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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입금 명단에 '홍길동' 줄줄이…'출장마사지'로 310명 낚은 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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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한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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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들끼리의 SNS 대화 (사진제공=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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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출장마사지 사이트를 보고 연락한 남성들에게 43억을 뜯어낸 피싱 조직원들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이들은 사이트 35개를 운영하며 선입금 명목으로 돈을 받은 뒤 연락을 끊는 수법을 썼다.


출장마사지 사기, 310명 43억 뜯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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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들끼리의 SNS 대화 (사진제공=경기북부지방경찰청)/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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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북부지방경찰청(청장 이문수)은 출장마사지 피싱 사기사이트를 운영한 조직폭력배 32명을 검거해 10명을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들은 출장마사지사들이 없음에도 있는 것처럼 피해자들을 속여 지난해 3월부터 지난 8월까지 17개월간 310명의 피해자로부터 43억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를 받고 있다. 특히 피해자 중 1명은 150번이나 입금해 총 9500만원을 이들에게 뜯겼다.

이번에 검거된 피의자들은 모두 한국인 남성으로, 대부분 30~40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장마사지사를 가장해 미끼로 투입된 여성들과 일부 조직원은 아직 검거되지 않은 상태다.

이들은 지난해 3월부터 중국 산둥성에서 사무실을 차려놓고 가짜 출장마사지 사이트 35개를 만들어 고객들을 끌어들였다. 유명 포털에 유료 키워드 광고를 등록해 출장마사지 피싱사이트가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되도록 했다.

피의자들은 중국 산둥성에 본거지를 두고 출장마사지 사이트를 홍보하는 '광고팀', 피해자를 속여 돈을 입금받는 10개의 '실행팀', 대포통장 공급과 피해금을 배분하는 '자금관리팀'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범행했다.


"여자 때리는 고객 있어 보증금 필요해"…'홍길동예치금'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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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출장마사지 피싱 조직이 '홍길동 보증금' 명목으로 입금받은 내역.(자료=경기북부지방경찰청 제공)/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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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수법은 이랬다. 피해자들이 가짜 출장마사지 사이트를 보고 연락하면 예약금으로 10만원을 입금토록 했다. 입금이 확인되면 조직의 젊은 여성이 전화를 걸어 "그게 10분 내 도착하니 실장님과 통화 한번 부탁드린다"며 다른 조직원에게 전화를 걸도록 했다.

전화를 받은 실장역은 "근처에 와 있는데 여자들을 때리는 고객이 있으니 보증금이 필요하다"며 "홍길동 예치금이라고 적어서 50만원을 추가 입금하라"고 요구했다.

여기에 속아 보증금을 입금하면 "예를 든거지 누가 정말 홍길동이라고 적으라고 했느냐", "띄어쓰기를 해서 전산으로 확인이 안 된다" 등 갖가지 핑계를 만들어 보증금과 취소보증금 명목으로 다시 돈을 입금토록 하는 수법이다.

경찰이 범죄에 사용된 계좌를 확인한 결과 '홍길동예치금', '홍길동구매대행', '홍길동신청취소', '홍길동예치환불' 등 홍길동이 포함된 입금자명만 3744건, 26억6700만원이 넘었다.

또 달라는 대로 다 줬는데도 마사지사를 연결시켜주지 않자 화가 난 피해자들이 따지면 '입금자 이름이 틀렸다', '절차를 준수하라' 등의 핑계로 추가 금액을 요구했다.


어떻게 붙잡혔나? '코로나19 피해 귀국했다가…'




조직원 대부분은 중국에 체류하면서 범죄행각을 벌였는데 지난 2월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심각지는 바람에 한국으로 대피했다가 사건을 인지하고 수사 중이던 경찰에 무더기로 검거됐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12월부터 신고가 접수되기 시작해 피의자를 특정해 수사를 벌이던 중 지난 2월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피의자들이 대거 귀국하면서 2~9월 사이 조직원 32명을 검거했다"며 "검거 당시 피의자 대부분은 피해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사건을 수사 중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들의 차량과 부동산, 계좌 등 12억5668만원에 대한 '기소 전 추징보전'을 신청해 법원으로부터 인용 결정을 받아냈다. 이에 따라 추징 판결이 선고되면 피해자들에게 일부 피해금을 돌려줄 수 있을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출장마사지를 받고 싶다는 피해자들의 욕망을 이용한 범죄"라며 "출장마사지 뿐만 아니라 일반적 인터넷 물품 거래에서도 입금자명이 틀렸다는 핑계로 추가 입금을 요구하는 사기 수법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비슷한 상황이 일어나면 신고해줄 것을 당부했다.

한민선 기자 sunnyda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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