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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트럼프 '사기꾼'이라던 긴즈버그···美 '진보 아이콘' 죽음 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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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 대법관.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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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대법관이 18일(현지시간) 향년 87세로 사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온라인 뉴스의 가장 윗자리에 긴즈버그의 부고를 띄우고 관련 뉴스를 쏟아냈다. 워싱턴포스트(WP)와 USA투데이 등 다른 매체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의 두 번째 여성 연방대법관에 오른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현역의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그의 공석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시작됐다. 긴즈버그가 마지막까지 얼마나 뜨거운 삶을 살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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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미국 연방대법관에 몰려든 사람들. 성소수자의 인권을 상징하는 깃발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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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를 '사기꾼'으로 불렀던 그의 후임은?



그는 2016년 대선 당시 언론 인터뷰 등에서 공공연하게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사기꾼'(faker)이라고 칭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각을 세웠다.

긴즈버그의 별세로 트럼프는 대법관을 새로 임명할 수 있게 됐다. 이전까지 연방대법원의 이념 지형은 보수 5명, 진보 4명이었다. 조금 더 오른쪽으로 기울 수 있게 됐다. 긴즈버그는 이 때문에 마지막 순간까지 은퇴를 미뤄왔다.

미 대선까지 6주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어서 긴즈버그의 자리에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인사를 지명할지, 아니면 대선까지 이를 공석으로 남길지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여론전은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난주에 대법관 후보 20명의 리스트를 마련했다.



소수자 대변한 진보의 아이콘



긴즈버그 대법관은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를 거쳐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인 1993년 여성으로서는 두 번째로 연방대법관으로 임명됐다. 무려 27년이나 연방대법관으로 일한 셈이다.

그는 취임 후 남성의 입학만 허용하던 버지니아군사학교에 여성을 받거나 아니면 주 정부의 예산 지원을 포기하라는 판결을 내리는 등 여권 신장에 힘썼다. 미국 연방대법관에 몇 명의 여성이 적당한가에 대한 질문에 "9명"이라고 답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 시절엔 성을 뜻하는 용어로 생물학적 의미가 강한 섹스(sex) 대신 사회적 가치를 담은 젠더(gender)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지금은 젠더라는 용어가 일반화 됐다.

그는 대법원에서 낙태, 동성결혼, 이민 등에 있어서 소수자를 대변하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노토리어스 RGB…록스타같은 인기



미국에서 '진보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며 특히 여성과 젊은이들 사이에서 '록스타' 같은 인기를 누렸다. 이들은 긴즈버그의 이름 영문 이니셜인 'RBG'에 미국 인기 래퍼 노토리어스 B.I.G의 이름을 합쳐 '노토리어스 RBG'라고 부르며 열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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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 대법관의 초상화.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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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미국 연방대법원 앞에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 대법관울 추모하는 사람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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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삶을 다룬 영화와 다큐멘터리도 최근 몇 년새 속속 개봉됐다.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에서는 그의 변호사 시절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국판 영화 포스터에는 '영웅적', '리더', '정의'와 같은 단어가 쓰여 있던 부분에 한국어 포스터에는 '러블리한 날', '핵인싸', '데일리룩' 등의 표현으로 바뀌어 논란을 빚고 배급사가 포스터를 내리고 사과한 해프닝도 있었다.

다큐멘터리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 RBG'는 2018년 미국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9년부터 암 투병…미 정가 애도 물결



긴즈버그 대법관은 췌장암 전이에 따른 합병증으로 워싱턴에 있는 자택에서 별세했다. 2009년 췌장암 수술을 받았으며 2018년 폐암, 2019년 췌장암 등 총 5차례나 암과 싸웠다. 올해는 간에서 암 병변이 발견돼 항암 치료를 받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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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과 담소를 나누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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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모습. 빌 클린턴 대통령과 함께.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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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별세 소식에 미 정계에서도 애도 메시지가 잇따랐다.

미네소타주에서 대선 유세 연설 중 긴즈버그 대법관의 별세 소식을 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놀라운 삶을 이끌었다"며 조의를 표했다. 후임 대법관 임명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도 "매우 슬픈 소식"이라고 애도한 뒤 새 대법관은 미 대선 이후 선출되는 새 대통령이 선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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