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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한국에도 다녀간 긴즈버그… “대법관들 용기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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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방한 강연 때 여자 대학생들 격려

“사람은 남녀 구분 없이 재능 발휘할 수 있어야”

美 대사관 “평생을 정의·평등 위해 헌신” 애도

세계일보

2015년 8월 방한한 미국 연방대법원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오른쪽)이 우리 대법원을 찾아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과 반갑게 악수하는 모습. 가운데는 통역. 대법원 제공


“미국 사법부가 신뢰받는 것은 여러 연방대법관들의 용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18일(현지시간) 87세를 일기로 타계한 미국 연방대법원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2015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남긴 말이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탁월한 진보 성향 법률가로서 전 세계의 여성운동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기에 국내에도 그를 기억하는 인사가 많다.

29일 대법원에 따르면 긴즈버그 대법관의 방한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5년 8월 4박5일 일정으로 이뤄졌다. 미국 대법관의 한국 방문은 1987년 산드라 오코너 전 대법관 이후 28년 만의 일이라 국내 법조계의 시선이 집중됐다.

방한한 긴즈버그 대법관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소수자 보호와 인권 등을 주제로 우리 대법원의 김소영 당시 대법관과 대담 형식의 강연을 했다. 또 헌법재판소를 방문해 박한철 당시 헌재소장, 그리고 이정미 당시 재판관과 만났다. 헌재가 없는 미국은 대법원이 우리 대법원 및 헌재 두 기관의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만큼 대법원 및 헌재 관계자들을 고르게 만난 것이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의 만남을 기대하는 시선도 있었으나 일정상 불발에 그쳤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대법원 강연에서 “미국 사법부가 신뢰받는 것은 여러 연방대법관들의 용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최고 사법기관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에 대해선 “사회 변화를 잘 반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과거 여성이 배심원으로 참여할 수 없는 등 제약이 많았지만 사회적 변화가 있었고, 이를 잘 반영해왔기 때문에 지금의 연방대법원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말고 주한 미국 대사관에서 국내 대학생들을 상대로 가진 강연에선 “모든 사람은 남녀 구분없이 재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로 여성들의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에 긴즈버그 대법관을 잘 알고 또 애도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을 의시한 듯 미 대사관도 추모의 글을 올렸다. 미 대사관 측은 전날(19일) 트위터 계정에 한국어로 올린 글에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의 별세 소식에 애도를 표한다”며 “그녀는 미 역사상 두번째 여성 대법관으로 평등과 정의를 위해 헌신했으며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다”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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