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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네 마녀의 날·`위챗 금지 사태` 속 뉴욕증시 출렁…고래와 개미 `콜 옵션`도 한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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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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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증시가 이번 주 '네 마녀의 날'을 전후해 눈에 띄게 출렁이는 모습을 보이면서 월가에서는 고래와 개미의 콜 옵션 거래 급증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서학 개미'들이 줄줄이 투자한 테슬라와 MAGA(마이크로소프트·애플·구글 알파벳·아마존) 뿐 아니라 '미국 대표 제약사'로 변신을 선언했던 이스트먼 코닥과 '제2테슬라'를 꿈꾸는 니콜라 등 글로벌 개미(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개별 주식, 증시 3대 대표지수 중 하나인 '대형주 중심'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와 '기술주 중심' 나스닥종합주가지수가 이달 들어 급등락을 반복한 것이 미국 내 개인 투자자들의 옵션 거래 급증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에서다.

이번 주 뉴욕증시에서는 보수적인 투자방식으로 유명한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선뜻 투자 지갑을 연 클라우드 데이터 저장·서비스업체 '스노우플레이크'와 3D 비디오 게임 엔진 지원업체 '유니티소프트웨어'가 기업 공모(IPO)를 거쳐 상장해 시장 열기를 보여줬지만 증시 전반적으로는 '거품 붕괴론'이 여전히 존재하는 등 시세 급등락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이번 주 들어 상승 반전하는 듯 했던 S&P500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는 18일(현지시간)을 기점으로 다시 하락했다. 최근 3주 동안 S&P500지수는 5.4%, 나스닥 종합지수는 7.7%급락해 지난 3월 '코로나 패닉장' 이후 최악의 손실을 기록했다.

뉴욕증시 변동성이 커진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는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 그늘과 11월 대선 불확실성, 오는 20일 미국 내 '틱톡·위챗 사용금지'를 둘러싼 미·중 갈등 심화 가능성 같은 외부 변수다. 또 다른 하나는 시장 내 자금 흐름같은 내부 변수다. 올해 3분기(7~9월)말로 접어들면서 연금기금과 해외 공공자금 등 대형 기관 투자자들의 분기 리밸런싱에 따른 자금 이동, 최근 개인 투자자들의 옵션 거래·모멘텀 투자 급증 등을 꼽을 수 있다. 옵션 거래가 늘면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효과가 있다. 모멘텀 투자는 변동성이 큰 주식을 사고파는 것이기 때문에 시장 변동성이 클 때 두드러진다. 올해 미국에서는 '로빈후더'가 늘어나면서 10%초반을 오가던 뉴욕증시 개인 투자자 거래 비중이 20%에 달한 상태다.

옵션은 기초 자산(주식·종합 주가 지수·상장지수펀드(ETF) 등)의 시세에 기반해 시세 상승·하락에 베팅하는 금융 상품이다. 이 때문에 선물과 더불어 대표적인 파생상품으로 불린다. 옵션은 '행사가격(strike price)·만기(expiration)·옵션 가격인 프리미엄(premium)'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주식 같은 기초자산보다 상품 구조가 복잡하고, 기초 자산 가격이 예상한 방향과 다르게 움직이는 경우 돈을 잃을 위험도 크다. 기초 자산 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것은 콜 옵션, 하락에 베팅하는 것은 풋 옵션이다.

특히 이른바 '네 마녀의 날'(quadruple witching)이었던 지난 18일 뉴욕증시 시세 급변과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콜 옵션 거래 급증'을 눈여겨볼 만한 변수로 꼽았다. 네 마녀의 날이란, 네 가지 파생상품(개별 주식 선물·개별 주식 옵션·지수 선물·지수 옵션) 만기일이 동시에 겹치는 날을 부르는 월가 시장 용어다. 이 날이 되면 주가가 장이 끝날 때까지 요동치는 바람에 마치 마녀들이 장난 치는 것 같다고 비유한 데에서 이름이 유래됐다.

최근 '고래'(증시를 출렁이게 하는 대규모 개인 투자자)로 등극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테슬라 등 기술주 상승에 베팅해 콜 옵션을 거래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었다. 다만 고래 외에도 미국판 청년개미 '로빈후더'(미국 내 주식 중개 수수료 무료 어플리케이션(앱)인 로빈후드 사용자)를 중심으로 한 개인 투자자들의 콜 옵션 거래도 급증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e)의 헨리 슈워츠 글로벌시장 정보 담당 선임연구원은 지난 13일 WSJ 인터뷰에서 "이번 9월 1~2주 동안 개별 주식 혹은 상장지수펀드(ETF) 시세 변동에 베팅한 옵션 손바뀜이 하루 평균 3500만 계약(옵션 거래단위)이나 됐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92% 늘어난 것"이라면서 "올해는 옵션 거래량 측면에서 기록적인 해"라고 평가했다.

이밖에 월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분석한 것을 보면 개별 주식 주가 변화에 베팅한 '옵션' 거래량은 지난 7월에 사상 처음으로 일반 주식 거래량을 넘어섰다. '개별 주식에 대한 옵션 거래량/일반 주식 거래량' 비율은 올해 7월 말 처음으로 1.09를 기록했고, 8월 말에는 1.23으로 더 높아졌다. 개별 주식 옵션 거래량이 일반 주식 거래량의 1.23배에 이른다는 뜻이다. 골드만삭스가 2006년 1월부터 매월 말 해당 데이터를 집계한 결과 2006년~2019년까지는 해당 비율이 1을 넘은 적이 없었다.

눈여겨볼만 한 점은 특히 '옵션 초보 개미'가 빠르게 늘었다는 것이다. 미국 옵션 상품 설계업체인 선다이얼 캐피털 리서치에 따르면 8월 말을 기준으로 볼 때 뉴욕증시 옵션 프리미엄 지급액의 절반이 넘는 62%를 경험이 부족한 소액 개인 투자자들이 냈다. 소액이라 함은 옵션을 10계약 이하로 사들인 경우를 말한다. 선다이얼의 제이슨 게퍼트 연구원은 WSJ인터뷰에서 "이전 평균치가 34%정도였는데 올해 들어 거의 2배가 늘어난 셈"이라면서 "최근 옵션 거래 대부분이 경험이 없는 변변치 않은(small-fry) 개인 투자자들"이라고 꼬집었다.

게퍼트 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주에만 해도 개인 투자자들이 옵션 거래에 115억 달러(약 13조 3802억원)를 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배나 되는 사상 최다 금액이다. WSJ는 115억 달러라는 금액은 지난 2019년 회계연도(2018년 10월 1일~2019년 9월 30일) 한 해 동안 미국인들이 복권을 사는 데 쓴 돈이 910억 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마 어마한 베팅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콜 옵션과 관련해 헤지펀드사인 QVR의 펀드매니저 벤 에이퍼트는 18일 WSJ인터뷰에서 "최근 6개월 동안 옵션 거래가 늘었는데, 특히 소액 투자자들의 콜 옵션 거래가 차트 상으로도 너무나 놀랍게 늘어났다"면서 "이런 폭증세는 시장이 매우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미국 주식·파생상품 청산 거래소인 옵션클리어링에 따르면 올해 8월 개인 소액 투자자들이 사들인 콜 옵션은 5000억 달러 어치에 이르며 이는 7월 보다 5배 급증한 규모다.

풋/콜 옵션 비중은 최근 몇 달 새 0.4 선을 오갔다. 기술주를 중심으로 한 증시 낙관론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상승장에 베팅하는 콜 옵션 거래가 하락장에 베팅하는 풋 옵션보다 빠르게 증가한 결과다. 풋/콜 옵션 비중 조정이 이뤄지는 경우 증시는 단기 급변동을 거듭하게 된다.

뉴욕증시 변동성을 키운 배경으로는 대형 기관투자자들의 매도세와 개미들의 '모멘텀' 투자가 늘어난 것도 시장 내 자금 이동 주요 변수로 꼽힌다. 월가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난 8월~9월 초 5주 동안 북미 지역 주식 펀드가 5주 연속 유출했다"면서 "9월 말까지 연금 기금과 해외 공공자금 등의 3분기 리밸런싱(투자 포트톨리오 조정 작업)에 따라 약 2000억 달러 규모의 순매도 압력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을 비롯한 각 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풀기는 했지만, 분기별 리밸런싱은 매년 있는 변화다.

이를 감안할 때 기관 투자자들의 움직임에 더해 개미들의 모멘텀 투자도 눈여겨볼 만하다. 팩트셋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월~ 8월 동안 모멘텀에 기반한 ETF거래 규모가 총 180억 달러로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16%나 늘어난 결과 최근 10년 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계 투자은행 소시에테제네럴은 로빈후더들은 최근 3개월간 상승세가 눈에 띈 주식을 중점 거래했고 이것이 시장에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 지는 섣불리 예상하기 힘들다. 우선 '콜 옵션 거래'와 관련해 도이체방크는 "그간 지나친 기대감 속에 극단적으로 치우쳤던 '풋/콜 옵션' 비중이 9월 둘째 주를 전후해 정상화되면서 평균 수준으로 돌아오고 있다"면서 이를 근거로 "둘째 주 엄청난 매도세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번 달 뉴욕증시에 대해 낙관적으로 보고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콜 옵션 거래와 모멘텀 투자는 방향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JP모건의 니콜라스 패니거츠그로 글로벌시장 전략가는 지난 13일 WSJ인터뷰에서 "최근 1주일 새 기술주와 고가 주식 주가가 약세를 보이면서 모멘텀 투자자들이 매수에서 판매로 이동하는 모습"이라면서도 "다만 콜 옵션의 경우 소액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1주간 주가 약세를 '조정'이라고 보면서 추가 매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시장 자금 흐름이 외부 변수 영향을 받는다는 점도 중요하다. 우선 오는 11월 3일 미국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미·중 갈등골이 깊어지고 있다. 18일 상무부가 행정명령을 통해 "오는 9월 20일 부터 위챗 앱 사용이 중단되고 틱톡 앱을 새로 다운로드할 수 없으며, 틱톡은 미국 측 인수 협상이 마무리될 시점을 즈음해 오는 11월 12일 이후 사용이 금지된다"고 밝히자 중국 외무부가 "중국 기업의 이익을 위해 미국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보복 의사를 밝힌 상태다. 한편 미국 내 코로나19 사태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음에도 민주·공화당 갈등 탓에 추가 부양책이 나오지 않고 있는 점도 증시 하방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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