(971건)와 비교하면 4분의 1로 줄어든 수치다. 올해 1~8월 미세먼지 농도가 '좋음'을 기록한 날수(93일)도 전년 동기간(63일) 대비 48%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미세먼지 농도는 주로 겨울철에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발령된 미세먼지 주의보·경보 중 1~3월 발령된 건수는 132건으로, 전체 중 62%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같은 기간 전체 발령 건수 중 68%가 1~3월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미세먼지가 줄어든 이유는 기상 여건, 코로나19, 국내 정책 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해는 역대 최장기간 장마가 이어지는 등 예년에 비해 한반도에 이례적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1~8월 강수량은 1318.4㎜로 최근 3년 평균에 비해 500㎜ 더 많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하절기 미세먼지 농도가 낮은 이유는 장마와 태풍의 세정 작용 영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상 원인으로는 대기순환이 원활했던 영향이 꼽힌다. 조석연 인하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최근 2년간은 엘니뇨 현상에 따라 대기 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며 겨울철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졌다"면서 "올해 이것이 상당 부분 해소되며 공기를 쾌적하게 만들어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경제 활동이 위축된 것도 미세먼지가 감소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겨울철 중국에서 건너오는 미세먼지 영향을 크게 받는 우리나라로서는 지난겨울 우한 지역을 중심으로 중국에서 코로나19가 급격히 퍼져 나가며 공장 가동이 멈추고 사람들 이동이 중단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공학부 교수는 "금융위기 당시에도 한반도 미세먼지 농도가 평년보다 조금 낮았다는 분석이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경제활동이 둔화된 것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등 정책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3월 31일까지 평소보다 강화된 배출 저감 조치를 시행하는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추진해 초미세먼지 배출량을 2만2000t가량 감축한 것으로 추정했다.

구체적으로 환경부는 5등급 차량에 대한 조기 폐차, 매연저감장치 부착 등의 지원사업을 진행해 계절관리기간 동안 5등급 차량 약 11만3000대가 줄었다고 밝혔다.

미세먼지 개선 효과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정책 추진의 일관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올해 미세먼지가 '반짝' 개선되자 이에 안심한 지방자치단체가 예산 확보에 뒷전인 모습을 보여 다시 뿌연 하늘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지자체 미세먼지 관련 사업 예산 매칭률이 50% 아래로 떨어진 곳이 속출하고 있다. 미세먼지 정책 중 '매칭사업'은 중앙정부의 국고보조금에 지자체가 일정 비율 의무적으로 지방비를 보태야 사업 집행이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가정용 친환경보일러 지원사업의 경우 지방비를 절반도 매칭하지 않은 지자체가 많다. 서울시는 35.6%, 대전시는 34.0%, 강원도는 36.9%, 전라남도는 45.7% 매칭률을 기록했다.

미세먼지 예산은 2018년 8000억원에서 올해 2조3000억원으로 빠르게 늘었다. 각 지자체에 배정되지 못하고 남는 예산은 올해가 지나면 모두 불용 처리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최선의 대응책은 국내 정책 효과를 지속적으로 제고하고 국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인 만큼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연주 기자 / 김유신 기자 /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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