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니 대사도 "대화 해결" 미·중 이례적 중립
강경화 외교, 비건 부장관 대화 재개 촉구에
"北 코로나, 태풍 수해 극복에 전념하고 있다"
"한반도 상황 쉽지 않아, 당면 과제는 강성대국"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2일 화상으로 개최된 제27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ARF 차원에서 조속한 대화 재개를 통한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단합된 메시지가 발신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른쪽 옆으론 안광일 북한 주인도네시아 대사가 참여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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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간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12일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아세안 회원국들이 "미·중 전략적 대결에 끼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선권 북한 외무상 대신 북한 대표로 참석한 안광일 인도네시아 대사도 "남중국해 관련 대화를 통한 해결"을 주장하며 대남, 대미 비난을 자제했다.
9일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 회의에서 격돌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ARF에 불참한 채 스티븐 비건 부장관과 뤄자오후이(羅照輝)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참석했다.
13일 베트남뉴스통신(VNA) 등에 따르면 올해 의장국인 베트남 팜 빈 민 부총리 겸 외교장관은 폐막 기자회견에서 미·중 전략적 경쟁에 관한 회원국의 입장을 묻는 말에 "이들 국가의 전략적 대결은 현실이며 물론 올해 회의들에서도 전략적 경쟁은 나타났고 논의도 이뤄졌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아세안 회원국들은 이 지역 평화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전략적 경쟁에 끼어들기를 원치 않는다"라고 했다.
팜 빈 민 장관은 "회원국들은 대신 유엔 해양법협약을 포함한 국제법을 준수하고 평화롭고 안정적이며, 항행의 자유가 보장되는 남중국해를 건설하는 데 모두가 기여하길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
아세안 10개 회원국은 이날 회의에서 "미·중 양국이 국제법에 따라 남중국해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사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추가 도발을 자제해달라"고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내기도 했다. 직전 7~8월 미·중이 진행한 남중국해 무력시위를 규탄한 셈이다.
지난 7월 1일 중국 인민해방군이 파라셀 군도에서 대규모 해상훈련을 하자 미국은 니미츠함과 로널드 레이건함 등 항공모함 두 척을 급파했고, 지난달 24일 중국의 훈련 재개에 U-2S 정찰기와 이지스 구축함을 파견했다. 이에 중국은 항공모함 킬러’로 불리는 DF(둥펑)-21D 미사일과 중거리 탄도미사일 DF-26B, JL(쥐랑)-2A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했다.
이런 분위기에 비건 부장관도 "남중국해에서 긴장 고조와 군사기지화 확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법에 기반한 질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다른 외교장관과 뜻을 같이했다"고만 언급했다고 모건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밝혔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사흘 전 EAS 외교장관 회의에서 "중국의 광범위한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은 불법"이라며 남중국해 군사기지 건설에 참여한 중국 국영기업에 대한 제재 동참을 촉구한 것과 비교해선 한결 수위가 낮아진 셈이다.
비건 부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에 대한 미국의 지지 입장도 밝혔다. 이어 강경화 외교장관도 "ARF 차원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해 북·미, 남북 간 조속한 대화 재개를 촉구하는 단합된 메시지를 발신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안광일 인도네시아 대사는 이날 "북한은 코로나19와 태풍 수해 복구에 전념하고 있다"며 "김정은 위원장의 리더십으로 전 인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태풍 피해를 잘 복구하고 있으며 코로나 감염자는 한 명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 창건일인 10·10절에 맞춰 평양종합병원을 완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발언도 했다.
그는 비건 부장관과 강 장관의 대화 재개 촉구에 "한반도 문제에 관한 상황은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당면한 과제는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강성대국으로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RF의 주요 의제인 홍콩에 관해선 "내정간섭을 말아야 한다"면서도 남중국해에 관해선 "대화로 풀어야 한다"며 중립적 입장을 보였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자력갱생을 강조하면서도 한국은 물론 미국을 향한 비난을 자제하고 대립각을 세우지 않은 점은 주목할 만한 일"이라며 "내부적으로 대화 재개를 준비하는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효식·이유정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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