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라임 회장 5개월 도피 뒤엔 당뇨약 배달한 '운전기사' 있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사건추적] 신출귀몰 도피행각 벌인 라임 핵심인물들

중앙일보

성북구 주택가에서 잠복 중이던 경찰이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을 검거한 순간. [사진 연합뉴스TV]



1조6000억원 대 환매 중단 혐의로 경찰 수배를 받은 김봉현(46·구속)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이종필(42·구속)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 이들이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고 5개월간이나 도피 행각을 펼칠 수 있었던 배후가 법원 판결로 드러났다. 이들의 도피를 돕다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바로 이들의 '운전기사'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 회장과 이 부사장은 1조6000억원대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이른바 ‘라임자산운용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경찰이 지난해 12월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김 회장은 영장심사에 참여하지 않고 그대로 잠적했다. 이 전 부사장 역시 지난해 11월 구속 영장심사에 참석하지 않아 곧장 지명수배됐다. 이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지난 4월 23일 김 회장과 이 부사장을 검거하기까지 약 5개월이 걸렸다.

중앙일보

라임 사태 관계자의 도피를 도운 2인의 운전기사가 서울남부지법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이 경찰의 5개월에 걸친 추적을 따돌릴 수 있었던 건 다름 아닌 운전기사들이 수족 역할을 하며 도피를 도왔기 때문이다. 우선 오랜 기간 숨어 지내려면 외부 조력자와 연락할 수 있는 통신 수단이 필요하다. 김 회장 등에게 조력자 김모씨와 연락하는 데 사용할 수 있게 휴대폰을 전달한 게 운전기사 성 모씨였다. 성씨는 또 증거를 은폐하기 위해 이 부사장이 사용했던 여러 대의 휴대폰을 한강에 버리기도 했다.

두 사람의 이동 수단 역시 또 다른 운전기사가 도왔다. 이 부사장의 운전기사로 일하다 지난해부터 김 회장의 차를 운전했던 한 모씨다. 한씨는 김 회장이 소유했던 기아차 카니발의 차량번호판을 바꾸는 수법으로 김씨가 경찰의 눈을 피해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도피 자금을 전달한 것도 운전기사다. 성 씨는 이 부사장의 공인인증서가 깔린 휴대폰으로 스타모빌리티 주식을 판 뒤 그 돈을 이 부사장한테 전달했다. 또 다른 운전기사 한씨도 이 부사장한테 5억원짜리 수표를 받아 명동에서 현금 4억8000만원을 환전한 뒤 갖다 줬다.



운전기사가 휴대폰·돈·치료제 공급



중앙일보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특히 이 부사장은 당뇨가 있어 수시로 당뇨약이 필요했다. 이 약 역시 운전기사가 수시로 배달하다시피했다. 이 부사장의 당뇨약은 이 부사장의 아내이자 현직 대학병원 의사인 추모씨가 처방했다. 한씨는 추씨의 처방전으로 약을 구한 뒤, 이 부사장을 돕는 김모씨 차량 뒷좌석에 넣어두는 방식으로, 이 부사장에게 약을 배달시켰다.

이 부사장은 또 아토피에도 시달려 정기적으로 주사를 맞아야 했다. 이 역시 부인 추씨가 주사제를 구해 친정어머니 차에 넣어두면, 운전기사 한씨가 찾아간 뒤 성씨를 통해 이 부사장에게 최종적으로 릴레이 전달을 했다. 이 부사장이 지병인 당뇨나 아토피에도 적절한 약을 복용하며 도피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중앙일보

신한은행 라임CI펀드 피해고객연대가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부사장은 도피 중 가족과 휴가를 갈 정도로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이때도 운전기사들이 등장한다. 운전기사 한씨와 또 다른 박씨가 각각 자신들의 이름으로 차를 빌린 뒤, 이 부사장과 그의 아내·아들·딸 등 가족을 같은 날 강원도 정선의 리조트로 데려다줬다. 이 부사장은 그곳에서 가족과 3박 4일을 보냈다.

운전기사들 재판에 넘겨져 유죄 받아

운전기사들은 김 회장과 이 부사장이 기소되면서 도피를 도운 혐의로 같이 재판에 넘겨져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11일 성씨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한씨에게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회장과 이 부사장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해 도피 중인 것을 알면서도 피고인들은 이들을 도왔다”며 “다만 고용주 지시로 행동했고 별도의 경제적 이익을 받은 적이 없는 점을 고려했다”고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