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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인들이 우루과이로 이주하는 까닭 [김향미의 ‘찬찬히 본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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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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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인인 페데리코 반 겔더른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우루과이 남부 말도나도주 발네아리오 솔리스 해변을 산책하고 있다. 발네아리오 솔리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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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부자들이 우루과이로 몰려들고 있다. 3월 이후 우루과이로 이주한 아르헨티나인은 1만5000~2만명으로 추산된다. 우루과이 인구(약 347만명)의 0.6%에 달하는 규모다. 이주 동기는 코로나19다.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중남미 많은 나라가 코로나19 확산에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우루과이는 코로나19 방역에 선전한 나라로 꼽힌다. 영국 가디언은 20일(현지시간) “남미의 스위스로 불렸던 우루과이가 코로나19 대유행 중에는 남미의 뉴질랜드가 됐다”고 소개했다.

우루과이의 해변을 따라 터를 잡은 고급 리조트들은 유럽인들과 중남미 부자들이 즐겨찾는 휴양지였다. 우루과이는 삶의 질이 높은 편이고, 은행의 엄밀한 비밀보장 덕분에 ‘남미의 스위스’로 불렸다. 아르헨티나인 호나 멜라(33)은 우루과이 솔라나스 비치에 있는 친구 별장에 머물고 있다. 그는 “친구들도 이곳에 오고 싶다고 말한다. 우리는 팬데믹으로부터 피난처를 찾고 있다.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고 말했다. 우루과이는 이제 단지 경관이 아름다운 나라가 아니라 뉴질랜드처럼 전염병으로부터 안전한 곳으로 꼽힌다.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 현재 아르헨티나 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63만1000여명, 사망자는 1만3000여명이다. 반면 우루과이 누적 확진자는 1917명, 사망자는 46명이다. 인구 100만명당 확진자 수를 따져봐도 아르헨티나는 1만3941명, 우루과이는 551명이다.

우루과이는 어떻게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이 됐을까. 외국인 투자 유치를 담당하는 정부기관에서 일하는 하미에 미예르는 가디언에 “정부가 과학자들의 조언을 충분히 존중했다. 사람들은 마스크 착용, 물리적 거리 두기 등 정부의 권고를 따랐다”고 말했다. 미예르의 말에서 읽을 수 있듯이 우루과이 제1원칙은 ‘통합’이었다. 범아메리카보건기구(PAHO)의 우루과이 대표인 히오반니 에스칼란테는 지난달 22일 독일 도이체벨레(DW)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엔 국가 통합에 중점을 뒀다. 모든 행위자들이 전염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였다”고 말했다. 초기부터 과학계·의학계 전문가들을 불러 충분한 논의 끝에 방역 지침을 만들었다. 국민들은 이를 존중하고 준수했다.

중남미 대부분 국가가 코로나19 확산 초기 일찌감치 봉쇄령을 내렸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비공식 경제 영역에 일하는 노동자들은 수입이 끊겼고, 집안에 머물 수 없었다. 반면 우루과이는 1인당 연간 소득이 1만6230달러로 남미 국가 중 최상위에 위치한다. 결국 경제적 여건이 코로나19 방역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깨끗한 물과 인터넷 이용 비율만 따져도 우루과이는 중남미 국가 중에 앞선 국가에 속한다.

특히 공공 의료시스템에 꾸준히 투자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에스칼란테는 “우루과이는 10년 동안 의료시스템에 투자했다”며 “이 나라에선 건강에 쓰이는 돈은 부담이 아니라 투자라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공공의료시스템에 투자한 결과, 전염병 발병 때마다 꼼꼼한 역학조사가 가능한 배경이 됐다. 한 연구에 따르면 우루과이에서 접촉자 추적 등 역학조사를 진행, 코로나19 발병 후 첫 3개월 간 ‘5차 이상’의 감염은 나오지 않았고 대부분 2차 감염에서 차단할 수 있었다.

인구 수가 적은 것도 코로나19 방역에 도움이 됐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우루과이 공화국대학의 곤살로 모라토리오 과학학부 교수는 DW에 “인구 밀도가 낮아 질병을 쉽게 통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시민들에 강력한 행동 통제는 없었지만, 코로나19 시기엔 많은 이들이 외로움과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든 상황은 반전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방역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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