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 전화 인터뷰
"윤미향, 법이 알아서 심판할 것"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지난 5월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 호텔에서 두번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첫 기자회견은 대구 남구의 찻집에서 열렸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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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 동안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일했던 윤미향이 기소됐지만, 안타까운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15일 오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말이다. 그는 “윤미향의 죄와 관련된 일은 내가 답할 게 아니고, 법에 물어야 한다”며 “법이 알아서 심판할 것”이라고 했다. 윤미향(56)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위한 모금액 등 공금에서 1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 할머니는 이날 통화에서 자신과 윤 의원과 관련된 일부 언론보도를 지적하며 화를 냈다. 이 할머니는 “윤미향 의원과 30여 년 함께 일을 했는데 기소 소식에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다는 말이 나오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누가 그런 얘기를 했느냐. 절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할머니는 이날 정정한 목소리로 전화 인터뷰에 응했다. 앞서 건강이 악화했다는 소식에 대해선 “지금은 전보다 나아졌다. 그래도 활발한 활동을 하기는 조금 어려운 상태”라고 했다. 이 할머니를 곁에서 수행하는 측근도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밖에 잘 못 나가셔서 답답해하신다. 할머니께서 윤 의원을 안타까워한다거나 그런 말들은 할머니가 직접 한 말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 할머니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을 지낸 윤 의원과 30여 년 동안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활동을 해왔다. 정의연이 1992년 수요집회(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를 주최한 이후부터 이 할머니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28년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고 했다.
그러다 지난 5월 이 할머니는 대구 남구의 한 찻집에서 돌연 기자회견을 열고 “수요집회에 참가하지 않겠다”며 “참가한 학생들이 낸 성금이 어디 쓰이는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 직후 윤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할머니의 기억이 달라졌다”며 “92년부터 할머니들의 지원금 영수증을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할머니와의 첫 인연에 대해 “92년에 이용수 할머니께서 신고 전화를 했을 때 제가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았다. 모기 소리만한 목소리로 떨면서 ‘저는 피해자가 아니고, 제 친구가요’라고 말하던 그때의 그 상황을 바로 어제 일처럼 기억한다”고 쓰기도 했다.
윤 의원의 해명에도 정의연의 후원금 부정 회계와 횡령 의혹은 일파만파 커졌다. 지난 5월 14일부터 8월 26일까지 시민단체들이 잇따라 윤 의원을 고발했고, 지난 14일 서울서부지검은 정의연과 그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부실 회계와 후원금 횡령 의혹 등의 혐의로 윤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 4개월 만이다.
지난달 14일 오전 충남 천안 국립 망향의 동산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행사에 참석한 이용수 할머니.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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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윤 의원은 “수사 결과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오늘 발표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의 30년 역사와 대의를 무너뜨릴 수는 없다. 좌절감을 딛고 일어나 재판에서 결백을 증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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