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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기업 대거 진출… 美·서구 정치·경제권 ‘쥐락펴락’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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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계 디아스포라’ 두각

女 인도계 해리스 민주 부통령 후보로

공화 헤일리와 차차기 대선 경쟁 가능성

둘 경쟁 땐 美 최초 인도계 대통령 탄생

구글 CEO 등 美 IT업계에서도 맹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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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 EPA연합뉴스


인도 출신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가 돼 차차기 대선의 유력 대선 후보로 떠올랐다. 그에 맞서 공화당 진영에서는 인도 출신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대항마로 거론되고 있다. 오는 2024년 또는 2028년 미국 대선에서는 인도계 여성이 미국 대통령 자리를 놓고 경쟁할 가능성이 크다. 인도계 정치인이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와 유럽 등 서구 국가 정치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는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의 최고경영자(CEO) 순다르 피차이 등 인도계 출신 기업인이 거대 글로벌 IT(정보기술) 기업을 이끌고 있다. 세계 주요국의 정치와 경제 분야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인도계 디아스포라(diaspora·고국을 떠나 전세계에 흩어져 살아가는 민족)의 현황을 심층 점검한다.

◆해리스 vs 헤일리

지난 8월 말 열린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해리스 민주당 부통령 후보와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각각 연설했다. 미국 언론은 두 인도계 여성의 연설을 비교하면서 오는 2024년 대선 데뷔전을 보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

올해 77세의 고령인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면 내년 1월 20일 78세의 나이로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이 된다. 바이든은 한때 자신이 ‘과도기’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연임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단임 대통령을 공식화할 경우 당선 후에 조기 레임덕 가능성이 있어 2024년 대선에서 출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바이든이 82세에 연임에 도전하기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게 미국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이다. 바이든이 막판까지 재선 도전 입장을 고수하다가 해리스 부통령 후보 등에게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

워싱턴 포스트(WP)는 바이든이 해리스를 부통령 후보로 낙점하자 해리스를 ‘미래의 대통령’이라고 불렀다. 올해 55세인 해리스가 2024년이든 2028년이든 차차기 대선의 민주당 대선 주자로 나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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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왼쪽부터)과 부인 질 바이든이 지난 8월 12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한 고교 체육관에서 열린 합동유세에서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와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멀찍이 떨어진 채 서로를 향해 손짓하고 있다. 윌밍턴=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해리스의 부상에 맞불을 놓으려고 올해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자신이 유엔 대사로 발탁했던 헤일리를 연사로 내세웠다.

헤일리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를 거쳐 트럼프 정부의 초대 유엔대사 자리에 올랐다. 헤일리는 올해 48세로 공화당에서 ‘포스트 트럼프’ 선두 주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탁한 각료 등 고위급 인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원수가 되거나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화로 불명예 퇴진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그렇지만 헤일리는 다르다. 헤일리는 유엔 대사로 일하면서 각료급 인사로는 두드러지게 트럼프 대통령과는 다른 독자적인 목소리를 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사이가 나빠지지 않았다.

헤일리는 올해 전당대회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필요성을 역설하는 등 변함없는 유대관계를 과시했다. 헤일리는 인도계 부모를 둔 인종적인 정체성을 강조하면서 자신을 ‘흑백 대결 속의 브라운 걸’이라고 했다. 미국 정치권의 예상대로 해리스와 헤일리가 차차기 대선에서 맞붙으면 누가 됐든 첫 인도계 미국 대통령이 탄생한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이미 인도계인 보비 진달 전 루이지애나 주지사가 2016년 대선 당시에 공화당 후보 경선에 뛰어들었다가 중도 하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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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018년 10월 9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의 손을 잡은 채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 워싱턴=EPA연합뉴스


◆미국의 인도계 정·관계 주요 인사

미국에서 인도계 주민은 400만명가량으로 전체 인구의 1.5%에 불과하다. 그러나 인도계 출신은 의사와 컴퓨터 엔지니어 등 전문직에 대거 포진하고, 호텔업계 등을 장악함으로써 미국 내에서 가장 성공한 이민자 그룹 중의 하나로 꼽힌다. 인도계 미국인의 평균 가계소득은 2018년 기준으로 13만9000달러로 미국 평균의 2배가 넘는다고 USA 투데이가 최근 보도했다. 인도계 미국인 유권자 중 지난 2016년 대선 당시에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한 비율이 77%에 달했다고 이 신문이 전했다.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는 소위 경합 주에서 근소한 차이로 승패가 갈린다. 인도계를 비롯한 아시아계 유권자는 애리조나, 플로리다, 미시간,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텍사스 주에서 많이 늘어나 2012년과 2018년 사이에 이들 지역에서 40% 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USA 투데이가 전했다. 아시안 중에서는 인도계가 가장 많다.

트럼프 대통령도 인도계에 공들이면서 정부의 핵심 포스트에 인도계를 중용했다. 그는 헤일리를 장관급인 유엔 대사로 임명했었고, 연방통신위원장(FCC)에 아지트 파이, 메디케어·메디케이드서비스센터(CMS) 청장에 세마 베르마를 발탁했다. 진달 전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미국 주지사협의회장을 지냈다. 현재 미국 연방 하원에서는 로 카나(캘리포니아), 라자 크리슈나무티 (일리노이) 의원 등 5명의 민주당 출신 하원의원이 ‘사모사 코커스’를 결성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텍사스 휴스턴에서 모디 총리를 환영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고, 이때 인도계 미국인 등 5만명가량이 운집하는 성황을 이뤘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2월 답방 형식으로 인도를 방문했고, 모디 총리의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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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연합뉴스


◆서구 국가의 인도계 정치인과 경제인

캐나다에는 인도 등 서남아시아 출신 이민자들이 미국보다 많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내각의 각료로 인도의 시크교도 출신 인사를 인도 본토의 모디 총리 내각보다 더 많이 기용하고 있다고 WP가 최근 보도했다. 유럽에서는 지난 6월까지 재임했던 리오 버라드커 전 아일랜드 총리가 인도계 부친을 둔 ‘반쪽’ 인도계이고, 포르투갈의 안토니우 코스타 총리가 인도 고아 지방 출신 자손이다. 영국에서는 보리스 존슨 총리의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되는 리시 수낵 재무장관이 인도 펀자브 출신 이민자의 아들이다. 영국의 프리티 파텔 내무장관도 인도 힌두교도 이민자의 자녀이다.

미국의 거대 IT기업의 CEO 자리는 인도계 전유물이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 CEO는 인도 출신 피차이이다. IBM CEO도 인도계인 아르빈드 크리슈나이다. 피차이와 크리슈나는 인도 공과대(IIT) 동문이다. 이들보다 앞서 CEO에 오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티아 나델라도 인도계다. 나델라는 인도 뱅갈로르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샨타누 나라얀 어도비(Adobe) CEO도 인도계다. 그는 인도 오스마니아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미국 볼링그린주립대에서 컴퓨터공학 석사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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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노키아의 라지브 수리, 딜로이트의 푸닛 렌젠, 마이크론의 산제이 메로트라, 넷앱의 조지 쿠리안이 글로벌 IT기업의 CEO로 활약하고 있다. IT기업 이외에 마스터 카드 아제이 방가 회장 등 글로벌 기업 수장들이 인도 출신이다.

인도 출신 이민자는 전 세계에 걸쳐 1800만명가량으로 세계 최대 디아스포라이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인도계가 가장 선호하는 국가는 미국이고, 미국 첨단 기업 창업자의 8%가 인도계이다. 현재 인도 인구는 약 14억명이고, 오는 2027년에 중국을 넘어 세계 최대 인구 국가가 될 것이라고 WEF가 전망했다. 인도 출신 이민자들이 최근에는 중동 지역으로 대거 이주하고 있다. UAE에는 인도계가 310만명에 달하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오만에도 인도계가 2005년 200만명가량에서 2015년에는 800만명가량으로 늘어났다고 WEF가 밝혔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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