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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부한 유동성은 개인투자자들이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다. 당국이 '헬리콥터 머니'라는 비난을 감안하고 유동성을 대량으로 푼 이유는 코로나19 충격을 대면한 기업의 생산활동과 가계의 소비를 지원하고자하는 목적이다. 그러나 사태 장기화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사람들은 투자와 소비를 꺼리게 됐고 '사상 최대'의 유동성은 고스란히 현금으로 남게 됐다. 단기성 상품은 예치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언제든지 현금화가 용이해 부동산, 주식 등 자산시장으로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압박이 높아지면서 주식이 유일한 투자처로 꼽힌다.
이같이 자금이 쏠리는 까닭은 저금리에 따른 정기예금 탈출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 올해 기준금리가 75bp(1bp=0.01%p) 인하되자 은행의 예·적금 상품이 낮은 이율을 보이자 상품 가입유인은 사라졌다. 상품을 중도 해지하거나, 만료된 이후에도 정기 예·적금에 돈을 다시 예치하지 않는 것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1월 이후 18조7247억원이 빠져나갔다. 반면, 같은 기간 수시입출금 통장 잔액은 88조8686억원 늘며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은행이나 증권사로부터 대출을 끌어모아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개인투자자도 적지 않다.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 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값싸게 돈을 빌리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5대 은행 신용대출은 지난달 이후 열흘만에 1조원 가까이 늘었다. 증권사가 매입주 대금을 빌려주는 신용공여 잔액 역시 9970억원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카카오게임즈, SK바이오팜 등) 공모주 청약시점을 전후로 신용대출이 많이 늘었다. 이중 일부는 차입돼 청약증거금으로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청약 경쟁률이 높아서 주식 배정이 많지는 않아 상당수는 상환되는 흐름도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기성 자금 증가세로 증시 열풍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더군다나 다음달 IPO 대어로 꼽히는 빅히트 일반 청약이 대기하고 있다. 빅히트 일반 청약에서 증거금 기록이 카카오게임즈(58조5000억원)와 SK바이오팜(30조9000억원)을 넘길지가 관전 포인트다.
다만, 당국이 신용대출 규제에 적극 나서기로 한 점이 변수다. 금융기관들이 일제히 신용대출 문턱을 높일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투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기관 대출 태도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도나 금리를 조정한다면 영향을 받겠지만 아직까지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아 방향성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금융감독원은 5대은행 여신담당 부행장과 화상회의를 갖고 대출규제 검토에 나섰다.
lovus23@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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