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상가건물임대차보호法에 차임증감청구권 의거, 조정 요구할 수 있어
코로나19 사태로 계약 당사자 양쪽 모두 책임없는 피해 발생
법리적 해석 따라 감면 여지 있지만 IMF 때도 구제 못 받아
정부 "사적 계약을 정부 재정으로 보조할 수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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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장세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민생 관련 정책이슈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이번엔 임차인의 차임증감청구권을 토대로 '정부 주도 임대료 감면'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현실화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 정책으로 영업이 강제 중단된 만큼 법리 해석에 따른 감면 여지는 있다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지만, 사인(私人) 간 거래에 개입할 근거가 부족한 데다가 재정 여력 등을 이유로 정부도 임대인 대상의 추가 세액공제 및 직접 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21일 이재명 경기지사와 법조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영업에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들은 민법(제628조)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제11조1항)에 의거해 상가 임대료에 대한 감액을 임차인에게 요구할 수 있다. 이른바 '차임증감청구권'이다. 또한 민법(제537조)에서는 계약 당사자 양쪽의 책임이 없는 사유로 계약이 이행될 수 없게 된 때에는 채무자가 상대방의 이행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돼 있다.
전날 이 지사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소상공인 임대료 감면에 중앙정부가 나서달라"고 건의한 것 역시 이 같은 관련법을 근거로 한다. 그는 "감염병에 의한 국가의 집합금지 명령에 따라 사실상 영업 금지된 경우 임차인의 임대료 지급의무도 없다고 볼 수 있다"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 분쟁조정을 위한 중앙정부의 유권해석과 행정지도를 요구한 상태다.
돌발적인 외생변수로 임차인이 영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임대료를 감당하기 힘들어져 임대료 인하를 요구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정부와 공공기관(한국공항공사) 간 임대료 분쟁인데, 대법원(2001다12638 판결)은 당시 영업실적 악화에 대해 "경영예측과 이에 따른 투자의 실패로서 임차인들 스스로가 감수하여야 할 사정"이라고 판단하며 임대인의 손을 들어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경기 침체가 이어진 18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 쇼핑거리의 한 상가에 임대 안내문이 걸려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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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전례없이 정부가 특정 업종을 지정해 영업장 폐쇄를 강제한 만큼, 법리적으로 다퉜을 때 감액의 여지는 있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김예림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는 "임대인과 임차인 양쪽에 계약 불이행의 책임은 없고, 결국 위험부담을 누가 하느냐 등 복잡한 문제가 남는다"면서 "계약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관건인데, 코로나19가 불가항력적 사유인지와 계약 불이행 상태에서의 임대료가 부당이익이냐 등의 판단에 따라 감액의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이 지사가 불을 붙인 임대료 감액 이슈에 정치권도 잇달아 반응하며 화력을 키우는 모양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사자나 가족이 임대사업을 하는 공직자나 공공기관 임직원에게도 조금이라도 임대료 인하를 권유해야 한다"면서 "전국 광역 및 지자체장, 광역 및 기초의회 대부분을 현 집권여당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는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정부는 민간 임대업주의 임대료 인하에 대한 인센티브나 세금혜택을 더욱 확대하고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당(전용기ㆍ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서는 특례기간을 두고 월세 연체를 이유로 계약에 대해 갱신 거절하거나 해지할 수 없도록 하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내놨고,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현행법에 기재된 제1급 감염병에 '코로나 19'를 추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관련 법안은 병합심사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정부는 임대인 대상의 추가 지원을 통한 임대료 조정 방안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 세액공제율도 크기 때문에 혜택을 늘리긴 어렵다"고 말했고, 다른 정부 관계자는 "임대료 감면과 관련해 정책적으로 검토중인 것은 없다"면서 "사적 계약으로 정한 것을 정부 재정으로 보조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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