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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재명 vs 국민의힘, 정책 논쟁보다 상대방 자극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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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역화폐의 효과가 어느 정도나 있는 거냐, 이 문제를 놓고 처음에는 이재명 경기지사하고 조세연구원이라는 정부 연구소가 맞붙는 분위기였는데 야당, 국민의힘 의원들이 연구소 대신 나서면서 나흘째 인터넷에서 설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경제정책을 놓고 논쟁 벌이는 건 드물었어서 반가운 일이긴 한데 말이 갈수록 거칠어지는 게 문제입니다.

박상진 기자입니다.

<기자>

'지역화폐'는 인접 지역 경제를 위축시키고, 2천2백억 원의 경제적 손실을 낼 것이다.

지난 15일 조세재정연구원이 낸 보고서의 주요 내용입니다.

대표정책을 공격받았다고 여긴 이재명 경기지사는 즉각 '얼빠진 기관'이란 표현까지 쓰며 조세연을 비난하고 나섰는데, 국민의힘 초선 박수영 의원은 지난 17일, 소셜 미디어에 "이 희대의 포퓰리스트는 자기 마음에 안 들면 학자건 언론이건 다 때려잡으려고 한다"고 힐난했습니다.

이 지사는 이튿날, "내가 포퓰리스트면 국민의힘은 희대의 사기집단"이라고 쏘아붙였습니다.

그러자 국민의힘 3선 장제원 의원과 경제학자 출신 초선 윤희숙 의원이 이 지사 공격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장 의원은 "분노조절 장애 도지사"라고 맹비난했고, 윤 의원은 "전문가의 분석 결과가 마음에 안 든다고 전문가를 위협하는 건 식견의 얕음을 내보이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역시 이 지사는 일일이 응수했습니다.

장 의원의 비난엔 "공인이 공적 불의에 분노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정치를 빙자한 협잡"이라고, 윤 의원의 지적엔 "언론 뒤에 숨지 말고 공개토론에서 당당히 논쟁하자"고 반박 글을 올린 겁니다.

다만 오늘(20일)은 "고용 증대 효과 등은 없을 수 있지만, 유통재벌에서 중소자영업자로 소비이전 효과는 분명하다"고 지역화폐의 단점을 일부 인정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지역화폐 논쟁'은 상대를 자극하는 감정적 표현이 실증적 논거를 압도하면서 소모적인 공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현상, 영상편집 : 이소영)

<앵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이 지역화폐도 한 가지 측면만 있는 건 아닙니다. 지방 돈, 마트 같은 서울의 큰 회사들이 다 가져간다는 불만에서 시작됐던 일인 만큼 지역에서는 반기는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지역화폐 10%씩 싸게 팔고 하는데 올해만 7천억 원 세금을 쓰는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이게 최선의 방법인지 고민을 해야 되는 것도 맞습니다. 감정싸움을 넘어서 건강한 토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형우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 성남시 중앙시장에 환영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경기도가 추석을 맞아 지역 화폐로 20만 원을 소비하면 최대 5만 원까지 보태주도록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시장 상인들은 지역 화폐 도입 이후 찾아오는 손님이 늘었다는 반응입니다.

[반재군/성남 중앙시장 상인 : 열 명 중에 세 명 정도는 상품권을 꼭 가지고 오세요. 5천 원짜리, 1만 원짜리 이렇게. 이만큼씩 가지고 다니면서 쓰던데요, 시장에서.]

지역상품권을 사용하는 시민들도 상대적으로 싸게 살 수 있어 유용하다는 반응입니다.

[김명자/성남시 주민 : 1년에 20~30만 원 쓸 때도 있고 더 많이 쓸 때도 있고. 상인들도 좋고 할인해줘서 사서 쓰니까 좋아요.]

논쟁의 대상이 된 조세재정연구원의 보고서에도 대형마트 등의 매출을 소형 식료품점으로 옮겨오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윤영민/소형마트 직원 : 상품권 꽤 많이 가져오시고 이제 좀 많이 물어보셔서.]

하지만 해당 지역의 소비 활성화 효과가 반대로 인접 지역의 매출을 감소시킬 수 있는 만큼, 국가 전체적인 경제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게 보고서의 요지입니다.

지난 3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에 제출된 보고서에서는 지역 화폐의 확대가 고용과 다른 산업에 대한 효과가 크지 않다면서도, 매출 효과 등의 분석을 위해선 자료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학계 일각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급속한 경기 위축 상황에서 지역 화폐의 효과가 더 중요해질 수 있는 만큼, 소모적 정쟁보다는 추가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박동률, 영상편집 : 박기덕)
박상진, 전형우 기자(nji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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