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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기소한 건 ‘윤미향의 불법’…왜 인권운동 전체와 연결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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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측, 방어권 행사 아닌 편가르기

‘내 편은 무조건 옳다’ 정치 공세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큰 결례

중앙일보

검찰이 정의기억연대 전 이사장인 윤미향 의원을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사진은 15일 서울 마포구 정의연 사무실 입구의 안내 표시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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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검찰의 기소에 대한 윤미향(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 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반발은 예상된 것이었다. 피고인으로서 방어권 행사는 당연한 권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반발이 법적 권리 행사가 아니라 정치적 편가르기에 더 가깝다는 게 문제다.

검찰은 윤 의원에게 준사기 혐의를 적용하며 중증 치매를 앓고 있는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를 속여 7920만원을 기부하게 했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할머니의 정신적·육체적 주체성을 무시했다. 피해자를 욕보였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핵심은 할머니가 기부할 당시 건강 상태에 대한 ‘의학적 판단’과 이를 합법적 의사 능력 행사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한 ‘법적 판단’의 문제다. 검찰은 할머니의 의사 표시가 법적으로 유효한지 따지자는데, 윤 의원은 “치매가 아니라는데 왜 무시하냐”고 대응하는 셈이다.

검찰이 숨진 마포쉼터 소장 A씨도 이에 공모했다고 한 데 대해 정의연은 15일 “사자(死者)에게 공모죄를 덮어씌웠다”고 했다. 역시 논점에서 벗어난 이야기다. 검찰이 A씨를 기소한 것도 아니고, 윤 의원의 혐의에 대한 근거 차원에서 제시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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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기소한 윤미향 의원 혐의와 액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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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35만원 횡령 혐의도 마찬가지다. 윤 의원은 “개인 명의 계좌로 모금해 횡령이라는데, 모두 공적인 용도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언론에는 구체적 용처를 밝히지 않았지만, 공소장 범죄 일람표에는 윤 의원의 기부금 사적 사용 내역을 모두 기재했다. 피고인은 통상 2~3일이면 변호사 등을 통해 공소장을 받아볼 수 있다. 내역부터 확인한 뒤 사적 용도인지 아닌지 따지면 될 일인데, 윤 의원은 이를 보기도 전에 무조건 “나는 그런 적이 없다”는 식이다.

정의연은 “수사 계기가 된 이른바 ‘정의연 회계부정 의혹’은 대부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판명됐다”고도 했다.

검찰이 정의연 회계 처리와 관련한 6건의 고발을 불기소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부실 공시가 상당히 있었으나 현행법상 처벌 규정은 없다. 주무관청에 후원금 수입·지출을 일부 누락했으나 현 공익법인법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며 현행 법제도 미비를 지적했다. 기소를 안 한 게 아니라 못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정의연은 그간 언론의 의혹 제기를 ‘가짜 뉴스’로 부르며 “일부 언론은 의혹 대부분이 기소됐다는 프레임으로 다시 정의연을 매도한다”고 주장했다. 15일자 조간신문 8개 중 ‘대부분’이라는 표현을 쓴 건 한 매체뿐이고, 7개 매체는 ‘상당 부분’이라고 하거나 수식어를 쓰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정작 프레임을 짜려는 것은 어느 쪽인지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결국 이들의 결론은 검찰이 위안부 인권운동을 근본적으로 폄훼하려는 저의가 있고(정의연), 검찰 수사 결과 발표가 운동의 30년 역사와 대의를 무너뜨릴 수 없다(윤 의원)는 것이었다. ‘위안부 운동이 곧 윤미향이고, 윤미향이 곧 전체 위안부 피해자를 대변한다’는 전형적인 동일시의 오류다.

착각하지 말자. 검찰이 기소한 건 ‘윤 의원의 불법’이다. 이를 인권운동 전체와 연결시키는 게 오히려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큰 결례다. 내 편은 무조건 옳다는 식의 정치 공세의 시간도 끝났다. 이제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면 될 일이다.

유지혜 국제외교안보에디터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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