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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글로벌뷰]트럼프도 고개 숙였다…한 대법관 죽음에 美전체 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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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긴즈버그 연방대법관, 美사회 변곡점마다 '진보의 추' 역할

여성·노동자·동성애 '약자의 편' 87년 생애, 이념 떠나 큰 울림

[편집자주]'글로벌뷰'는 뉴스1 국제부 기자들이 쓰는 '기자의 눈'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깊이 있는 분석과 본질을 꿰뚫는 통찰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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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미국 워싱턴DC 연방대법원 앞에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 연방대법관의 죽음을 추모하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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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대법관 한 명의 죽음으로 나라 전체가 애도 물결에 잠기는 곳이 있다. 미국이다.

지난 18일 미국 진보진영의 거두였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이 암투병 끝에 87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대법원 앞에 수백명의 시민이 몰려들어 촛불과 꽃을 들고 고인을 추모했다. 백악관과 모든 연방정부 건물에는 조기가 게양됐고 각계각층에선 추모 메시지가 쏟아졌다.

긴즈버그에게 '사기꾼'이라는 비난을 들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조차 고인을 '놀라운 여성'이자 '미국 역사의 선구자'라고 평가했다.

이런 장면은 그가 여성과 소수인종 등 사회적 약자들의 대변하면서 쌓아온 명성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케 한다. 긴즈버그는 군사학교 여성 입학 불허 위헌 결정, 동일노동 동일임금 지급 문제, 동성결혼 합법화 등의 판결에서 여러 차례 소수자의 편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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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긴스버그 대법관이 법복 위에 착용할 칼라를 들고 있다. ©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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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대법원은 미국 내 모든 사건과 논란의 종결지다. 낙태문제와 난민문제, 인종차별 문제 등 사회적 갈등이 첨예한 사안의 최종 심판을 내리는 만큼 연방대법관 9명의 판단에 따라 미국 사회의 향방이 크게 뒤바뀔 수 있다.

판결에 이념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각 법관마다 '보수' '진보' 꼬리표가 붙는다. 그래서 대선에도 변수가 된다. 트럼프와 바이든 중 누가 고인의 빈자리를 채워야 하는지 논쟁이 이미 뜨겁다.

관심을 받는 만큼 책임도 무겁다. 암과 싸우면서도 긴즈버그는 그 무거움을 알고 목숨이 다하기 전까지 자신이 생각하는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지켰다. 이념에 관계없이 그가 많은 미국인의 가슴 속에 대법관으로 자리잡은 이유다.

연방대법관이 미국인의 존경을 받는 건 미국 사회에 '법의 지배'라는 전통이 확고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다 하더라도 유독 긴즈버그 대법관이 국민의 존경과 신뢰를 한몸에 받는 것은 항상 약자의 편에 서왔기 때문인 것 같다.

특히 연방대법관은 정치인의 지명을 받으나 이후엔 종신직으로서 정권 변화와 관계없이 법에 근거해 소신껏 판결한다. 소신 판결은 법관에 대한 권위로 이어진다.

사법부에 대한 존중 문화가 자리잡기 위해선 법관의 소신이 보장받을 수 있는 환경이 주어져야 한다. 한국에서도 대법관이 물러날 때 전국민의 박수를 받는 장면이 언젠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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