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예산 9300억 달해…4차 추경 예산의 10% 육박
전문가들 "차라리 소상공인 지원 늘려야"·"통신사 일부 부담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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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오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제8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모두발언을 통해 4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의 일환인 통신비 지원 방안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통신비 지원의 구체적인 지급 시기와 방식은 결정되지 않았으나, 이르면 다음 달 부과되는 이달 치 요금에 대해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정부가 '2차 재난지원금'에 통신비를 포함하게 된 표면적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활동의 증가'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비대면 활동으로 인해 늘어난 통화량이나 데이터 사용량 등의 통신비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9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은 "코로나로 인해 다수 국민의 비대면 활동이 급증한 만큼 통신비는 구분 없이 일률적으로 지원해드리는 것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실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통신비 지원을 두고 내수활성화나 코로나19 피해복구에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애초에 17~34세와 65세 이상에만 지원하기로 했던 것에 비해 대상이 확대되면서 재정 부담이 커졌으며,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코로나19 피해 계층에 돌아갈 지원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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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만 13세 이상 인구는 약 464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89.5%를 차지한다. 인구수에 지원액을 단순 곱하더라도 통신비 지원 예산은 약 93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7조8000억 원 규모의 4차 추가경정예산의 10%에 육박하는 액수로, 추경안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피해를 본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의 계층에 지원금을 더 많이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그동안 장사를 하지 못했던 중소상공인들에게 100만~200만 원 지급으로는 안 된다"며 "1차 재난지원금 때와 달리 소비 진작 효과도 미미할 것이기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돈을 더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세돈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9000억 원이면 900개 업체에 100만 원씩 더 줄 수 있는 돈"이라며 "피해를 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을 더 도와줄 생각은 안 하고 있으나 마나 한 돈을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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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비대면 활동으로 통신비 부담이 커졌다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가계통신비는 매년 하락하는 추세다. 통계청이 5월 발표한 2019년 연간 지출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가구당 가계통신비는 12만3000원으로 전년 대비 8.3% 줄었다. 전체 지출 중 가계통신비 비중은 5.3%로 0.3%p 하락했다. 비대면 활동이 늘어났음을 고려해도 애초에 가계별 통신비 부담이 적은 상황에서 지원 효과가 미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0일 방송된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통신비 지원과 관련해 통신비는 직접 통신사로 들어가 버리니 승수 효과가 없다"며 "영세 자영업자나 동네 골목의 매출을 늘려주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워 아쉽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성태윤 교수는 "통신비를 내기 어려운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전 국민 대상으로 통신비를 지원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성 교수는 "소득이 높은 사람들에게 통신비 지원은 대개 기존에 하려던 소비를 대체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통신비 지원 때문에 추가적인 소비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안 소장은 "코로나19 국면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증하고 있는 통신사가 지원금의 절반 정도는 부담하도록 조정이 됐으면 좋겠다"라며 "지원금으로 예상되는 9300억 원의 절반인 4650억 원으로 소상공인이나 특수고용자 등 저소득층을 추가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투데이/정대한 수습 기자(vishalist@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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