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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vs기아, 한몸처럼 지내다 친환경차 시대에 역할 나누나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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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차와 차 업계를 이야기하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오늘은 친환경차 시대를 맞은 현대·기아자동차의 역할 분담이라는 이슈를 한번 다뤄보려고 합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자동차·철강·건설·금융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완성차를 제조하고 있는 핵심 기업인데요.

그래도 따져보면 엄연히 별개의 회사입니다. 그리고 국내 시장에서 현대차는 기아차의, 기아차는 현대차의 가장 큰 적수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그동안 두 회사가 내놓는 제품에서는 그동안 큰 차이가 없었던 것이 사실인데요.

최근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로 대표되는 미래 친환경차 시대를 맞아 두 회사가 조금 다른 역할을 맡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현대차그룹의 큰 전략 안에서 언제든 유기적으로 변할 수 있겠지만 현재 조금은 다른 역할을 맡는 모습을 가볍게 짚어보겠습니다.

친환경차 시대의 또 다른 대안 중 하나로 꼽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에 대한 지난주 휴일차담에 보내주신 성원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 ‘2억 벤츠’로 체험한 PHEV, 친환경차 시대 내연기관의 반격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00912/102903129/1


▶ 김도형 기자의 휴일車담 전체 기사 보기
https://www.donga.com/news/Series/70010900000002


● 2029년 전기차 비중 25% 내세운 기아차

이번 주에도 자동차 업계에는 이런저런 새로운 소식들이 있었는데요. 가장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송호성 기아자동차 사장이 밝힌 기아차의 미래 계획입니다.

최근 기아차 화성공장을 찾은 송호성 사장은 2029년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비중을 2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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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화성공장을 방문한 송호성 사장이 오는 2027년까지 출시될 기아자동차 전용 전기차 모델 라인업의 스케치 이미지를 설명하는 모습. 기아자동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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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안에 판매하는 차량의 4분의 1을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것인데 연간 300만 대 안팎에 이르는 기아차의 연간 차량 판매를 고려하면 상당한 수치입니다.

미래 친환경차와 관련된 계획은 각 회사들이 여러 종류의 기준에 따라서 수시로 내놓고 있어서 정확한 의미를 좀 차분하게 들여다볼 필요도 있습니다.

기아차의 경우 올해 초 내놓은 중장기 전략 ‘플랜S’에서 이미 2025년에 친환경차 판매비중 25%의 계획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전기차 판매 비중은 그 절반인 12.5%로 제시했는데요. (친환경차에는 순수전기차 외에도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등이 포함됩니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서 2025년 이후에도 급격하게 전기차 판매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송 사장이 직접 내놓았다는 것을 이번 계획의 핵심으로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2027년까지 전기차 전용모델 7종을 내놓겠다는 계획 등은 이런 목표를 위한 세부 계획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현대차 역시 내년 초 전기차 전용모델인 ‘아이오닉5’ 출시를 비롯해 빠르게 전기차를 확대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자동차 업계에서는 기아차가 전기차에 방점을 찍는 전략을 보다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중장기 계획인 ‘플랜S’에서도 기아차는 ‘전기차 선제적 전환’과 ‘맞춤형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을 양대 계획으로 내놓았습니다.

● 수소전기차 등에 업고 큰 그림 그리는 현대차

이런 가운데 기아차는 현대차그룹의 ‘간판 상품’처럼 떠오르고 있는 수소전기차에 대해서는 한번도 계획을 내놓은 적이 없습니다.

수소전기차는 적어도 현재까지는, 현대차의 몫입니다. 그리고 수소전기차까지를 포함하는 현대차의 미래 전략은 기아차보다 좀 복잡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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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 ‘넥쏘’. 현대자동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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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역시 빠르게 전기차를 늘리는 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다른 계획들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전기차에 대한 집중도는 비교적 낮아 보입니다.

현대차도 기아차보다 조금 앞선 지난해 말에 중장기 전략을 공개했는데요. ‘모빌리티 제품’과 ‘모빌리티 서비스’ 두 축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겠다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계획 속에는 메뉴가 여럿 있습니다.

단순한 전동차 확대뿐만 아니라 제네시스 전동차 확대, 내연기관 고수익화, 고성능 N 브랜드 확대 등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 지능형 모빌리티 서비스를 내세우면서 자동차 정비, 금융, 쇼핑 등 각종 서비스 사업으로의 ‘확장’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수소전기차 확대 전략까지 포함돼 있으니 기아차보다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 현대·기아차, 친환경차 시대에 역할 나누나

내연기관차 중심의 과거 사업에서 현대차와 기아차는 사실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차급에서 동일한 기본 차체와 파워트레인을 쓰면서 디자인과 상품 구성을 조금씩 다르게 한 차량을 각기 내놓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현대차 안에 있다는 점 정도가 눈에 띄지만 최근 현대차에서도 제네시스는 제네시스 대로 현대차는 현대차 대로 봐줬으면 하는 기류가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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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의 중장기 계획 ‘플랜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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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각자 힘들게 구축한 브랜드 파워를 생각하면 불가능하겠지만 ‘왜 현대차와 기아차가 하나로 합치지 않느냐’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을 법 했습니다.

하지만 기존보다 불확실성이 커지고 영역이 다양해지는 미래 친환경차 시대는 이제 두 회사에 적절한 역할 분담을 요구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현대차가 방탄소년단(BTS)까지 ‘콜라보’하면서 수소전기차 영역에서 선도적인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하고 있는 상황.

수소전기차는 굳이 시선을 분산시키지 않고 현대차의 브랜드로 키워가는 것이 맞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초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에 대한 청사진까지 내놓은 현대차는 다양한 신사업 영역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실험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기아차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차로 자리 잡고 있는 전기차에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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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2025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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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적한 과제, ‘따로 또 같이’ 성공할 수 있을까

두 회사의 중장기 계획이 공개된 것도 벌써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 시간에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테슬라의 기업가치 급상승과 니콜라 논란을 보면서 친환경차 시장이 가진 폭발성을 직접 느꼈습니다.

이렇게 시장은 급변하고 있고 현대·기아차 두 회사 모두 시시각각으로 새로운 전략을 짜고 있을 수 있습니다.

당장 현대차만 해도 최근에 ‘아이오닉’을 전기차 전용 브랜드로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한 몸이지만 각기 다른 기업’이기에 이미 현실화된 전기차 시대에 각자 발 빠르게 대처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더 큰 문제는 두 회사가 얼마나 적절한 전략을 구사하면서 친환경차 시대에 잘 대응할 수 있느냐는 이슈인 것으로 보입니다.

서로 역할을 분담하면서 열심히 준비하더라도 친환경차 시장 대응은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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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의 첫 전용 전기차 ‘CV’. 기아자동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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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처럼 10년 안에 25%의 물량을 전기차로 채우겠다며 목표 숫자를 높이는 것은 오히려 쉬울 수 있습니다.

기아차가 진짜로 답해야 할 질문은 높은 배터리 가격을 생각하면 전기차가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수익을 내기 쉽지 않아 보이는데 전기차의 비중을 키우는 것이 능사일 수 있느냐는 물음일 수 있습니다.

수소전기차를 등에 업고 있는 현대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수소전기차가 현재 수익성을 확보하기 힘든 것은 물론이고 수소 충전과 관련한 인프라가 국내·외에 앞으로 얼마나 깔릴 것이냐를 전망하는 것마저 쉽지 않은데 어떻게 사업 계획을 짤

것이냐는 현실적인 물음이 현대차 앞에는 놓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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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아이오닉’ 제품 라인업. 현대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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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역할을 분담하더라도 현대차와 기아차는 현대차그룹이 그리는 큰 그림 안에서 움직이게 됩니다.

기존의 구도와는 조금 달라보이는 역할을 맡으면서 두 회사는 각자 어떤 미래를 그려내고 저런 과제들에 답을 제시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합으로, 두 회사는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따로 또 같이’ 가는 것처럼 보이는 두 회사가 결국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쥐고 있다는 점이, 두 갈래의 길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지는 이유입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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