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1차 재난지원금 기부했던 사장님들도…"기부 후회될 정도"|한민용의 오픈마이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앵커]

지난 4월, 오픈마이크는 나보다 더 힘든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재난지원금을 기부했던 자영업자들 목소리를 전해드렸습니다.

◆ 관련 리포트

[오픈마이크] 모두에게 다 주니…"저보다 힘든 사람들 주세요" 기부 행렬

→ 기사 바로가기 : http://news.jtbc.joins.com/html/287/NB11947287.html

코로나 시대, 모처럼 위로가 되는 따뜻한 소식이었죠. 사실 그때도 이분들이 '경제적 여유'가 더 있어서 기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었던 것이었죠. 하지만 지난 다섯 달은 이랬던 분들의 마음의 여유마저 앗아갈 정도로 혹독했습니다. 제가 다시 한번 찾아가 봤습니다.

[기자]

포장한 음식을 들고 나오는 사장님.

장사가 안 돼 나름의 돌파구로, 최근 '드라이브 스루'를 시작했습니다.

다섯 달 전만 해도 사장님은 이 동네 '첫 기부자'였습니다.

[심새미/수원시 광교1동 주민센터 주무관 (지난 4월) : 첫 기부자분이세요. 감사드립니다.]

[임태선/식당 운영 (지난 4월) : 나보다 힘든 사람들 얼마나 더 힘들까, 그래서 결정하게 됐어요.]

지자체와 정부가 준 지원금 모두를 기부한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후회할 지경이라고 합니다.

[임태선/식당 운영 : 그때 기부하신 분들은 다 흡족한 마음으로 기부를 하셨을 텐데, 지금 생각해보면 괜히 왜 기부했지 이 생각도 들고. 미래가 없으니까 희망이 없으니까…]

누구보다도 남을 먼저 생각했던 사장님이었는데, 무엇이 이렇게 만든 걸까.

한창 붐빌 점심시간인데도 텅 빈 식당.

기부 취재를 왔던 다섯 달 전에도 코로나로 매출이 줄었다고는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보다 못한 취재진이 식사를 주문했습니다.

[임태선/식당 운영 : 지금 대출 많이 받아놓은 상태예요. 가게 대출도 받은 상태고. 개인적으로 집 담보대출도 받은 상태고 임대료가 300만~400만원씩 하는데, 그리고 인건비…몰라요. 집사람 (대출받은 거) 모르고 있어요. 최악. 어제가 최악. 오늘도 최악을 찍겠죠? 하루하루가 최악…]

어린 자녀 4명 몫까지, 지자체와 정부가 준 160만 원을 모두 기부했던 사장님입니다.

[곽상희/식당 운영 (지난 4월) : 저희가 공유 냉장고가 있어요. 어르신들이 (반찬) 가지고 가서 드시고 하는데, 언제부터인가 더 많이 오시는 거예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마련한 '공유 냉장고', 기부를 결심하게 했던 냉장고는 이제 텅 비었습니다.

힘든 이웃은 더 늘어났고, 냉장고를 넉넉히 채우기엔 사장님 사정이 나빠진 겁니다.

[곽상희/식당 운영 : 이게 참 웃픈 현실인지, 저희가 아침에 많이 넣어 놓거든요. 넣어놓는데, 아침에 발 디딜 틈이 없이 그냥 계속 오셔서 가져가세요. 마음이 아파요. 뻔히 반찬 없이 김치 하나 놓고 밥 드시는 분들이 많으시거든요.]

저녁 시간인데도 매출은 10만 원을 겨우 넘겼습니다.

인건비를 아끼려고 딸과 늙은 어머니, 올케까지 식당 일을 돕고 있지만, 이번 달도 '마이너스'가 예상됩니다.

[곽상희/식당 운영 : 많이 힘들어요. 어느날은 보니까 상추 값도 안 나오는 거예요. 저녁에 판매한 금액이. (속이 많이 상하실 것 같아요. 이렇게 식당 자리 잡기까지 얼마나 고생많으셨겠어요.) 되게 열심히 했거든요. 기본 15시간까지도 서있는데…그렇게 하고 또 마이너스 나서, 속마음을 딱 얘기하기가 좀 그렇네요. 아니, 이게 갑자기 좀 그렇네. 속상해가지고…]

2차 재난지원금 150만 원을 받아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인 상황.

사장님은 마지막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작은 식당은 더 찝찝하다며 안 오는 손님들을 위해 저녁에 딱 '한 테이블'만 받기로 한 겁니다.

[곽상희/식당 운영 : 어떻게 됐든 뭐. 살아남아야죠. 살아남아야죠. 그 힘든 광우병, 구제역 이런 것들 다 겪었을 때도 살아남았거든요.]

인터뷰하는 사이, 어디선가 나타난 김치 두 통.

이웃 할머니가 직접 담갔다며, 공유 냉장고에 넣으라고 보내왔습니다.

[곽상희/식당 운영 : 에휴, 이래서 산다고요! 이런 분이 계시니까. 다들 힘드시겠지만 조금만 버텨보자고요.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으니까 다 버텨보면 끝이 나오겠죠.]

(영상그래픽 : 이정신 / 연출 : 홍재인)

한민용 기자 , 손지윤, 이지혜

JTBC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by JTBC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